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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분 Jun 26. 2023

당신의 눈동자에 Cheers!

의뢰번호 20. 와인 잘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우리 이름은 칠월&차분! 탐정이죠.

내 '취향'이 없어서 주말이 무료한 여러분들을 위해 다양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의뢰번호 20. 와인 잘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얼마 전에 친구들과 파티하면서 와인을 처음 마셔봤거든? 와인은 떫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달달하고 맛있더라! 그래서 그 와인을 다시 사러 마트에 갔는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냥 포기하고 나왔어. 식당에서 와인 메뉴판을 봐도 어려운 말만 줄줄 쓰여 있어서 까막눈이 된 것 같아서 속상해. 나도 와인을 좀 알면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할 때도, 친구들과 가볍게 와인을 마셔보고 싶을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와인은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까?     


 취향사무소에서 와인 입문 방법을 추천해줘!



✨취 향 보 고 서 - 20✨

당신의 눈동자에 Cheers!


 레터에서 절대로 ‘술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 한 가지만 말하고 시작할게. “과도한 음주는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절대 음주를 권장하는 레터가 아니야! 


 혹시 코로나 이후로 주류 문화가 바뀐 거 알고 있어? 코로나 이전엔 회식같이 소위 말하는 ‘끝장을 보는’ 음주 문화가 많았다면, 코로나 이후엔 혼술, 그리고 과음하지 않고 가볍게 술과 음식을 즐기는 쪽으로 음주 문화가 변했대. 그러면서 좀 더 맛이 좋은(그리고 고가의) 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나는 이런 변화의 중심에 와인이 있다고 생각해. 


 가볍게 친구들과 한 잔 즐기기엔 와인만한 게 없지. 하지만 와인은 왠지 가격이 부담스럽고, 맛이 없을 것 같아 걱정되지? 이거 다~ 오해야. 만 원 대의 가성비 좋은 와인도 정말 많고, 달고 새콤하고 다양한 맛의 와인이 있어서 금방 취향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오늘 레터는 와인 입문할 때 가이드가 될만한 내용들 위주로 소개해볼게. 식당 와인 메뉴판의 한글이 외국어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면 입문하기에 충분하니까! 



 와인이 정확히 뭐야?!


 와인은 기본적으로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서 만든 술’이야. 직역하면 ‘포도주’지. 그런데 요즘엔 포도뿐만 아니라 과일, 약초나 꽃 등을 발효시켜 알콜을 함유한 음료로 만든 것들을 총칭해서 부르기도 해. 와인은 ‘서양 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도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있어. 특히 한국 와인은 포도 외에도 복분자, 오미자, 복숭아, 자두, 감, 사과 등 다양한 과일로 와인을 만들지. 와인 생산 국가나 지역에 따라 나누기도 하는데 그건 건너뛰자. 입문자에겐 그런 건 필요하지 않아. 


 와인은 비싸고 오래될수록 좋아?

 비싼 것 중에 안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생각이 나질 않네. 와인도 비쌀수록 좋겠지. 그렇다고 해서 몇십만 원짜리 와인으로 와인에 입문하겠다고? 우린 그걸 부자라고 불러요. 친하게 지내요…!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못 마신다’라는 비싸고 귀한 와인들은 오히려 와인 입문자에겐 떫고 오묘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가볍게 시작하자! 취향을 찾아가며, 입맛을 업그레이드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테니까. 저렴한 와인은 엉터리냐고? 절대 그렇지 않아. 정말 맛있고 가성비 좋은 와인들도 아주 많아. 시작부터 서양 막걸리에 큰 돈 쓰지 말자. 


 그리고 와인은 오래될수록, 숙성시킬수록 좋다는 얘기가 있지? 놉! 숙성할 수 있는 와인은 소수고, 대부분은 오히려 상해. 즉, 내가 마트에서 구매한 와인, 특히 가격대가 낮은 와인을 오래 묵혀두면 그냥 상할 뿐.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냥 바로 사서 야무지게 마시자. 



  그러면 와인은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마음에 드는 와인을 찾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볼게.  

