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경영이론 강의

01-통합경영이론 소개

by 화평 이대근

[통합경영이론 강의 이유]

금융부문 공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하면서 나름 치열한 고민과 학습을 한 결과 적어도 우리나라 공공부문에는 "자기조직화 경영"이 적합하며 또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기업의 많은 직원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좋은 급여와 복지를 누리면서, 소위 신의 직장에 다니면서도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 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와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서 고객에게 제대로 된 가치제공(Value Proposition)을 하지 못하고 결국 조직의 존재목적 달성과 지속성장에도 기여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인간은 원래 탐욕적이어서 통제하지 않으면 가능한 적게 일하고 많이 향유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충분히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불만과 불평을 가지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공기업을 방만이나 혹은 적폐라는 단어로 폄훼되는 이유 또한 과연 조직원의 의식과 태도로 인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공기업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 말하자면 관료화 조직으로 인한 것이고 조직원의 의식과 태도 때문은 아니다. 관료화 조직은 조직원을 시키는 대로 일하고 고민 없이 정해전 규정에만 따르도록 만들기 때문에 조직원 개인이 이를 극복할 수 없다. 만약 용감하게 이런 조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저항한다면 일부 동료의 공감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조직 내에서 왕따가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찾아낸 바람직한 경영 방안이 바로 자기조직화 경영이다. 자기조직화 경영은 조직원 스스로 조직의 미션에 근거하여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조직원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관리자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 결과 조직원은 각자 나름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며, 아마도 "꿈의 직장(DWP, Dreamable Work Place)"라고 부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혁신이 필요한 공기업이라면 자기조직화 경영이 적합하다. 무엇보다 자기조직화 경영은 고통 없는 혁신이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자기조직화 경영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자기조직화 경영 사례를 묶어 첫 번째 책인 "나는 이렇게 공공기관을 혁신했다"에 제시했다. 공공기관 경영진이나 참모들에게 특히 적합한 책이다.

경영진이 경영을 주도하지만, 자기조직화 경영에서는 조직원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조직원은 왜 자기주도적 혁신을 해야 할까? 두 번째 책인 "사랑한다면 분노하라"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 모두에게 일과 직장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그래서 직장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직장에서 업무와 역할은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다. 그래서 조직원은 자신의 바람직한 역할을 저해하는 것들에 대해 직장인의 권리로써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자기조직화 경영의 개요]

자연계의 모든 유기체는 외부의 환경변화에 능동적, 자발적으로 대응하면서 생존 혹은 도태된다고 한다. 생존에 최적의 상태는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현재 생존에 최적의 상태인 경우에도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해 나가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자연계의 생존 경쟁에서 차선은 최악과 동일하다. 물론 외부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여건에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아마도 기린은 처음부터 높은 가지의 잎을 먹으려는 단 하나의 전략적 목표로 생존의 도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노력 과정에서 목을 길게 만들 수 있는 내부의 역량과 높은 가지의 잎이 많다는 외부 환경이 잘 어울렸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기린이 생존하고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높은 가지의 잎은 초식동물의 생존에 매력적이기 때문에 여러 동물들이 긴 목에 도전했겠지만-어떤 동물은 기린보다 더 치열하게 도전을 했을 것이다- 기린의 신체 구조가 목을 늘리기에 가장 유리했기 때문에 기린이 최종적으로 경쟁에서 이겼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린이 이렇게 환경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기린의 여러 기능들이 스스로 대응력을 가진 결과라는 점이다. 기린의 두뇌가 여러 대응방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목을 길게 만드는 것이 최선으로 생존전략으로 판단을 했고, 그래서 목뼈나 목의 근육에게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한 것이 아니다. 높은 가지의 잎을 먹을 위한 본능에 충실한 치열한 노력의 자연스럽게 목이 스스로 반응하여 길어졌을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조직 또한 자연계에서의 유기체처럼 조직원 모두가 스스로 상황에 최선을 다할 때 조직은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각하여 조직원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적응력을 갖도록 만드는 것 혹은 이런 조직을 지향하는 것이 자기조직화 경영이다. 이미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기조직화 경영과 동일한 맥락으로 경영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애자일이나 린스타트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할 때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한편, 공공기관의 경우 자기조직화 경영이 특히 적합하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 이유는 첫째, 낙하산 경영자의 경우 조직과 비즈니스를 잘 모른다. 그러므로 조직원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경영인 자기조직화 경영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의 임원과 관리자들은 연공서열로 승진을 한다. 역량보다는 처세술이 중요시된다. 말하자면, 시키는 대로 일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임원과 관리자들이 바람직한 변화와 혁신을 견인하여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셋째, 우리 사회의 노령화 상황에 대응하는 적합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공공기관은 충분히 관료화 혹은 정치화되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관료화가 단점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수의 엘리트가 조직을 견인하는 것이 올바른 생존전략이라는 주장과 성공 사례도 있다. 또한, 공공기관의 경우 사장의 낙하산 임명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공서열도 공공부문의 경우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노령화 직원도 공공부문에서는 전문가로 역할이 가능하다. 예컨대 노령화 직원의 경우 조직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누적된 실패 경험을 통해 올바른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낙하산 사장이 올바른 지향점을 제시하여 노령화 직원을 활용한다면 쉽게 개선이나 혁신에 성공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낙하산 사장의 지혜롭지 못한 경영이 관료화된 조직문화와 결합되면서 부작용을 증폭시켰고 악순환되는 사태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것이고, 바로 자기조직화 경영이 유효한 경영혁신의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조직이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고 시장이 다르고 고객이 다르다. 사장의 경영 스타일도 다르고 조직문화 또한 제각각이다. 어느 초일류 회사의 성공 사례가 모든 조직에 잘 맞을까?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실패한다. 자기조직화 경영 또한 마찬가지로 만병통치 수단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방만한데 자율을 주면 더 방만해질 것이다" 혹은 "자기조직화 경영은 경영자의 역할을 방치하는 것이고, 직무유기인 것은 아닌가?" 혹은 "소신을 갖고 조직원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리더의 본모습이다" 등과 같은 주장도 충분히 가능하며,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자기조직화 경영은 옳고 그름의 개념이 아니다. 공공기관 등의 조직이 현재의 관료주의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서고 극복하기 위한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영에 대해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기조직화 경영에 대한 설명 혹은 대화는 쉽게 나아갈 것이다. 나아가 조직별로 처해진 내외부의 상황에 적합하도록 자기조직화 경영을 적용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편하게 논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통합경영이론 강의를 구상하게 되었다.

