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침묵은 금이라는데

by 참개

굳이 따지자면 난 조용한 편인 것 같다. 신이 날 때면 말이 많고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피커보단 리스너의 위치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편이다. 이야기를 할 때도 조용조용 무덤덤한 느낌.


안그래도 그런 정적인 성격이 일을 시작하고 나니 더욱 조용해졌다. 회사에선 내 의견을 이야기하기 보단 듣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시에 대한 보고를 제외하곤 거의 내가 이야기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뱉은 한 마디가 내 이미지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뒤로부턴 가능한 내 생각과 의견에 대해선 잘 표출하지 않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말수가 더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게 문제가 회사에서만 줄어드는 건 상관 없는데, 안그래도 없는 말수가 회사 밖 영역에서까지 적용됐다. 친구들을 만나도 묻는 이야기들 외에는 거의 말하지 않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는게 좀 힘들 때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입 밖으로 정리해서 내보내는게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난 그냥 말 하지 않고 있는 상태가 오히려 더 좋을 때가 많았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그걸 듣고 같이 그것에 대해 공유하는 건 즐거운 일이나, 내가 먼저 침묵을 깨고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게 대화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든 간에 난 그냥 그게 편했다. 일부러 침묵을 선택했다기 보단, 둘 다 이야기를 안하고 있는 것, 그게 이상한지 잘 못 느꼈다. 이상한가.


오해를 살 때도 있었다. 말이 없음은 곧 관심이 없는 것으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에, 초면이나 잘 모르는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난 매너없고 매력없는 사람으로 비춰졌던 경우도 있고, 더 나아가 내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이해는 된다. 근데 이게 나인걸 어떡하나. 정말 내가 매너없고 매력없을 만큼 말없는 사람이라면 안타깝지만, 이 또한 나의 솔직한 모습이니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위에 친한 지인들은 다 말이 많다(좋은 의미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다 물어다 나에게 풀어놓고 이야기하니 말이 없는 나와 어느정도 밸런스가 맞아 안정적인 대화흐름이 유지된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좀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도 나와 함께 있으면 넘침이 없어서 참 다행인 일이다. 그 사람들에게 새삼 고맙다.


한 가지 걱정되는건 아무래도 결혼이다. 일단 결혼 후의 생활에서 이런 부분으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주거나 하는 건 일어나선 안되는 일인 만큼 대화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잘 맞는 사람과 심사숙고하고 만나야 할텐데, 맞고 안맞고 파악은 고사하고 말주변이 없으니 누군가를 일단 만나기도 어렵다.


말을 많이 하는 노력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더 이상 뭔가 인위적으로 나를 바꿔가면서 노력하는건 언젠간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기에 내 있는 그대로 지내는게 맞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결론이다. 나의 어떤 부분이나 행동들이 남들에게 윤리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난 잘못하거나 틀린건 아닌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선 다들 나를 세상 재미없는 사람으로 여겨 나랑 더 이상 대화하기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뭔가 바뀌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말하는 건 점점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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