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를 관람하며
파묘가 대세다. 김고은과 최민식, 그리고 유해진 동시출연작인데 이 어찌 오컬트라고 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공포영화를 보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대배우들의 선택작이기에 영화관으로 내 남성분과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하나가 아닌, 둘이서 영화를 보는 건, 설레기보다는 꽤나 불편한 상황이었다. 옆자리에 아는 이가 아닌, 사랑을 나눌 만한 이가 있다는 건 완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되지 않는다. 나의 발성과 숨소리, 어느 정도의 스킨십을 신경 쓰기 좋은 제약이라고 해야 할까나.
힐끔힐끔 그를 쳐다보았다. 다이묘가 나오는 장면에서 그는 두 팔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는 행동을 하였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웃음과 함께 나는 영화에 집중하지 않고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고, 나는 그때부터 옆자리에 앉은 내 남성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컬트를 좋아하지 않는 그에게, 선뜻 제안을 했지만, 나보다 집중해서 작품에 집중하고 계시는 그분은 오금이 저리게 앙증맞았다.
그의 커다란 숨소리에 맞춰서 나 또한 숨이 쉬어진다. 하나(들숨) 둘(날숨), 이 아니라, 하나(들숨) 둘(들숨) 셋(날숨)이 한 세트였던 그의 호흡순환 주기를 따라가며 그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인상이 굽혀졌다, 풀어지고, 눈이 동그래졌다가, 가로 낳게 찢어지곤 한다. 그는 광음과 함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도 한다.
발단-전개-위기-절정이 끝나고, 결말에 이르니, 그의 표정 또한 인자해졌다. 앗, 나는 위기부터 그를 유심히 살펴보느라 완전히 놓쳐버렸다. 관람 실패다. 다만, 그의 속성을 알아내는 데 있어서는 성공이다. 난, 그를 더욱 좋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단지 미디어 시청을 같이 했을 뿐인데, 한 명은 또 다른 한 명에게 빠져들었다.
영화는 단순히 연인들에게 있어서 시간 때우기 용도가 아니다. 각본에 있는 흐름대로 무의식을 따라가는 상대를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영화시청은 단순한 연애 활동에 일부이겠지만, 지금처럼만 변하지 않고 그를 관찰할 수 있는 용기와 관심만 있다면,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준다.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처럼, 너와 단지 함께 한다면, 행복한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