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경영이론은 조직에 적합한 경영이 무엇인지를 선택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경영이론들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유용하다. 또한 "경영이론 바로보기"는 독자들이 모르고 있는 경영이론을 소개하거나 분석,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높은 곳에서 조망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경영이란 조직의 힘으로 더 크고 많은 가치(Value)를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만들어 낸 가치를 고객에게 제시하면, 고객은 그 가치를 선택하고, 그 대가로 조직이 수익을 얻고, 수익으로 다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런 순환을 거쳐 더 많은 가치와 수익을 만들면서 지속성장을 해나가는 것이 바로 조직을 경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치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항상 변화한다. 그래서 경영이란 시대적 상황에 맞춰 수많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대응이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큰 성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학자들은 조직의 결과적인 성공을 분석해서 이론으로 제시하게 된다.
한편, 경영이론은 크게 사실을 분석하는 이론과 성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이론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을 분석하는 이론의 경우에도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모든 경영이론은 성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성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이론은 다시 보편주의 이론과 상황적합이론으로 나눌 수도 있고, 개별이론과 종합이론으로도 나눌 수도 있다. 통합경영이론은 상황적합이론의 범주이지만, 경영활동 전반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므로 결국 보편주의 관점을 지향하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개별이론을 종합 혹은 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론이다. 결국, 통합경영이론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써 경영이론 바로보기를 설명하는 이유는 상황적합이론 및 개별이론을 종합적/통합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조직 경영을 이해하려면, 우선 조직이 직면했던 시대상황을 역사적 변곡점으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1차에서 4차에 이르는 산업혁명의 과정을 기준으로 삼으면 적절할 것이다.
우선, 1차 산업혁명은 1780년대의 증기기관 혁명이다. 증기기관으로 수작업이 기계화되기 시작했다. 기계화는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변곡점이지만, 사람으로 해 낼 수 없는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기계화로 인한 양적 전환에는 질적 전환 또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대의 전기화 혁명이다. 많은 전자제품들이 나타났다. 증기기관은 생산 수단을 기계화로 전환한 것이라면, 전기화는 생산 수단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재에서도 혁명을 촉발시켰다.
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 시작된 PC와 인터넷이다. 기존의 증기화나 전기화는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변화에 머물렀다면 PC와 인터넷은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전환을 일으켰다. 개인 간의 연결, 무엇보다 정보의 실시간 연결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고객이 기업의 생산이나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을 되었다. 과거의 고객은 기업가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면, 출시된 제품들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역할만 담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는 과정 자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전기화는 유형의 가치에 대한 혁명이라면 PC와 인터넷은 무형의 가치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여전히 구매하는 것은 유형의 제품이지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가치의 측면에서는 무형의 것이 전면에 대두된 것이다. 마케팅을 넘어 브랜딩 시대가 열린 것이며, 실시간 생산과 소비의 사회로 진입되었음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소셜, AI, 크라우드 등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의 실시간 정보 연결을 넘어서는 실시간 상호작용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실시간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제공이 대두되었는데, 전자의 예로는 크라우드와 소셜 플랫폼이고 후자의 예로는 빅데이터와 AI가 있다. 예컨대, 지금 내가 눈을 깜빡이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과거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AI가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순간 실시간 상호작용으로 최적의 가치를 제시받을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실시간 상호작용 기반 비즈니스는 기존의 제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직간접적으로 결합한 무형의 시너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머물고 있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기존의 유형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와 무관한 새로운 형태의 가치제공이 만들어지는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1차에서 4차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궁핍의 시대, 풍요의 시대, 과잉의 시대로 변화되었다.
궁핍의 시대는 1960년까지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시기에는 생산 자체가 핵심적 가치였다.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기능의 제품을 대량 생산해서 저가격으로 공급만 한다면 얼마든지 선택받을 수 있는 시대였다. 노동자들도 궁핍했기 때문에 생산자원으로써 생산인력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풍요의 시대는 2000년대까지라고 할 수 있는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된 시대였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공급자 간에 경쟁이 발생한다. 물론 궁핍의 시대에도 경쟁은 있었지만, 그때는 주인 없는 땅을 누가 먼저 따먹느냐의 문제였다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된 풍요의 시대는 남의 땅을 빼았아야 하는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물론 여전히 사회는 확장 국면이었기 때문에 공급자에게 기회는 충분했고, 그래서 생존 경쟁으로 내몰리지는 않았다.
