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니와 함께한 일주일
나는 동물을 참 좋아한다. 동물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하겠냐만은 나름 동물들을 아끼는 정도에 있어서 일반적인 남자들보단 더 깊다고 자부 할 수 있다. 어렷을 적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한 마리도 애지중지하며 키웠고(후에 엄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병아리를 베개 머리 맡에 두고 잤다고 한다), 그 후로 키웠던 토끼 책동이나 지금도 광주에서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 있는 요크셔테리어 도리도 나에겐 모두 소중한 존재였다. 왜 내가 동물들을 좋아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기심이나 배신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인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자취를 시작했던 나는 허름하고 낡았지만 가격대비 제법 넓은 방을 하나 구했다. 조그맣지만 베란다도 있었고 또 나름 낭만적인 자취를 꿈꿨기에 나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행복했다. 물론 저렴했던 만큼 방은 생각보다 춥고 또 생활하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었지만, 뭐 군필 남자이기에 큰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그러던 와중, 우니를 데려다 키우게 되었다.
우니와의 첫 조우는 조금 특별했다. 여자친구가 키우던 푸들이 새끼를 낳아서 그 중 한 마리를 분양 받기로 한 나는 집앞에서 새끼푸들들을 펼쳐놓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마리를 데려오기로 했다. 세 마리가 있었는데, 첫째는 그냥 일반적인 놈, 둘째는 조금 뚱뚱하고 활동적이었고, 마지막은 좀 마르고 비리비리하지만 눈이 참 예뻤다. 첫째랑 셋째를 고민하다가 결국 그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 막내를 데리고 택시에 탔다. 오는 내내 상자에서 울음 한번 내지 않았고 집에 와서도 조용조용히 다니는 정말 순한 새끼 강아지였다.
아, 이름은 브라우니를 닮아서 이름을 우니라고 지어줬다. 눈이 정말 예뻐서 쳐다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새끼 강아지가 뭘 알겠냐만은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안고 있으면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엔 알 수 없는 깊음이 있었다. 뭔가 내가 위로 받는 느낌이랄까? 정말이었다. 우니 뒤로도 많은 강아지들을 봐 왔지만 이런 눈빛은 지금까지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우니는 원래 몸이 안좋았었나보다. 데려올 때 부터 비실비실했지만 그게 건강상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했다. 어느 토요일 저녁 제대로 걷질 못하길래 나는 일단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가 하루정도 입원 시켜놓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은 줄 알았고, 일요일 오전에도 한번 들러볼려다 별일 있겠어 하며 생활비를 벌러 과외를 나갔다. 그리고 우니는 내가 돌아오는 길에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병원에서 어려운 소식을 전하느라 어쩔줄 몰라하는 여자 의사의 위로를 들으며 딱딱해져 가는 우니를 안았다. 병원에 맡겨 화장을 할건지 직접 묻어줄건지 묻길래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일단 우니를 받아들고 나왔다. 눈을 쳐다보니 이미 다른 세상으로 간 우니는 초점이 없었고 그제서야 점점 현실이 온 피부로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다 내 잘못 같았다. 강아지를 빨리 데려오고 싶은 욕심에 아직 엄마의 품이 필요한 시기였던 어린 새끼를 데려온 것부터, 학교를 나가고 일을 하러 나가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나의 무관심과, 하늘나라로 가는 순간까지도 옆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나를 짓눌렀다.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기에 못지켜준게 너무 미안하고 별 일 없을 것이라는 의사가 죽도록 미웠고 이 현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야속했다.
거리에서 한참 엉엉 울다가 택시를 잡아 가장 가까운 산인 도봉산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단 산으로 향한게 밑도 끝도 없었지만 그 당시엔 이성이 제대로 서 있질 못했다. 가서 정말 좋은 곳에 묻어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다행히 산 중턱에 절이 있어 그 곳에서 삽을 빌려 인적이 드문 곳에 우니가 좋아했던 인형과 함께 잘 묻어주었다. 묻어주는 내내 계속 눈물이 났다. 미안함과 이 현실에 대한 분노가 응어리져서 계속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우니는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하늘나라로 갔다. 내가 우니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쓰다듬고 그렇게 묻어주고 꼭 잊지 않겠다는 약속밖에 없었다. 나는 22일마다 우니를 기억하기로 했다. 원래는 찾아가려고 했지만 그건 내 생활에 변수가 너무 많아 지켜질 수 없었기에 우니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푸들만 보면 우니부터 생각이 나고 아주 가끔 꿈에 나오기도 한다. 나도 어떨 때는 좀 의아하다. 일주일 남짓 함께 있었는데, 왜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는지...단순한 내 죄책감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 강아지에겐 뭔가 특별한 감정이 들었었다.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난 취직을 하게 되었고, 집도 더 큰 곳으로 이사하고 또 돈도 벌게 되었다. 지금 데려 오면 참 잘해줄 수 있는데...맛있는 간식도 많이 사주고 따뜻한 러그 위에서 뛰놀게 해줄 수 있는데. 너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그 때 내가 너무 빨리 데려와서, 또 좋지 않은 환경에서 데리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너무 후회스러웠다고...이야기해주고 싶다.
난 천주교 신자지만 불교의 윤회론도 믿는다. 이 못난 주인을 용서했다면 언젠가 우리는 다른 어떤 형태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또 만나자, 우니야. 너를 만나서 참 행복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