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사람은 변한다

아니, 변하지 않아.

by 참개

사람은 변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쌓이는 경험과 지식들을 통해 사고가 성숙해진다. 예전 중2병 시절의 허세가 자신에게 전혀 득이 될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거나, 말을 아끼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 배워나가면서 점점 '나'라는 하나의 네임밸류가 형성이 된다.


날 때부터 주위에게서 인정 받는 아이는 없다. 부모의 가정교육을 포함한 주위 환경과, 자라나며 보고 느낀 경험들,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친구들의 반응, 책이나 영화같은 다른 매체를 통한 간접적 경험들이 축적되고 반죽되어 한 사람의 인격이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의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흔히 주위에서 생각이 깊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책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처럼 후천적인 요소들이 그 사람의 많은 것들을 좌우하게 된다.


허나 내가 생각하기엔 이 '반죽'작업도 성인이 될 즈음, 늦어도 20대 초반이면 끝나는 것 같다. 이때까지는 아직 말랑말랑한 상태라서 비교적 쉽게 바뀔 수 있지만, 성인이 될 즈음이면 반죽이 물기가 빠져 서서히 굳고 말라간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보완하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연애 하는 방식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 술버릇 등등 사소한 것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기보단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면, 애정결핍인 사람들은 항상 불행하다. 자신이 피해자이며 불쌍하지만 그것을 바꿀 수 없다. 항상 관심을 필요로 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빠르고, 많은 관심을 가져줄 때는 아픔을 호소하거나 신경써달라고 소리칠 때기 때문에 그 역할에 물들어버린 채 그 쓰리지만 달콤한 맛을 끊을 수 없어 계속 봐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런 문제는 연애를 할 때 부각된다. 과도한 관심과 또 동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액션에 지친 상대방이 떠나가면 또다시 한 층 업그레이드된 피해자가 되어 이런 자신을 온전히, 또 영원히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애정결핍자들은 자신이 애정결핍에 걸려있고, 이걸 고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큰 상처 이후에 환골탈태한 것 처럼 다음 연애는 결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결국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또 비슷한 형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또 상대의 마음을 얻길 바란다. 나이가 들어가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금씩 더 조심스러워질 수는 있겠지만, 그 큰 뼈대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자신의 삶에 있어서 자부심을 크게 가지는 사람일수록 변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걸어온 길에 대해 떳떳하고 또 만족스러운 성과 역시 얻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변화를 가지는 것이 곧 이제까지 만들어온 자신에 대해 비록 작은 일부분이라도 부정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머리로는 맞는 말이라고 인정할 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애정의 문제 말고도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은 이미 그려진 자신의 그림에 덧칠을 할 뿐 토대를 새로 그려내기 어려워 한다. 하긴,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큰일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 생각은 - 결국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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