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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분 Dec 13. 2022

11. 바나나 우유 한 병에 든 설탕량은?

달콤함에 속지 말자



혹시 지금 음료를 마시고 계신 분 있나요? 그렇다면 영양성분표를 봅시다. 아, 지금 칼로리 보고 놀라셨어요? 아직 놀라기는 일러요. 그 밑에 있는 당류는 몇 그램인가요?



집 앞 편의점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와 주스 등의 당 함량을 본 적이 있는가? 콜라야 당연히 설탕이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오렌지 주스와 수분을 가득 채워주는 이온 음료의 당류를 확인한다면 꽤 놀랄 것이다. 목욕탕에서 나온 후 왠지 더 맛있는 바나나맛 우유는 또 어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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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스웨트 1캔(240ml) 당류 15g

아침에주스 오렌지 1병(210ml) 당류 19g

코카콜라 1캔(250ml) 당류 27g

바나나맛 우유 1병(240ml) 당류 2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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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숫자만 보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수도 있는데, WHO(세계보건기구) 설탕 권장량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있다. WHO에서는 설탕은 하루 섭취 총칼로리의 10% 이하로, 되도록이면 5% 이내로 섭취하도록 권고하는데, 총칼로리 2,000kcal 기준으로 했을  25g~50g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소한 50g 이하로, 웬만하면 25g 정도만 먹으라는 의미다.


코카콜라 1캔의 당류가 27g이니 콜라를 1캔이라도 먹은 날은 설탕 권장량을 넘어버린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만 그럴까? 올여름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시즌 메뉴 비쥬얼이 너무 예뻐서 한번 주문해볼까 하고 검색했다가 큰 사이즈(프라페 종류라 큰 사이즈 밖에 선택이 안 된다.) 한 잔에 당 함량이 120g이 넘는 것을 보고 기함을 한 적이 있다. 카페에서 파는 음료의 당 함량이 오히려 더 높았다.


실제로 카페 음료의 당 함유량은 어느 정도일까?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스타벅스 음료 톨 사이즈(tall/355ml)를 기준으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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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 마끼아또 22g

카페모카 25g

자몽허니블랙티 30g

돌체 라떼 39g

자바 칩 프라푸치노 42g

시그니처 핫 초콜릿 5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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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맛에 비례하여 상당한 양의 당이 함유되어 있어, 일단 음료 한 잔이면 하루 권장량은 충분히 채우고도 남는다. 음료만 마신다고 해도 문제인데, 함께 곁들이는 빵이나 케이크, 쿠키와 같은 디저트도 당 함량이 높다. 당연하다. 마들렌을 만들 때만 생각해봐도 박력분 100g이면 설탕 또한 100g이 들어가고, 겉을 코팅하는 아이싱 또한 슈가파우더로 만들기 때문에 합치면 당 함량은 엄청나다.


게다가 매 끼니 섭취하는 음식에도 꽤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양념치킨, 돼지갈비, 냉면, 떡볶이, 짜장면 등. 특별히 달다고 느끼지 않은 음식들, 특히 매운 음식에까지 대부분 설탕이 들어간다.


만약 친구들과의 약속, 연인과 데이트를 하면서 점심으로 떡볶이 먹고, 매운 입 속을 잠재우기 위해 카페 가서 음료와 케이크를 마시고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신 달달한 소불고기에 밥 한 공기를 먹었다고 가정하자. 그날 당 섭취량은 도대체 얼마일까?


사실 (식단 조절을 하지 않는)평범한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를 못 느낄 메뉴이다. 한 끼 외식하고, 카페 갔다가 집에서 밥 먹었으니까. 예전의 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지금도 가끔 이렇게 먹지만 생각은 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달달한 디저트를 정말, 아주, 많이 좋아한다. 속에 가득 크림이 든 도넛이나 부드러우면서 폭신한 케이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쿠키는 당연하고 꾸덕꾸덕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약과나 달콤한 팥앙금이 가득 든 쫄깃한 떡까지 디저트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리지 않는다. 보통 디저트를 먹을 때 진한 차나 커피를 함께 마신다고 하는데, 나는 디저트의 달달한 맛을 충분히 즐기고 싶어 굳이 쌉싸름한 액체류를 끼얹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나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솔직히 마음껏 먹어본 적은 없다. 이차 성징 이후로 줄곧 통통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 원 없이 먹자니 양심의 가책을 느껴 스스로 조절하는 편이다. 아, 물론 나의 마음 껏과 여러분의 마음 껏은 다를 수 있다. 내 마음 같아선 케이크 1호 정도는 한자리에서 뚝딱할 수 있는데, 참고 참아서 1조각만 먹는다. 설탕이 발린 도넛 하프 더즌(6개)도 솔직히 커피 없이도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데 딱 1개만 먹는다.


게다가 누군가는 이해 못하겠지만(또 누군가는 100% 공감하겠지만)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 아무리 배부르게 밥을 먹어도, 후식으로 먹는 디저트는 또 들어간다는 의미다. 밥을 먹고 나면 꼭 달달한 후식이 먹고 싶고, 식사량과 상관없이 케이크 한조각쯤은 쉽게 들어간다. 식사 텀이 길어질 때면 꼭 간식이 생각난다. 회사에서 거의 90% 확률로 오후 3~4시쯤 과자를 찾는다. 점심식사가 소화되어 슬슬 배가 고파지기도 하고, 괜히 지쳐서 당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참고로 공복 상태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혹은 에너지가 부족할 때 당이 떨어졌다며 달달한 간식을 찾게 되는데, 실제 혈당 수치와는 큰 연관이 없다고 한다).


