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번호 35. 터프팅을 배워보고 싶긴한데...
우리 이름은 칠월&차분! 탐정이죠.
내 '취향'이 없어서 주말이 무료한 여러분들을 위해 다양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의뢰번호 35. 터프팅을 배워보고 싶긴한데...
요즘 예쁘게 집을 꾸며보고 싶어서 몇 달째 온라인 집들이 사진을 모아놓은 곳을 매일 들여다보는 중이야. 사진을 보다 보니 털이 보송하고 디자인이 귀여운 러그나 거울이 자주 등장하더라고. 나도 하나 갖고 싶어 알아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쏙 드는 걸 찾기 은근히 어렵더라. ‘혹시 내가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나?’ 싶어 검색해보니 ‘터프팅 공예’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대! 그런데 원데이클래스 치곤 가격이 조금 있어서 좀 망설여지네.
취향사무소에서 터프팅클래스를 소개해줘.
✨취 향 보 고 서 - 35✨
총으로 쏘는(?) 공예가 있다?
터프팅 공예는 다양한 굵기와 색상의 실을 ‘터프팅건’에 걸어 천에 자수를 새겨 작품을 만드는 공예야. 총처럼 생긴 터프팅건으로 자수를 ‘쏘는’ 과정이 시원시원해서 요즘 아주 인기지만, 공예 자체는 아직 조금 생소한 편.
나도 터프팅 공예는 유튜브로 처음 봤어. 보자마자 “나도 해보고 싶어!!!” 라며 일단 당근마켓에 터프팅건 키워드 알람을 해놓고 알아봤지. (절대 중고가 안 나올 것 같지? 놀랍게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중고품이 나와) 그런데 간과한 게 있어. 러그를 하나 만들려고 해도 실이 한 종류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 ‘아! 이건 집에서 해결할 게 아니다’ 바로 깨닫고, 원데이클래스를 벼르고 있었지!
지인에게 터프팅으로 귀여운 미니 무드등을 만들어볼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약 완료! 둘이 함께 경기도 안산에 있는 <루아프스튜디오>에 방문했어. 아! 이번 클래스도 역시 내돈내산이야. 내 지갑아 힘을 내! 아직 난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넓은 공방 한쪽에 가득 전시된 알록달록 실타래들만 구경해도 벌써 눈이 즐겁다. 다른 수강생들이 작업 중인 작품들을 슬쩍 구경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으면, 선생님이 터프팅 공예와 터프팅건에 대한 설명을 해주셔. 터프팅 공예는 ‘터프팅건’이라고 하는 총처럼 생긴 기계를 사용하는데, 앞쪽엔 가위가 달려있고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안전교육은 필수. ‘실을 갈아 끼울 때는 무조건 전원은 끌 것!’
직선, 곡선, 면 채우기 등 터프팅건을 사용하는 방법을 차례로 배우면서, 터프팅건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해. 터프팅건 앞쪽의 노루발이 천에 닿을 때까지 완전히 밀착시키고, 천과 터프팅건이 직각이 되도록 든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며 움직이는데, 터프팅건이 은근히 무겁더라. 오래 작업하면 팔이 좀 아플 것 같아. 큰 작품을 만들 때는 각오가 필요하겠다. 선생님도 한 시간 넘어가면 좀 힘들다며, 전완근이 커졌다며 웃으시더라고. 선생님, 클라이밍 해보실래요?
직선은 생각보다 쉬워서 ‘오 재능이 있나?’ 우쭐했지만 다음 곡선에서 바로 현실 자각. 방향 조절이 제법 어려웠어. 속도에 따라 땀의 크기나, 밀도가 달라져서 그걸 조절하는 게 관건이야. 터프팅 공예의 제일 좋은 점은 수습이 된다는 점. 잘못 쏜 실은 그 부분만 뽑아서 수정하면 된대! 수습할 수 있으니 부담가지지 말고 즐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감사합니다. 마음 놓고 뽑아보겠습니다!
충분히 연습했다면 이제 원하는 도안을 그려주면 돼. 선생님께 몇 가지 도안을 준비해주셔서 그 도안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고, 자유 도안을 만들어도 괜찮아. 우린 자유 도안을 선택했는데, 이 시간이 늘 어려워. ‘제발 간단하게 만들어서 실력을 들키지 말자’의 자아와 ‘그래도 귀여운게 좋아’의 자아가 충돌하는 시간. 결국 또 후자의 승리. 후회는 뭐 30분 뒤의 내가 하겠지.
