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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군 Jan 30. 2017

끝까지 간다

Take #04. <끝까지 간다>,잘 만들어진 오락영화

*이 글은 본래 2014년 5월 10일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입니다.

*언론시사회 관람 후, 정식 개봉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오늘 이 영화관까지 오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다시 이 자리까지 서는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의 인사말이다. 이 영화에 임하는 감독의 태도이자, 그 고민의 흔적이 담긴 시간이라 여긴다. 딱 이 시간 동안, 한국영화시장은 제법 우여곡절을 겪었다. 00년대 초, 1000만 영화가 하나, 둘씩 나타나면서, 부흥기를 누렸었다. 스크린쿼터제도가 한미 FTA의 쟁점 안이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이었다. 하지만 07년 초, 한국영화 점유율은 30%선이 무너지면서 위기론이 제기되었고, 수도 없이 많은 영화가 DVD 시장으로 직행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현상 속에,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일부 규모가 큰 영화가 독식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소규모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피어났다. 수치상의 점유율의 이면의 그림자에게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다시 근 몇 년, 이른바 괜찮은 영화들이 다시 스크린에 올려지고 있다.

하 나 더 얻은 것이 있다면, 경험적 성장이었다. 이전에 소극적인 투자 속에서 만들지 못하던,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고, 노하우가 쌓였다. 이는 스크린 만이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속도감 있고 탄탄한 이야기들이 그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끝까지 간다>의 경우, 매력적인 이야기 구성 그리고 빠른 호흡의 정점에 있는 영화다. 주인공 이선균, 극 중 고건수는 영화 시작부터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부딪힌다. 아니 시작 이전부터 사건의 중심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마주하는 일들은 긴장감을 더 배가 시킨다. 영상의 호흡도 한몫한다. 극 초반, 고건수가 시체를 숨기는 장면까지는 마치 하나의 시퀀스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을 풀어주지 않는다. 

 
 ‘스크린에서 보았을 때, 배우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냉정했다.’ 그리고 ‘액션의 노하우는 진짜 아픈 것’이라는 감독과 배우의 웃음기 어린 농담은 이 영화의 힘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시원시원함을 대변하는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진짜 아프겠다.’였을 정도니 말이다. 더불어 두 배우가 주고받는 합과 대화는 마치, <나쁜 녀석들>과 같은 버디무비를 보고 있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한다.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의 피식피식 거리는 웃음과 소소한 매력이다.

 다만 아쉽게도 조진웅, 극 중 박창민의 등장 이후 긴장감이 조금 느슨해진다. 여전히 영화 전반의 호흡은 빠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 뒷부분으로 향할수록 두 배우의 액션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단순한 액션의 반복으로만 여겨지기도 한다. 시나리오 상 제 3의 인물이 있었으면 어떠하였을까라고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도 기자 간담회에서 ‘왜 여자배우를 쓰지 않았는가?’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쓰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선균, 조진웅은 두 배우는 충분히 스크린을 채우지만, 두 캐릭터는 그러지 못했다. 둘 사이를 조율하고, 이야기의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공공의 적>의 산수와 같은 인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창민 자체의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캐릭터 자체의 혹은 조진웅이라는 인물의 역할 일 수 도 있다. ‘조진웅이라는 배우의 개런티 때문이라도 박창민을 빨리 죽일 수 없었다’는 한마디는 배우와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에둘러 드러내는 것일지 모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스크린 안에서 박창민의 위압감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이 영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라는 감독의 한 마디는 이 영화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재미있게 즐겨보면 되는 액션 영화라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며, 그 정도 값어치는 여유롭게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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