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히스테리'는 이집트 최초의 의학 기록 카훈 파피루스에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이 기록에서 성적으로 만족되지 않은 자궁이 몸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증세를 히스테리로 본다고 하였다.
최근 나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만 같다. 연애를 시작한 지 삼주차가 되어도 아무런 스킨십의 유출과 유입이 전무하기 때문이었을까가 아니라, 때문이다. 히스테리는 자궁의 기능이 잘못돼 생기는 현상이라고 간주되어, 주로 결혼하지 못한 여자들이 짜증을 많이 부리게 되면 이를 '히스테리 부린다.'라고 일상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나는 27세에 아주 작은 히스테리를 앓고 있다.
누군가는 발랑 까졌다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27세와 33세 사이에 손잡기를 제외한 스킨십의 유출입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한쪽은 당황스럽다. 오늘까지의 한국문화를 보아왔을 때, 그 한쪽이 여성이라면 더욱더 당황스러워진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사당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돌아가는 내 남성분의 귀갓길을 환송해 주는 와중, 그분의 볼이 반짝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분명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공공장소는 아니지만,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장소(버스정류장)에서 그의 볼에 1초간 내 입술이 머물렀으면 하는... 발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오래 품고 있었던 탓이었을까, 차마 실행할 용기는 안 나고, 내 남성분을 바라보니, 남성분은 어느 순간 눈치를 챘다는 듯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다.. 들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자리에서 나는 도망치듯 헐레벌떡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날 이후의 우리는 스킨십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사이가 되었다. 나의 창피함을 묻어두기 위해서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초기에 스킨십이 전무하다니.. 이 사실을 믿기 힘든 6살 연하의 나는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혹시, 조심스러운 사유가 있을까요?" 나이가 당신보다 어려서인지를 물어보았지만, 그와 나의 나이차이는 그의 생각 속에는 고민으로 자리잡지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네요."라고 할 뿐. 그렇다면, 더더욱 그를 이해할 수 없는 노릇. 그 뒤로 치마도 입어보고, 자그맣게 신체적 매력을 어필하는 나의 노력과 다르게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남성분의 스킨십이 없어 고민하게 되는 27세의 혈기왕성한 여성. 다른 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뽀뽀면 되는데, 그게 힘든 거다, 지금. 소개팅에서 연애로 넘어간다고 해도 쉽지 않은데, 이거. 혹시 마음이 그만큼 차지 않아서 그런 걸까. 도무지 33세의 내 남성분을 이해하기는 힘이 든다. 다음번에 만나면.. 다시 입술박치기 도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