 

 1. 묵직한 맛, 높은 도수 ‘레드와인’ vs 가볍고 산뜻한 ‘화이트와인’

 색으로 구분하는 게 가장 간단하지. 적포도로 만드는 와인은 레드와인, 청포도로 만드는 와인은 화이트와인으로 분류해. 레드와인은 적포도의 과육과 씨앗, 껍질을 으깨서 만들기 때문에 약간 떫은 맛(타닌 성분)이 있는 게 특징이야. 숙성할수록 깊은 맛이 올라오고 보편적으로 화이트와인보다 알콜 함량이 높아.


 화이트 와인은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압착한 즙을 발효시키기 때문에 색이 맑아. 떫은맛이 덜하고 대부분 상큼하고 깨끗한 맛이라, 목 넘김이 부드럽고 산뜻한 걸 선호한다면 화이트와인으로 입문하는 것을 추천할게.



 2. 맛있는 음식과의 궁합, 페어링에 따라 골라보기

 와인을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즐기는 것을 ‘페어링’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입문 방법이지. 보통 돼지, 소, 양 등 육류와는 레드가, 해산물, 조개, 생선에는 화이트가 잘 어울린다고 해. 그런데 입맛엔 정말 정답이 없거든. 내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지! 나는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을 먹을 때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화이트와인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고. (평소에 새콤한 상추 겉절이 좋아한다면 이 조합 완전 추천!) 


 어떤 페어링이든, 술과 음식의 ‘공통점’을 찾아 매치하는 건 실패하지 않지. 달콤한 요리에는 달콤한 와인, 부드러운 식감의 음식엔 가벼운 와인, 육향이 진한 음식엔 향이 진한 와인처럼 와인과 음식에 공통점이 있다면 잘 어울릴거야. 내가 절대 실패하지 않는 꿀조합이라고 항상 추천하는 페어링 방법이 있는데, 그 생산지의 특산물, 대표 음식(혹은 기후와 식문화가 비슷한 곳의 음식)과 페어링 하는 거야. 이건 전통주도 마찬가지야. 안동소주는 안동사과와 마시면 얼마나 맛있다고! 


 “찾으시는 와인이 있으세요?”라고 묻는다면, 페어링을 생각해 안주를 이야기하며 추천받아보자. “오늘 조개찜을 먹을 건데, 담백한 음식과 어울리는, 너무 무겁지 않은 와인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되겠지. 오, 전문가 같아. 사실 마트 와인코너만 가도 추천 음식 다 적혀있어.



 3. 외길 인생! 품종과 나라, 지역에 따라 한 놈만 판다!


 입문자용 와인은 하나의 품종을 사용하기보단 두 종 이상의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을 거라서 포도 품종을 소개할 필요는 없지만, 맛있게 마셨던 와인과 같은 와인을 찾기 어려울 때, 같은 품종의 다른 와인을 마셔보면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와인병에 붙어있는 ‘라벨’엔 와인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어. 포도 품종, 생산 연도, 지역, 나라, 생산자명까지 모두 확인이 가능해. 나라나 연도야 딱 보면 알겠는데,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이상한 말이 적혀 있다면? 그건 포도 품종이야.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멜롯)’,‘피노 누아’,‘말벡’ 등은 레드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이고, ‘샤르도네’, ‘모스카토’, ‘리슬링’, ‘쇼비뇽블랑’ 등은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이니까 라벨에 이런 이름이 적혀있는데 입맛에 맞았다면 다음번엔 같은 품종으로 만든 다른 와인을 마셔보는 식으로 취향을 찾아보면 좋아. 요즘 나는 화이트 품종의 샤르도네(샤도네이) 도장 깨기 중. 그리고 이건 오차가 좀 있지만, 병 모양이 비슷하면 맛도 좀 비슷하더라.




 오늘도 레터가 정말 길어졌네. 나도 나눠서 레터를 써볼까 고민도 했는데, 그 정도로 깊은 견해를 갖고 있지도 않고, 어려울 것 같아서 와인에 입문하기 좋은 방법 몇 개만 소개해봤어.


 이정도로 와인을 마스터할 순 없겠지만, 와인을 고르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마지막으로 와인의 원산지에, 품종에, 가격에 집착하지 말자. 와인은 사치품이 아니야!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취향탐정단의 평가

 나는 술을 좋아하지만, 한 가지 원칙은 있어. 기분이 나쁠 땐 술을 마시지 않는다! 즐거운 자리에 반주 정도만! 술은 기분 좋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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