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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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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Oct 07. 2019

[쇼! 음악중심], 중심을 되찾으려면

경쟁자는 타 방송사 아닌 유튜브. 이길 수 있을까?

 방송국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옛날 방송 클립을 다시 올리는가 하면, 예고편부터 미방송 영상까지 TV에서 볼 수 없는 영상도 유튜브에서는 찾을 수 있다.


 지상파 중 가장 활발히 유튜브를 이용하는 방송국은 MBC다. MBC는 MBC drama와 MBC entertainment 채널 등 8개의 채널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성격에 따라 분류해서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MBCkpop 채널에서는 [쇼! 음악중심] 방영으로 쌓아온 케이팝 자료를 마구 방출하고 있다. 한국인 팬들부터 해외 팬까지, 상대적으로 언어 장벽이 낮고 해외 팬층이 탄탄한 k-pop 덕분에 2018년 개설한 MBC kpop 채널은 구독자 719만 명을 달성하며 MBC 유튜브 채널 중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이 되었다.


 하지만, MBCkpop 채널의 승승장구와는 반대로 [쇼! 음악중심]의 시청률은 1%를 넘기가 힘들다. 2005년 10월에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MBC 대표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정작 프로그램을 TV로 시청하는 이들이 적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2017년 말, 닐슨 코리아는 달라진 가구당 시청 행태를 반영하기 위해 시청률 이외에 시청자 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닐슨 코리아 자료_ 2019년 8월

 닐슨 코리아 홈페이지 기준 MBC 8월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은 [나 혼자 산다]로, 시청자 수 2,225만 명을 기록했다. 8월에 방영한 [나 혼자 산다]의 평균 시청률은 약 8,6%. 8월 [쇼! 음악중심]의 평균 시청률, 0.8%를 대입해서 계산하면, 8월 [쇼! 음악중심]을 TV로 시청한 시청자 수는 약 200만이 조금 넘는다. 이 숫자는 트와이스가 신곡, ‘Feel Special’ 뮤직 비디오 공개 이틀 만에 약 3190만 회의 조회수를 달성한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조회했다고 하더라도 200만 명이 인당 15번을 조회해야 겨우 수가 비슷해진다. 거진 15년이 되어가는 역사적인 프로그램과, 트와이스의 뮤직 비디오. 시청자의 냉정함이 드러나는 숫자다.


음악, TV를 떠나다.


 음악 프로그램의 경쟁자는 타사의 음악 방송이 아니었다. [쇼! 음악중심] 뿐 아니라 다른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들 역시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노래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한 팀 당 3~4분. 길어야 10분의 무대를 꾸미는 음악 프로그램은 모든 화를 다 봐야 이야기가 이어지는 드라마, 혹은 한두 회가 같은 주제로 통일되는 예능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 애초에 음악 프로그램은 가수의 노래를 방송을 통해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창구였다. 프로그램을 위해 모이는 방청객 역시 프로그램 자체를 좋아해서가 아닌,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모이는 것이었다. 음악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으로서 정체성이 모호했다. 게다가 [쇼! 음악중심]의 경우, 방영 시간이 토요일 오후 3시 30분이다. 이 시간대는 기본 시청률이 높지 않을뿐더러 프로그램 주요 시청층인 10대가 TV를 틀기 애매한 시간대다. 


 이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타격을 입을 때, 음악 프로그램이 가장 크게 휘청거린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 팀의 무대를 위해 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을 하는 것이 요즘 10대들의 노래를 즐기는 방식이다.


[쇼! 음악중심], 헤엄쳐야 한다.


 단순히 케이팝 가수들의 공연을 늘어놓기만 해서는 안된다. 방청 신청이 많다 하더라도, 시청자를 잡지 못한다면 [쇼! 음악중심]은 프로그램이 아닌, 스튜디오형 공연 모음으로 남게 될 것이다. 케이팝 콘텐츠 모음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현재 [쇼! 음악중심]은 다양한 각도에서 아이돌을 보여주거나, 아이돌 멤버 1인을 담은 fan cam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이것은 유튜브에 한정된 콘텐츠다. 심지어 이미 타 음악 프로그램에서 제공하고 있던 콘텐츠의 답습이기도 하다. 


 지금 [쇼! 음악중심]에 필요한 콘텐츠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유튜브가 아닌, TV 프로그램에 알맞은 포맷을 지닐 것. 둘째는 프로그램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


 TV라는 매체는 [쇼! 음악 중심]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강점이기도 하다. TV리서 가능한 기획들이 있다.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가 가장 큰 예다. 많은 팬들이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에 참여하는 아이돌의 부상을 염려하며 폐지를 외치지만, 꾸준히 시청률이 나오는 것은 TV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아이돌을 모아서 음악 활동 이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은 물론이고, 팬들과 소통의 장까지 마련하기 때문이다.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돌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는 여전히 TV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예시를 들었지만, 그 이외의 아이돌이 등장하는 예능에서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재능을 발견하는 아이돌이 있다. 예능감이나 연기 등 아이돌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금 [쇼! 음악 중심]에는 그런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예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기획되었던 여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이나, 아이돌의 도전이 담긴 VCR 등을 통해 음악 이외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음악만을 제공하는 짧은 영상들과 차별점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를 한다고 해도, TV 시청률이 낮아지는 일과 유튜브로 시청자들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TV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최대한 살려 유튜브 클립 영상의 1차 플랫폼이 TV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쇼! 음악중심]의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방송을 챙겨보고자 하는 팬들도 생기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변화에 순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음악 팬들이 유튜브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가수가 제공하는 뮤직비디오나, 아티스트의 개인 업로드 영상은 TV가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은 놓아버리고, TV는 TV라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개인이 제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만의 개성을 찾아, 더 이상 이름만 남아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생겨나고, 음악 프로그램이 그곳에 맞게 정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TV는 아직까지 가수들을 위한 홍보 무대이자 팬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개 무대다. 이 포지션을 절대 다른 플랫폼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발전이 필요하다. 2005년 이후로 포맷에 큰 변화가 없던 [쇼! 음악중심]. 이제는 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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