풍요의 시대를 넘어 과잉의 시대가 되면 공급자 간의 경쟁은 생존의 문제가 된다. 과잉의 시대는 다시 확장사회와 수축사회로 나눌 수 있다. 최근까지 우리가 겪었던 과잉은 확장 사회에서의 과잉이었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겪게 될 과잉은 수축 사회에서의 과잉이다. 과거에도 경기순환이나 공황과 같은 일시적 수축은 있었으나 앞으로의 수축은 저출산 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인한 것이므로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수축 사회에서의 경쟁이 무서운 것은 한번 이겼다고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다양한 형태의 대체 가치(상품/서비스)가 쉽게 제시될 수 있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 어디서 진입할지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경쟁이 동일한 운동장에서 경쟁을 한 것이라면 앞으로 새로운 경쟁자(스타트업)들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거나 혹은 다른 운동 종목으로 경쟁하자고 덤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맞춰 조직의 대응 또한 변화되었는데, 궁핍의 시대에는 생산이 중요했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지향하는 경영활동이 중심이었고, 경영이론 또한 생산혁신에 관련한 것이었다. 1900년대 표준화와 분업 등 기계화된 생산설비를 이용한 생산성 관련한 경영이론이 중심이었다면, 1920년대는 생산설비가 어느 정도 성숙되었기 때문에 기계화를 운용하는 기술자에 대한 관리가 중심이 되었다. 소위 당근과 채찍으로 대표되는 동기 이론과 보상 이론이 그것이다. 1940년대가 되면 풍요의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산보다는 판매가 중요해졌다. 여전히 제품의 기능과 가격이 중심이었지만, 영업이나 광고와 같이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는 활동이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풍요의 시대가 본격화된 1960년대는 공급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별화가 중요했기 때문에 판매나 영업을 넘어서는 마케팅(전략) 이론이 부상하게 되었다. 1980년대 이전에는 시장과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일시적으로 경쟁사에 패배하더라도 재도전해서 극복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단기적인 성과만 집중하면 결과적으로 조직의 확대와 성장을 당연히 되었으므로 중장기적인 지속성장에 대한 고민은 불필요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그러나 이제 경쟁에서 한번 이기는 것으로 생존이 보장되지 않았고 여러 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중장기적인 지속성장이 경영의 화두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을 넘어서는 고객의 평판이 중요해졌고, 고객과 관계 관리와 브랜딩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2000년도가 되면 실시간 상호작용의 시대와 결합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제품에 관련된 평판에 문제가 생기면 단지 고객이 구매를 포기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대중으로부터 배척되는 상황으로 파급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1차 산업혁명부터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기술적 진보는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결합되면서 조직들은 상황 변화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경영학자들은 조직들의 다양한 시도와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이론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원래 경영과 경영이론에는 "생존"만이 중요할 뿐이므로 "발전"이라는 고상한 개념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그래서도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있다.
첫째, 경영이론은 현실에 후행한다. 경영이론은 흔히 미래의 경영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지만 원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전에 제시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경영학자는 미래학자가 아니다. 어떤 조직이 시대적 상황에 대응해서 큰 성공을 이루고, 그 성공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보편화되면, 그 시대의 일반적인 성공 방식이라고 인정이 되고, 그제야 이론으로 만들어져서 제시되는 것이다. 다소의 시차는 있으나 현실에 후행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검증된 최신의 이론을 선택하더라도 미래의 우리 조직이 닥칠 상황에도 과연 적절한 대응 이론이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이론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외부 상황에 대응이란 내부 여건을 고려한 대응이다. 말하자면 외부 환경과 함께 내부 여건이라는 전제 조건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50년 이전의 과거 이론이라도 하더라도 조직의 외부의 상황과 내부의 여건에 적합하다면 충분히 선택 가능한 이론일 수 있다. 반대로 지난달에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최신의 이론이라도 조직의 상황과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다. 적어도 생존을 다투는 경영 현실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전제는 너무나 낭만적이어서 유효하지 않다.
셋째, 경영이론은 경영활동의 특정 부문을 이론화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경영활동이 중요할 수 있고, 성공의 원인 또한 특정 부문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다른 경영활동에 대한 고려가 누락된다면 상호작용 측면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조직의 성공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는 애자일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경우 IT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애초에 인적 구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인사부서의 역할이 성패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특정 부문의 경영이론을 채택할 때 다른 부문의 경영활동과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어떤 조직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과거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오늘의 상황이 결정되고, 오늘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에 처해질 상황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큰 성공을 이룬 조직을 분석할 때는 그 조직이 과거에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조직이 어떤 경영이론을 선택할 때는 과거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를 고려해서 한다.
다섯째, 적용 범위에 관련한 한계도 있다. 20:80이라는 파레토 법칙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0%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렇다고 나머지 80%를 불필요한 것으로 방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최적화가 앞으로도 최적화될 것이냐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경영을 하려면 미래의 환경 변화에 적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오늘 20%의 직원과 고객에 집중해서 80%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나머지 80%의 직원과 고객은 비록 20%의 성과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미래 대비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므로 적응력 관점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이와 같이 경영이론 또한 20%의 핵심 경영활동 이외에 나머지 80%의 일반 경영활동도 미래를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편,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덕목도 사회경제적인 시대적 상황에 따른 변화가 있었다. 생산 중심의 조직에서는 아무래도 기술자적 덕목이 중요했다면, 영업이나 마케팅 중심의 조직에서는 사업가적 덕목이 중요할 것이고, 지속성장의 관점에서 외부 환경에 대응하고 내부 여건을 관리해야 한다면 경영자적 덕목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시대상황에서 보면 기술자적 덕목과 사업가적 덕목이 중요하지만 경영자적 덕목 또한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볼 때 경영자적 덕목을 갖추기가 가장 어렵다. 그러므로 통합경영이론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