흔히 통합이란 만병통치약처럼 단 하나의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통합경영이론 또한 고차원적인 하나의 성공 이론이라고 오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통합경영이론은 그런 관점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경영이론은 많다.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조직이 나타나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이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경영이론은 과거의 대단한 성공을 이룬 조직의 경영 사례를 분석하여 논리적으로 이론화한 것이므로 검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개별 조직에 적합한 것인지의 관점에서 보면 한계가 있다. 50년 전의 이론이라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반면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론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성공한 그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우리 조직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이렇게 경영이론이란 그것이 우리 조직에 적용할 때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날지를 알아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판단은 개별 경영이론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어떤 경영이론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론들과 어떤 상호 작용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통합된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나는 통합경영이론이라 부른다.

모든 경영이론에는 공통적인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경영이론은 내부의 여건과 외부의 상황에 따라 유효한지 여부가 결정된다. 말하자면, 이론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이 아니라 상황이나 여건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논리성에 매몰되면 안 된다. 예컨대 과거 식스 시그마 이론의 경우를 보면, 이론의 논리적 구성에는 잘못된 부분이 없으며 지고지순하다. 그런데 실제로 식스시그마 이론을 채택한 조직 중에 성공한 사례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실패했다. 학습조직이론, 고객만족이론, BSC이론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애자일과 린스타트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유행인데, 아마도 앞으로 10년 간은 많은 조직이 채택할 것이다. 그리러 대부분의 조직은 결국 실패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론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혹은 실행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입하는 조직의 내부 여건과 외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론 그대로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을 뿐이다.

둘째, 상호작용이 생긴다. 조직의 경영은 많은 활동으로 구성된다. 사실 CEO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직장 내에서 서로 주고받는 모든 말과 행동이 곧 경영활동이다. 그리고 모든 경영활동은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시너지로 작용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상쇄 혹은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한다. 성과평가가 전형적이다. 조직이나 개인에게 목표치를 주고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이유는 목표 달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평가가 평가만으로 끝나면 누구도 평가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가는 보상으로 연계가 된다. 그런데 평가와 보상이 연계되면 시너지 혹은 역효과가 생긴다. 엄정한 평가와 과도한 보상은 더욱 큰 시너지와 역효과가 생긴다. 평가와 보상의 성공 여부는 결국 조직원의 태도에서 결정이 된다. 불공정이 용인되는 3류 조직에서 평가와 보상은 줄 세우기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며, 그래서 3류 조직에서 조직원은 누구도 평가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평가와 보상도 유효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지속성장에 역행한다. 경영이론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조건은 무의미를 넘어 큰 해악이다.

셋째, 시간의 흐름이 중요하다. 우리는 오늘 우리가 처해진 상황은 과거의 행동 때문이고, 미래의 상황은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짐을 안다. 외부환경은 그저 흘러와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거에 우리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우리에게 최적의 경영이론인 것처럼 보여도 지속성장의 관점에서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전제로 해야 경영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통합경영이론의 관점이다. 그리고 통합경영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자기조직화 경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통합경영이론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

첫째, 경영자는 지혜로운 경영을 위해 통합경영이론을 알아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혹은 관료화된 조직의 경영자라면 통합경영이론이 유용하다.

둘째, 최고 경영자를 목표로 하는 실무자들의 학습에 유용하다. 최고 경영자 자리는 실무자 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야 오를 수 있다. 경영자 자리를 꿈꾼다면 실무자 시절부터 통합경영이론의 관점에서 조직 내의 경영활동을 지켜보고 학습하는 것은 좋다.

셋째, 올바른 참모 역할을 위해 통합경영이론의 관점이 필요하다. C-Level 관리자라면 자신이 책임지는 부문의 역할이 전사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미리 알고 있고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넷째, 경영진이 아니라 조직 내의 전문가 혹은 기술자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특정 부문의 전문가는 전체 숲의 관점이 부족할 수 있는데, 통합경영이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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