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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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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Jul 04. 2019

무한도전 없는 MBC는
슬램덩크 없는 만화방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리운 이유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그리고 최근에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진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MBC 예능국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웃음을 책임지는 MBC 예능들을 시청하다 보면, 즐거운 한 편 허전하다. 13년 동안 토요일을 책임지던 ‘그’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여전히 그립다.


무한도전, 다시 돌아와 주라!



무한도전이 남긴 의미, 추억, 그리움


  단순히 오래 방영했다는 것 만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쉽지 않다. 매 화 포맷을 바꾸는 신선한 시도로, [무한도전]은 여느 방송국만큼이나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MBC는 [무한도전]을 만들었지만, 현재의 MBC는 [무한도전]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능에 접목하기 힘든 시사 교양부터, 예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콩트와 상황극까지. 심지어 [승부의 신] 같은 파생 프로그램까지 만드는 등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때문에 [무한도전]이 종영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언급되며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무한도전 정신’이 버라이어티 장르에 스며들었다. [무한도전]은 종영했지만,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한도전] 정신을 현재 MBC 예능에서 찾을 수 있느냐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나 혼자 산다]가 그 시청률을 이었고,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성공적 출발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시즌2 론칭이 있었다. 이 세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의 뒤를 잇는 MBC 예능의 얼굴이다. ([라디오스타]가 있지만, 이는 토크쇼의 성격이 더 강하니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 정신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여전히 [무한도전]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여느 때보다 볼거리 많은 MBC 예능. 그럼에도 [무한도전]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무한도전] 없는 MBC, 적응하셨나요?



달라진 대세, 달라지지 않은 기대


  리얼 버라이어티 다음 세대의 예능은 관찰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MBC [아빠 어디 가?]를 필두로 시작된 관찰 예능은 현재까지도 아이에서 스타 본인으로, 어머니로, 친구로 등 그 저변을 넓혔다. 관찰 예능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예능들이 관찰 카메라의 시선으로 연예인들과 그 주변인의 삶을 비추고 있다. 이 포맷은 현재까지도 TV 예능을 아우르는 대세로 이어진다.

MBC의 세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독거 스타의 하루를 관찰하는 관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스타와 매니저의 생활을 관찰하는 관찰 예능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는 관찰 예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타가 혼자 힘으로 편집 없이 이끌어 나가는 인터넷 1인 방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예능은 비슷하다. 각각 정형화된 포맷으로 등장인물만 달라질 뿐이다. 이것은 고정 멤버로 매번 색다른 시도를 했던 [무한도전]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무한도전]이 종영한 지금까지도 [무한도전]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사실, 관찰 예능도, [무한도전]도 ‘리얼’이라는 말을 붙이지만, 진짜 100% 리얼은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는 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이 던지는 메시지와 이야기에 더 감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여전히 [무한도전]을 그리워하고, 진짜 이야기를 기다리는 걸까?



관찰과 리얼, 생활툰과 슬램 덩크 사이


  시청자에게 ‘진짜’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은 관찰 예능과 무한도전 정신이 가진 공통점이다.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동일하다면, 그 ‘진짜’ 안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진짜’가 가진 메시지에 차이가 있다. 관찰 예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무한도전 정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차이가 있다. ‘리얼’과 ‘리얼’의 차이다.


  관찰 예능은 생활툰이다. 작가의 삶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공감하는 독자의 모습은 관찰 예능을 즐기는 시청자의 모습과 같다. 스타의 소소한 일상에 공감하는 한 편, 특이한 에피소드에 웃음 짓게 된다. 관찰 예능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스타와 시청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더 익숙하고 친숙하게 화면 속 경험을 개인화한다. 개인이 개인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관찰 예능은 기능한다. 관찰 예능의 포맷이 고착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메시지는 정형화된다.


  반면, 무한도전 정신은 슬램 덩크 같은 스포츠 만화에 가깝다. 전체가 스포츠 만화처럼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 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이는 각각의 인물이 성장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스포츠 만화와도 같다. 스포츠 만화에서는 개개인의 사연이나 성장을 조명하는 한 편, 큰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타인의 삶’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가 꿈꿔왔던 삶을 경험하기도 하고, ‘배달의 무도’를 통해 각각의 사연 속 역사를 조명하기도 한다. 이는 관찰 예능에서 전하기 힘든 메시지다. 웃음의 힘을 빌려 전하는 이야기다.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다.



무한도전 정신, 그 도전과 감동


  무한도전 정신, 그것은 단순히 개인에서 끝나지 않는 메시지다. 웃음의 힘을 빌려 전하는 이야기에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시청자는 한 집단으로 포괄될 수 없는 이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때문에 모든 시청자들을 아울러 사로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한도전]이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주제의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신 감정 특집처럼 멤버 개인에 관련된 이야기일 수도, 봅슬레이와 복싱 특집처럼 누군가의 꿈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포맷에 따라 메시지의 크기와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무한도전]에는 있었다.


힙합과 한국사의 만남, 덕분에 역사는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이것은 단순히 ‘관찰 예능’과 ‘리얼 버라이어티’ 사이의 포맷 차이에서 오는 문제는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는 ‘무한도전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일 뿐이었다. 실제 관찰 예능과 리얼 버라이어티는 웃음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대로 담아내는 영상 일기와도 같다. 그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 그것이 무한도전 정신의 핵심이다. ‘무한도전 정신’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에 신경 쓰지 않는 시도다. 이 덕분에 [무한도전]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지표가 되었다. 이것은 시청자를 시청자 이상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어느 날은 시청자였다가, 어느 날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 어느 날은 후원자로 만든다. 무한도전 정신은 프로그램에 한정되지 않고, 시청자를 변화시킨다. 평균 이하 멤버들의 도전을 응원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무한도전 정신’은 시청자까지도 동화시켰다.


  아쉬운 점은 이것이다. 현재 MBC 예능에서 무한도전 정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은 생활 밀착 관찰 예능인 관계로 그 메시지가 개인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화면 속 누군가가 도전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스타에게 한정된 경험이다. 시청자는 그 도전에 응원을 던질 뿐, 그 이외의 역할이 없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의 경우는 그 성격이 더 짙다. 도네이션을 받기 위해 시청자의 반응을 바로바로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 메시지는 더 가볍고 짧은 파장을 가진다. 이들이 무한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그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이유다.



  현재의 MBC 예능과, 무한도전을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툰도, 스포츠 만화도 각각의 애독자가 있기 마련이다. 다만, 한쪽으로의 장르 편중은 안 될 말이다. 현재 MBC 예능은 생활툰으로 가득 찬 포털이다. 장르물을 읽고 싶은 독자가 소비할 콘텐츠가 없다. 관찰 예능 자체의 매력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 정신’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장르를 넘어선 벅참을 찾기는 힘들다.


진짜로 멤버들 다시 짜서 돌아온 유재석

 

 [무한도전]이 끝난 지금, MBC에는 무한도전 정신이 없다. 좋은 예능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무모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가 없는 한 그 허전함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무한도전 정신의 모태였던 MBC에서 다시 무한도전 정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MBC와 김태호 PD가 하반기 새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이 바라는 '무한도전 정신'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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