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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Mar 04. 2024

연애 #3-5

손잡기

누군가와 내 몸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일은 무척 떨리는 일이다. 단순히 스치기만 해도 얼떨떨한 마음인데, 오늘은 그와 손을 맞잡았다. 그의 고유한 온기가 나와 맞닿은 부분을 통해 은은하게 전해져온다. 따뜻하다 못해, 내 심장까지 간지럽힌다. 강아지풀의 촉감을 가진 그의 손은 스물 일곱의 나를 일렁이게 한다. 마치 CT 촬영을 위해 조영제 약물을 투여했을 때의 그 화한 느낌과 일치한다 할까. 스킨십을 통한 사유 있는 도파민 분비는 나를 이롭게 만든다.


사실상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에, 손잡기와 관련된 이런 글을 적는 나 또한, 믿기기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그러한 힘이 있다. 나에게, 그에게, 첫사랑이 있고, 두 번째 사랑도, 세 번째 사랑도 있을 거다. 다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모르는 누군가를 신뢰해보고, 기대도 해보며, 의심 아닌 호기심을 가져봄으로써, 그렇게 각자의 n번째 사랑이 태어난다.


수족냉증인 나의 손을 꼬옥 잡은 그의 손의 이끌림에 따라 길을 걸었다. 인파가 많은 광화문에는 가끔 길을 틀어야 할 때에도, 손을 놓아야만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잠시 숨고르기를 통해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나와 조금 더 밀착해서 좁은 공간을 빠져나오기도 하였다. 나이와는 무관하게, 스킨십의 점도와 강도와는 상관없이, 스물 일곱살에도 나는, 누군가와의 손을 맞잡음으로써 떨릴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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