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파규동 Oct 25. 2019

MBC 드라마 편성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TV에서 웹드라마를, 기존 드라마는 선택과 집중을!

 제가 공익근무를 하던 2017년 무렵,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있었습니다.


“야, 나 요즘 전짝시라고 웹드라마 보는데”

“오! 나도 그거 봐! 그거 완전 설레지 않냐... 정주행하고 울 뻔 했다...”


 당시는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연애를 하고 있던, 하지 않고 있던 누군가를 향해 찌르르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20대의 감성을 저격했는데요. ‘전짝시’의 흥행으로 한동안 웹드라마 열풍이 불고, ‘전지적 00 시점’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그 파급력 또한 어마어마 했습니다.

2016, 17년 20대를 강타했던 전짝시 신드롬

ㅣ 웹드라마를 TV에서 볼 수 있다고요?


 이렇게 20대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전짝시’의 와이낫미디어가 이번에는 MBC와 손을 잡고, 스핀오프 버전 ‘연애미수’로 다시 찾아옵니다. 연애에 수없이 도전하지만 늘 미수로 그치는 청춘들의 짝사랑을 그린 ‘연애미수’는, 고등학생들의 하이틴 로맨스를 다루어 더욱 풋풋하고 설레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특히 ‘전짝시’의 이나은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전짝시’에서 합을 맞췄던 양혜지와 조기성이 재차 출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MBC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V 역시 유통과 마케팅에 힘을 보태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어느 정도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지도 궁금하네요.

11월 1일 첫 TV송출을 앞두고 있는 웹드라마 '연애미수'

 특이한 점은 웹드라마 범주에 들어가는 ‘연애미수’가 MBC 채널에 정규편성 되었다는 점인데요. 11월 1일 금요일부터 ‘나혼자산다’가 끝난 12시 50분, 매주 2화씩 방영이 된다고 합니다. ‘연애미수’가 ‘전짝시 시즌 3.5’처럼 25분의 미드텀으로 제작이 되는 만큼, 50분 편성이 이루어지면 TV 드라마를 보는 맛도 충분히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온라인 상에서는 네이버TV와 네이버V 라이브를 통해 선공개된 후, 유튜브 ‘콬TV’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애미수'는 4개의 온라인 채널 및 TV를 통해 방송된다

 ‘연애미수’가 심야시간에 편성되었기 때문에 시청률에서의 호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단은 디지털 콘텐츠가 지상파 채널에 편성된 것 자체로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MBC는 심야시간 편성 슬롯을 아예 자사 디지털 콘텐츠 제작부서인 ‘스튜디오 D’에 할당하고 오리지널 웹드라마와 예능을 방송할 계획인데요. 이 콘텐츠들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성을 얻는다면, 추후에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시간대로 옮겨와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ㅣ 9시 뉴스, 언제적 얘기예요?! 이제 9시 드라마입니다!


 MBC는 올해 들어 드라마 편성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습니다. 공식과도 같았던 ‘10시’ 드라마가 5월에 시작한 ‘봄밤’을 기점으로 9시에 편성되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 가을 개편으로 10시 슬롯에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이 들어오면서 공식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드라마 편성 변경은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빨라진 저녁시간을 노린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9시에 방송한 ‘봄밤’과 ‘검법남녀 시즌2’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바 있습니다.

MBC 드라마의 편성 변경으로 9시에 송출된 '봄밤'과 '검법남녀'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편성 변경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봄밤’과 ‘검법남녀’의 후속작인 ‘웰컴2라이프’와 ‘신입사관 구해령’의 경우에는 9시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것이 콘텐츠 퀄리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종편 채널이나 CJ 계열의 채널들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9시에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느냐’인 것이죠.


현재 MBC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월화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상파 방송광고매출의 하락에 따른 제작비 부담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오히려 제작비를 소수의 드라마에 집중시킴으로써, 좋은 각본을 유치하고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드라마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현재와 같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함으로써 공영방송으로의 기능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드라마 시장은 1) TVN ‘미스터 선샤인’, ‘아스달 연대기’ 등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 드라마와 2) JTBC ‘스카이캐슬’, KBS ‘동백꽃 필 무렵’ 등 탄탄하고 신선한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 그리고 3) 온라인 웹드라마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MBC 드라마가 편성을 통해서 일궈내는 변화가 위의 세 항목을 모두 적중시켜, 드라마 왕국 MBC의 명성을 다시 드높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TV도 안보는 고등학생이 어쩌다 드라마 주인공이 됐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