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밀당
아무리 열띤 토론을 펼쳐도 딱 떨어진 답이 나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내 부대가 가장 힘들었다), 애플 혹은 삼성, 정치 이야기 등등...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요새 가장 내 주위에서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바로 '연애'에 관한 설전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또 그들의 생각이 각각 다른만큼 이성에 대해 끌리는 포인트들도 제각각이다. 어느정도 카테고리화 시킬 순 있겠지만, 계속 가지를 쳐나가다보면 정말로 자신과 이성에 대해 취향이 똑같은 사람은 거의 살면서 볼일이 없을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서로 마음에 들어하는 상대를 만나 사랑을 하니 수많은 종류의 연애 관계의 형태가 생겨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연애 중반에 다다르면 어느정도 정형화된 형태를 띄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형태는 바로 관계우위의 문제이다.
서로에 대해 불타오르는 시즌이 지나게 되면, 이제 더이상 모든 우선순위를 상대방에게 둘 순 없게 된다. 현실적인 문제와 맞주쳐야 하고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고 맞춰주는게 점점 어려워진다. 사실 이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또 꼭 필요한 것이 연애 초반처럼 계속 서로만을 바라보고 지낸다면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꼭 거쳐야 하는 단계다. 하지만 그 변하는 정도에 있어서 방식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관계우위가 형성이 되기 시작한다.
연애에 있어서 관계우위는 누가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지,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누가 더 상대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는지의 문제에서 생긴다. 예를 들어, 한 쪽은 어쩌다 여유시간이 있는 날이면 애인을 만날 계획을 세우지만, 다른 쪽은 여러 경우의 수(애인을 만날지, 친구를 만날지, 아니면 그냥 집에서 쉴지) 중에서 고민을 한다면, 결국엔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관심도에 있어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반복이 된다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사실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먼저 이야기한 전자의 경우도 일반적으론 시간이 지나면 후자처럼 되어가니 결국 변해가는, 어쩌면 연애에 있어서 성숙해져가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노선 자체는 같다는 이야기이다. 허나 문제는 당장 둘 사이의 관심의 정도가 서로 다르니 한쪽은 예전같지 않다며 서운해 할 수밖에 없고,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길 요구한다. 하지만 후자는 대부분 이 요구를 충족시켜줄 의지와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 관계우위에서의 갈등은 깊어진다. 전자는 애정을 갈구하는 것에 지치고, 아프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여러 방법을 동원해(보통 다른 사람을 찾거나 바쁜 생활을 하려 한다) 후자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주로 서운해하고 관심가져주길 바라는 쪽은 여자, 갑갑해하고 회피하는 쪽은 남자다. 애정도의 불균형 때문에 여자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보상심리가 생기고, 참다가 지쳐 떨어져 나가거나 혹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게 되면 이 관계는 끝이 나게 된다. 그래서 남자는 떠난 뒤에 잠깐 자유를 만끽하다 점점 후회하다 술먹고 전화해서 흑역사를 만들고, 여자는 이별 직후엔 세상 무너질듯 힘들지만 차차 괜찮아지면 잊고 뒤도 돌아보지 않게 되는 뻔한 레퍼토리가 드라마나 인터넷에서 계속 활용되는건 공감받는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럼 단순하게, 자신과 비슷한 연애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해결 되는 문제 아닐까라고도 생각해봤다. 자신이 독립적이고 자기 생활이 강한, 즉 느슨한 연애를 좋아한다면 같이 느슨한 연애를 선호하는 상대를 만나면 되고, 또 서로에 대해 많은 공유와 순정파스러운 사랑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같은 성향을 찾아서 만나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트러블들이 생기지 않을텐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주위에 커플들을 살펴보면 만나는 두 사람의 연애 성향이 거의 반대에 가까운 경우가 대다수다.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기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는 또 끌리지 않나보다.
관계우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있어 나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오래된 커플에게 발생하는 문제기 때문에 단순히 관계의 '새로고침'을 통해 리프레쉬 시키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게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차선책인 것 같지만, 내 주위엔 이런 고비에서 결혼이라는 강한 새로고침을 통해 극복한 커플 말고는 잘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남들 찾아볼게 아니라 내 코가 석자지.
정말 연애라는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너무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