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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 Apr 12. 2018

그림자가 들었을까요?

지구사랑 프로젝트-산에 사는 내 친구

 20160924

 백화사→가사당암문→부암동암문→삼천사



 백화사에서 가사당암문까지 두 번인가 세 번을 쉬었다.


 물론, 쉰다는 말은 방석을 깔고 커피를 꺼내고 "어허, 좋다!" 올라선 구비들을 내려다본다는 말이다.


 몇 번인가 앞서거니 다시 뒤쳐지던 늙수레아저씨가 곁에 앉아 말을 건다.


 "그렇게 많이 쉬면 꼭대기까지 못가!"


 (못가면 말죠. 그냥 산에 들어 숨쉬기만 해도 되요.)


 "난, 협심증이 있어, 산을 올라가면 처음엔 막 심장이 터질 것같이 아퍼!"


 "어머, 그런데 어떻게…." 


 "의사가 아무데도 안 가도 죽고 돌아다녀도 죽는대! 그래도 산에 가는 게 건강엔 훨씬 좋다고 하더라고."


 "앉아서 죽기보다 실컷 돌아다니다 죽는 게 낫다!"


 아저씨는 먼저 산을 올라가시고 몇 구비 산의 겨드랑이를 돌아 기다랗고 밝다랑 햇살무늬 속에 말을 걸어오는 풀친구를 만난다.


 “삶의 그림자가 죽음이니?”


 “…….”


 “죽음이란 삶의 거울이니?


 “…….”

 

 죽음이란 바람을 머금은 채 빛나는 여린 잎새의 그림자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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