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Concept)을 제대로 알면 이론의 전부를 아는 것이다. 역의 관계도 성립한다. 이론의 전부를 알기 이전에는 개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렇게 개념이란 공부가 깊어질수록 분명해지고 정밀해지는 것이므로 이론을 접하면 가장 먼저 Concept이나 맥락을 살펴봐야 하고, 마지막까지 반복적으로 리뷰를 해야 한다.
경영활동이란 경영진의 공식적 업무나 지시만이 아니다. 임직원 모두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말과 행동으로 상호작용하는 것들이 모두 경영활동이다. 사실 직원들은 경영진의 말보다는 행동이나 표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으로 의도를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처세술이란 말로 드러내지 않는 의중을 읽어서 미리 맞춰주는 그런 것이다.
다양한 경영활동들을 유사한 것들로 묶어보면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단 4개 부문으로 나눠 살펴본다. 아래의 첫째 그림(좌상)이다. 첫째 부문은 직원의 관리와 관련된 경영활동이다. 채용과 배치, 교육과 평가 등이 있다. 둘째는 생산과 관련된 부문으로 유형과 무형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현장의 경영활동이다. 셋째는 시장과 고객에게 가치제공을 제안하는 활동으로 홍보나 영업, 마케팅, 브랜딩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 넷째 조직의 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활동으로써 경영이념이나 경영방침과 같은 것들이다.
경영활동의 여러 부문들은 시대상황이나 산업여건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진다. 예컨대 결핍의 시대에서는 생산이 중요할 것이고, 풍요의 시대에서는 판매나 마케팅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조직의 지속성장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는 아무래도 브랜딩이나 경영이념 같은 것들이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시대적 상황이 변화됨에 따라 조직들은 나름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대응을 하고, 그 결과 성공을 하거나 실패를 한다. 어느 조직이 큰 성공을 만들면, 경영학자들이 분석하여 성공 이론으로 제시되고, 다른 조직들에 의해 모범 사례로 받아들여지면 유행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성공 사례나 이론을 추종하는 조직은 대부분 실패를 한다. 왜냐하면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특정 경영활동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경영활동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시너지를 만들 때만이 조직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직원 관리 부문은 다른 부문의 경영활동이 성공할 수 있는 기반으로써 매우 중요한 부문임에도 잘 드러나지 않아서 간과되기 쉽다. 실제로 성공적인 조직을 살펴보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성공요인은 다양하게 차별화되지만 직원 관리 부문에 탄탄한 기반이 두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그러므로 어떤 조직의 경영활동 수준을 평가하려면 모든 경영활동들의 상호 작용을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아래의 둘째 그림(우상)이 된다.
둘째 그림(우상)은 어떤 조직의 특정 시점에서 상황이다. 과거는 어땠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는 알 수 없다. 상호작용 결과로써 어떤 경우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생산관리 부문이 다른 부문의 수준을 상향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낮은 가치제공 부문이 다른 부문의 수준을 하향시킬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시너지 및 선순환의 효과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부작용과 악순환의 효과다.
예컨대 어떤 사장이 취임을 해서 전체 경영상황을 점검한 결과, 둘째 그림(우상)과 같은 상황이라고 판단이 되면, 말하자면 생산관리 이외의 부문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부문의 경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개선 혹은 혁신을 시도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장은 생산부문을 포함한 모든 경영활동을 동시에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경영활동은 어차피 서로 선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동시에 모든 부문을 업그레이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경영활동은 순차적인 상호작용으로 파급된다는 것을 알아서, 그래서 트리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챈다면 지혜로운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계속 성장되고 있다면 아마도 지혜로운 경영자에 의해 특정 부문의 경영활동이 트리거가 되면서 다른 부문과 시너지 상호작용을 만들고 선순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아래의 셋째 그림(좌하)이 된다. 통합경영이론은 경영활동 간의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조합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만약 어떤 사장이 취임을 해서 전체 경영상황을 점검하고는 조직의 전체 경영 수준을 높이는 개선 혹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뒤에 "전사적 종합 혁신 추진계획" 같은 것을 만들어 동시다발적 혁신을 시도한다면, 거의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선진 성공사례나 최근의 성공 이론을 도입해도 상호작용을 간과한다면, 특히 직원 관리 부문과의 연계를 간과한다면 실패를 피할 수 없다. 예컨대, 사장이 인재 발탁을 트리거로 해서 혁신의 선순환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우선 혁신의 트리거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러한 인재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혁신이 필요한 조직의 특징은 혁신적 인재를 발탁하지 못한다. 사장이 취임 이후 단기간 내에 적합한 인재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으며, 기득권자인 참모나 관리자가 추천하는 인재는 이해득실이 개입되어 있어서 혁신에 적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을 독려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어서 악순환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지혜롭지 못한 사장이 의지를 앞세우면 그렇게 된다. 이렇게 혁신이 실패하면 얼마 남지 않는 기존의 좋은 조직문화 조차 모두 없애버리고 나쁜 조직문화만 남게 된다. 이렇게 선의에 의한 혁신적인 조치가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만들어 악순환이 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면 넷째 그림(우하)이 된다.