거의 뭐 슈가걸 수준인 나지만 당뇨 급행열차를 타고 싶지 않으므로 반드시 설탕을 줄여야 했다. 물론 설탕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당뇨병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류는 열량 대비 양이 적어 과식을 부르고, 과식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고, 비만은 당뇨병 발병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공식품을 먹을 때 영양성분표를 통해 당류를 확인한 것이다. 내가 평소에 얼마나 당류를 섭취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식사류는 확인이 어렵긴 했지만, 평소 먹는 간식류는 충분히 확인 가능했다. 자주 먹는 두유나 오트밀크, 쿠키, 비스킷, 아이스크림, 음료 등등 생각보다 많은 당 함량에 깜짝 놀랐다. 아니 두유에도 그렇게 당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 과일이나 음식에 든 당까지 포함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당을 섭취하는 건지 경각심이 들었다.


그리고 흰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 100% 현미로만 밥을 지어서 먹을까 했지만, 집안 어르신께서 직접 수확하신 쌀을 매년 보내주시니 그 정성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미와 밥을 1:1로 섞거나 기분에 따라 콩이나 보리 등을 함께 넣어서 밥을 한다. 당뇨 환자의 기본은 정제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것이니까.


덧붙여 빵도 통밀빵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는데 통밀 자체는 혈당을 높이지 않으나 빵을 만들기 위해 통밀을 곱게 간 시점부터 체내 흡수율이 높아 일반 식빵과 크게 다를 바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굳이 통밀빵을 고집하지 않고 어떤 빵이든 먹고 싶은 빵 2개 먹을 거 1개만 먹고 있다.


마지막으로 액상과당을 거의 끊었다(정말 먹고 싶을 때는 먹으니까 거의라고 표현한다). 워낙 초콜릿을 좋아해서 항상 카페에 가면 초콜릿 음료를 주문했는데 그걸 포기했고, 탄산음료는 탄산수와 제로 음료로 바꾸었다.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쌓아두는 빈도도 점차 줄여갔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시럽을 가공해 만든 인공첨가물인데 설탕보다 비용이 저렴해 많은 가공식품에 사용된다. 문제는 과당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 과당은 분자 구조가 설탕보다 단순해서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고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대체당 열풍이 분다는 것이다. 몸에 흡수가 안 되지만 단맛이 나는 알룰로스나 스테비아 등의 대체당을 넣어 만든 음료나 간식 등이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제로콜라, 사이다 정도였다면 요즘은 제로웰치스, 제로닥터페퍼는 물론 다양한 아이스티 제품도 제로로 나온다. 조만간 제로 밀키스도 나온다고 해서 기대 중이다. 또 대체당이 들어간 쿠키나 젤리, 아이스크림도 연이어 출시되고 있어 당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집에서도 알룰로스나 스테비아를 구비해 간식을 만들 때 활용하고 있다. 집에서 딸기를 으깨 우유에 넣고 스테비아를 넣어서 딸기라떼를 만든다든지, 직접 팥을 삶아서 알룰로스를 넣은 단팥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대체당을 요리에 써도 되는데, 대체당 특유의 공허한 단맛이 사라지진 않기 때문에 충분히 대체당에 익숙해지고 나서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아직까지 대체당이 들어간 요리는 거부감이 들어서 그나마 흡수가 적다는 자일로스 설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노력은 하지만 지금까지 익숙하게 먹었던 설탕을 한순간에 포기하긴 힘들다. 음료는 어떻게 대체할 수 있어도 달달한 디저트를 어떻게 포기해, 내가. 그래서 최대한 덜 먹는 쪽으로 나와의 합의를 봤다.


물론 처음에는 대체당으로 만든 음식으로 어떻게든 만족해보려고 했으나 제로쿠키 10개를 먹어도 생크림케이크 한 조각의 만족감을 채울 순 없었다. 결국 정신 차리고 보니 제로쿠키 10개에 생크림케이크 1조각까지 먹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제로쿠키 10개 먹는 대신 참고 참다가 생크림 케이크 1조각 먹기로 했는데 무조건 안 먹기보다 먹을 때는 제대로 먹고, 그 먹는 횟수를 조절하는 편이 더 만족도가 높았다.



지금도 나는 설탕과의 사투를 벌인다. 최대한 안 먹으려고 하지만 호르몬의 농간으로 단 음식이 미친 듯이 땡기면 나도 미친 척하고 초콜릿을 마구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냐며 케이크도, 과자도 실컷 먹는다.


그렇지만 항상 머릿속엔 당조절을 염두에 두고, 오늘 그렇게 먹어버렸으니 이제 다 끝났고, 나는 실패했다며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일은 적게 먹으면 된다. 어차피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데 오늘 한 번 더 먹었다고, 오늘 한 번 덜 먹었다고 큰 차이가 있으랴. 액상과당 음료 끊은 것만으로도 큰 실천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칭찬해주며 다독인다.


결국 승자는 꾸준히, 끝까지 줄여나가는 사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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