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취준의 터널을 벗어나니 어둠에서 갑작스레 나와서 그런지 눈이 부셨다. 이제 앞길은 밝겠구나 한 숨 돌리려 했는데, 설국열차의 그 다음 칸일 뿐 터널이라 생각했던 그 시기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 그저 다른 구간일 뿐이었다.
이제 두 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느꼈다. 그 중 가장 뼈저리게, 또 자주 깨우쳤던 건 바로 이 곳은 사방이 '벽'이라는 것이었다. 그 서로는 보이지만 넘어가기엔 힘든 파티션 사이에서 하루하루는 뜨고 또 지고 있었다.
처음 낯선 곳에 떨어진 동물은 두려움에 떨며 주위를 살피며 어디서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는 공격과 위험을 경계한 채 본능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다. 내가 바로 그러했다. 바쁜 사무실 한 켠에 떨어진 나는 그간의 인생경험을 토대로 뭔가라도 보여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에게 의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지할 곳은 없었다. 아니 전쟁터에서 의지할 곳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공감대란 도마위에서 형성되는 친밀감 외엔, 정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해서 위해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뭐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느 정도의 '벽'이 서로를 위해 존재했을 뿐.
몇 번 부딛친 나도 이젠 그 벽을 열심히 쌓고 있다. 궁극적으론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퇴근하면 항상 어깨가 뻐근할정도로 쌓고 오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사람들은 나처럼 의지할 곳이 없어서 쌓아놨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