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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솜 Jun 30. 2022

<다능인의 성장 기록>29살에 시작한 첫 사회생활 01

나름 신입사원의 일기일 수도?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동시에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이리저리 방황하며 여느 때와 같은 나날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크게 변한 게 없기도 하니까.(아닌가. 이 정도면 많이 변했나.)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때는 정말, 모든 것이 불안했었다. 지금처럼 퇴사, 프리랜서, 프리 워커 등의 키워드가 유행하던 때도 아니어서 나 혼자 다른 길을 가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망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 길을 택했다. 사회경험은 고사하고 흔하디 흔한 대외활동이나 동아리조차 해보지 않았던 내게, 편입 전에는 학점과 토익 점수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신입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 행복을 유보했던 내게, 편입 후에는 기쁨에 젖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느라 바빴던 내게, 다른 길은 '영양사 취업'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즉 영양사 하기가 죽기보다 싫어 그 불안정한 길을 택했더랬다. 


 프리랜서였지만 계약한 회사가 있었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큰 금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당시엔 몰랐지만 다른 일을 해보니 알겠더라.) 물론 중간에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이 느껴져 공부도 해야 했고, 컴플레인으로 개인 상담도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식품과 영양>에 대한 내 관심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일을 하며 느껴지는 보람이 꽤 컸기에 괜찮았다. 물론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그 일을 지속하는 데 크게 한몫했다. 


 때때로 불안하기도 했다. 직업 자체의 안정성을 떠나서,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았는데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았다. 내가 사회성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할 기준조차 없었으며 각종 소모임을 나가며 인간관계가 원활히 굴러갈 때는 '이 정도면 문제없지' 하다가도 그 당시 내가 갖고 있던 고질적 문제인 회피형 성격으로 사람들의 연락을 피할 때면 슬그머니 두려워졌다. 나 사회생활 제대로 못하는 거 아냐?


 그러나 이것도 2~3년 차까지의 이야기다.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런 불안감도 사라졌고 '사회성' 자체가 내게 중요한 키워드가 아니게 되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외주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다른 업무가 들어오기도 했고, 모두 무리 없이 진행했으며, 더는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았다. 


 그쯤에서 영상편집을 시작했다. 좋아하던 일이었고, (돈과 시간만 날려버렸던) 각종 취미생활에 지쳐 이번에는 꼭 돈을 벌어보겠다는 목표도 있었고, 투잡으로 가져가기 괜찮다는 생각도 있었다. 실력과 별개로 일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그 산을 낑낑대며 하나씩 넘어가고 일을 받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구인공고를 찾아보고 여기저기 지원해보고. 시간 개념 없는 사람들은(영상 업계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정말.) 밤이건 새벽이건 연락을 해오고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말없이 잠수를 타고 지원했던 업무와 다른 전혀 생뚱맞은 업무를 이야기하고 유튜브 편집 하나에 하청에 하청까지... 이런 것들에 서서히 지쳐가면서도 그런 나를 방치하고 '언젠가는 잘되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질문 하나를 받게 되었다. '그럼 최종 목표는 뭐야?' 


 나는 딱히 목표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간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며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그제야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지금처럼 살면 그 끝에 나는 뭐가 되어 있을까?' 


 실력이 뛰어난 유튜브 편집자? 내가 원하던 미래는 아니었다. 실력이 좋아지고 돈을 많이 받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애초에 나는 편집 일을 투잡 개념으로 시작한 거였으니까. 그보다는 편집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기획하고, 찍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모션그래픽을 만들고... 모든 게 재밌었다. 겉핥기 식으로 해서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니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뭐가 나한테 맞는 건지. 어쩌면 다방면으로 얕게 관심을 가져왔던 그동안의 나날처럼 어느 정도에서 멈출 수도 있지만, 그럼 조금씩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고. 


 하지만 혼자서 다른 일을 시작할 기회가 보이지 않았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일같이 관련 공고를 찾아보다가, 나는 경력이 없으니 안될 거라 지레 체념하며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날이 계속됐다. 그때쯤 우리 집에 언니가 잠시 와서 머물렀고, 이런저런 이유로 취업을 강행시켰다(?) 지금의 회사를 가기 전까지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테니 각설하고, 어쨌든 <콘텐츠 PD>라는 직무로 합격을 하고, 첫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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