오늘 클래스는 작은 무드등을 만드는 거라 네 가지 내외의 실을 사용하는 간단한 도안이 좋다고 하셔서, 나는 요즘 푹 빠져있는 귀여운 쿼카를 도안으로 선택했어.
완성된 도안은 천에 옮겨준 뒤 본격 터프팅 시작! 연습할 때 선생님이 잘한다고 해주셨으니 자신감 충만한 상태로 시작했는데, 연습이랑 아주 다르네? 내가 그린 선은 저기 보이는데 어째서 그 선을 따라가지 못하는가. 운전 미숙. 초보운전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시원하게 다다다닥 총을 쏘는 걸 기대했는데 찔끔 움직이고 급브레이크 반복. 조금만 삐끗해도 내 쿼카의 귀가 사라질 위기라 잔뜩 힘을 줬더니 손에 땀도 잔뜩. 어깨도 뻣뻣. 이야 이거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크다.
내가 곡선이 많은 조금 어려운 도안을 그리기도 했고(초보가 말이야), 선생님 말씀으론 오늘 진행하는 무드등 클래스에 사용되는 도안이 작은 편이라 좀 더 어렵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 말씀해주시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큰 거 할걸.
어찌어찌 난관의 곡선을 지나니 이제, 면 채우기만 남았어. 여기서부터는 시원한 속도로 다다다닥 총을 쏠 수 있어. 빠르게 직선으로 면을 채워나가는데, 아니 이렇게 스트레스가 풀리다니!! 터프팅건을 쏘는 것도 신나고, 면이 빠르게 채워지는 이 속도감이 쾌감 그 자체! 이 면을 십자수로 한 땀 한 땀 채웠을 생각하니 아찔한데, 터프팅은 5초 컷! 성격 급한 나한텐 정말 딱이다. 시원시원하다! 색칠하듯 면을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귀여운 쿼카 완성.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는데, 다 채워보니 그럴싸하네. 마음에 들어.
완성된 도안 뒷면에 라텍스를 발라 마감해주면 기본 작업은 끝. 보통은 자연건조를 해서 거울이나 러그는 당일 수령이 어렵지만, 무드등은 사이즈가 작아서 히팅건으로 말려준대. 10여 분 말려주면 잘 마르더라.
이제 마지막 단계! 남은 테두리 천을 자르고, 높이가 다른 실을 정리해주면 되는데, 이 과정을 ‘카빙’이라고 해. 터프팅 공예는 터프팅건을 쏘는 것만큼 이 카빙 작업도 중요한데, 나는 이 작업이 적성에 진짜 딱이었어.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도 힐링 되고 다듬을수록 예뻐지는 작품을 보면 가위질을 멈출 수가 없어. 타협이 조금 필요한 시점. 타협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아.
무드등 갓에 완성한 작품을 둘러주면 완성. 세상에 너무 귀엽다. 사실 쿼카는 사라지고 불에 그을린 피카츄 같은 녀석이 되어버렸지만, 조금 망충하고 해맑은 이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어. 아주 귀여워. 또 사랑에 빠졌어.
클래스를 마무리하고 공방을 나오니 벌써 세 시간이 훌쩍 지났더라. 제 시간 누가 잡아먹었나요? 친절한 선생님 붙잡고 떠드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리기도 했겠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더 큰 작품을 만든다면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터프팅건의 무게 때문인지 왠지 배도 고프고 살짝 피곤했어.
터프팅공예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그거 생각보다 비싸던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원데이클래스 치곤 단가가 있는 편인 건 사실이야. 그런데 막상 클래스를 해보면, 수업에서 사용하는 실의 퀄리티가 좋고, 작은 소품 하나에도 쓰이는 실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재료비만 생각해도 클래스 비용이 이해돼. 이유 없이 비싼 금액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 인터넷에 저렴한 러그 있던데, 그거랑 비교하면 비싸다고? 어허! 수공예인 맘 찢어지는 소리.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게 더 재미있는 매력적인 공예니 한번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조금 가격이 비싸도 내가 만든 아주 예쁜 작품이 생기잖아? 나도 혹시나 안 맞을까 봐 작은 작품부터 도전해본 건데, 막상 체험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에 홈카페 앞에 둘 귀여운 러그를 꼭 만들어보고 싶어졌어. 대신 꼭 쉬운 도안을 골라야지!
▶취향탐정단의 평가
모든 클래스에서 제일 어려운 건 “자 도안을 자유롭게 그려보세요”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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