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주 Oct 25. 2019

TV도 안보는 고등학생이 어쩌다 드라마 주인공이 됐을까

유튜브에서 TV로 금의환향한 고등학생 주인공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특징이 많은 드라마다. 단순하게 보이는 특징은 웹툰 원작 드라마라는 것. [어쩌다 발견한 7월]이라는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또, 어느 날 자기가 만화 속 인물이라는 것을 자각한 만화 캐릭터를 다룬 판타지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특징들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가 많아진 데다가, 도깨비가 마술을 부리고 전우치가 장풍을 쏘는 요즘 드라마 사이에서는 판타지라고 해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게다.

고등학생 주인공 나오는 드라마, 10개 대봐!


  그럼에도,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보기 드문 드라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특별한 이유는, 주인공으로 고등학생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다닌다. 만화 속 인물들이라는 판타지 요소가 있다고는 해도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참 보기 드문 일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드라마 이름을 몇 개나 댈 수 있는가? [학교] 시리즈, 한 시절을 풍미한 [꽃보다 남자]나 [상속자들] 정도? 방영 종료 드라마 목록을 뒤져봐도, 고등학생을 내세운 드라마를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드라마에서 고등학생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생은 드라마 시청 주 연령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채널 선택권도 없을뿐더러 드라마 방영 시간의 한국 고등학생은 공부하기 바쁘다.

  학생 대신 드라마를 보는 이들은 3040 여성, 드라마를 좋아하는 20대까지. 성인 으-른들을 즐겁게 해 줄 소재가 필요하다. 고등학생 주인공들은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학교를 다녀야 하니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다양한 직업이나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왜,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되었을까?


  비단 [어쩌다 발견한 하루]만의 특징은 아니다. 최근 종영한 타사의 [열 여덟의 순간]도, [땐뽀 걸즈]와 [란제리 소녀시대] 등 요즘들어 고등학생 주인공의 TV 드라마가 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우연일까? 아니면 새로운 콘텐츠의 흐름일까?


10대, 유행을 쥐락펴락


  유튜브 전성시대가 시작되고, 다양한 웹 콘텐츠들이 등장했다. 짧게 볼 수 있는 단발성 예능 콘텐츠나 개그, 음악 영상들이 유행하고 난 후, 웹드라마는 사실상 후발주자였다. 웹드라마가 유튜브에 등장할 당시, 유튜브의 주 사용층은 10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현재 웹드라마 주인공을 보면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TV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평범한 인물들이다. 공감은 드라마에서 재미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인데, TV 드라마보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웹드라마에서 다채로운 볼거리보다는 공감을 만들기 위해 평범한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캐릭터에 열광한 것이 바로 10대. TV 드라마에서는 공감대를 찾을 수 없었던 이들이었다. 


  고등학생 주인공의 이야기가 웹드라마로 나오기 시작하고, 10대들의 폭발적 반응이 뒤따랐다. 직장인이나 대학생 웹드라마를 보던 20대들이 드라마에 공감했다면, 고등학생 웹드라마를 보는 10대들은 열광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이틴]을 생각해보자. OST 앨범 발매와 캐릭터 상품, 웹툰 등의 파생 콘텐츠가 나올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에이틴]. 단순히 웹드라마의 인기 만으로는 부가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10대들이 형성한 팬덤을 등에 업은 덕분이다. [에이틴] 배우들의 팬미팅이 몇 분 만에 매진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10대는 적극적인 향유자인 동시에 콘텐츠 구매자다.


  게다가 10대는 대중 문화의 주축이기도 하다. 1020세대가 젊은 층으로 묶이기는 해도, 10대와 20대의 문화는 다르다. 얼마전 ‘띵곡’,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등의 급식체가 미디어의 조명을 받았는데, 이는 이미 10대층에서 유행이 지나고 난 뒤였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볼 때, 10대는 대중 문화를 선도하는 주 연령대로 볼 수 있다. ‘요즘애들은 뭐 본대?’ 할 때의 요즘 애들이 10대다.

  10대의 관심사는 타 연령층의 관심도 불러온다. 급식체가 유행을 탄 것도 이 때문.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은 콘텐츠는 곧 주류가 된다. 만약 [퐁당퐁당 러브]가 특정 연령대에서만 소구되는 웹드라마였다면, MBC 특별 편성으로 방송에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고 [에이틴]과 [연애 플레이 리스트]의 높은 조회수, 그 안에는 10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콘텐츠 향유자가 포함되어 있다.


돌아간다, 다시 10대로


  지금, 공중파 TV 드라마에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일 것이다. 10대들에게 인기를 모은 콘텐츠가 타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어 주류가 된 것이다. 10대들은 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열광한다. 2030 연령대는 비록 그들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그 시절을 겪어본 추억이 있는 세대다. 다른 드라마만큼의 자극적인 요소는 없을지라도, 더 많은 연령층을 포용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학창시절이었다.


  그렇게 인기를 모은 학창시절의 풋풋한 이야기는 유행이 되어 다시 TV로 돌아왔다. 주류가 아니었던 10대의 이야기는 모바일과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업고 주류가 되었다. 10대들이 대중문화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힐링, 퇴사, 여행 등의 삼삼한 이야기들이 인기를 끄는 요즘 트렌드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당분간 ‘고등학생’은 브라운관에서 사랑받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케미요정 은단오! <어하루> BEST 케미 어워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