지혜로운 경영자는 경영활동 간의 상호작용을 살펴서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지속성장의 시작이고 마지막이다. 물론 경영활동 간의 상호작용은 복잡계 영역이어서 조직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그래서 통합경영이론 관점에서 볼 때 특정 부문의 경영이론은, 비록 그것이 최신의 유행하는 이론이고 조직에 유효하게 작용하더라도, 상호작용과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 된다.
K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K사는 금융회사 대상으로 IT 서비스를 하는 조직이다. 금융기관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직원들이 전문적인 업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 특수하고 고난의도의 니즈에 맞출 수가 있다. 또한 특히 중요한 것으로 K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산 시스템(IT 솔루션)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IT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자동차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동일한 행태지만 판매와 렌트는 고객에게 전혀 다른 가치제공이다. 10년 전에 A사장이 취임을 했는데, A사장은 일반 SI회사에 영업을 담당하던 임원 출신이었다. 일반적으로 SI회사는 다양한 고객에게 IT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공(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A사장이 취임을 해서 상황을 보니 K사는 개발과 운용의 담당자가 분리되지 않았다. 그 당시 유행은 개발과 운용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고품질의 개발(생산)이 가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 최적화를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IT 사업 또한 개발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반면에 운용을 아무래도 인건비 중심이므로 이익을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A사장이 이러한 관점으로 K사의 IT 생산과 운용 방식을 바라보면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A사장은 참모에게 개발과 운용의 분리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한다. 사장의 의중을 파악한 참모는 컨설팅사에 의뢰를 해서 개발과 운용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한다. 후속 진행으로 드디어 선진 SI업체를 벤치마킹하여 조직 분리 등의 조치를 취한다. A사장은 직원과 외부에 스스로 IT 부문의 전문가이며 혁신 리더로서 자랑을 한다. 그리고 당연히 실패를 한다. 물론 실패는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실 통합경영이론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음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통합경영이론 관점에서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개발과 운용의 분리는 생산부문에 해당하는 경영활동이다. 물론 개발과 운용의 분리는 그 자체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생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직원 관리 부문 및 가치제공 부문과 연계해서 살펴보면, 과연 시너지가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역효과나 부작용이 나타날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개발과 운용을 분리할 만큼 직원들이 준비가 되었는가? 둘째, 그렇게 개발과 운용을 분리하면 고객이 얻게 되는 가치제공에는 어떤 향상이 될까? 물론 다른 경영활동과도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겠지만, 위의 두 가지로 단순화해서 살펴보자.
첫 번째 문제는 이렇게 된다. 이미 K사는 금융 IT와 관련한 전문적인 업무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실무자들이 오랜 기간 개발과 운용을 병행했기 때문에 개발 전문인력과 운용 전문인력으로 나눠 담당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만약 A사장이 "개발과 운용을 분리할 때 과연 요구되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했다면 다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참모는 적어도 사장의 뜻에는 거서르지 않으면서 사전 역량확보 차원에서 내외부의 SI 프로젝트에 투입을 해서 개발자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건의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장이 선진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혁신이며, 혁신의 과정에서 장애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참모는 즉시 실행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를 벤치마킹을 해서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칭찬을 받고 승진을 한다. 물론 실패를 하더라도 사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으므로 누구도 감히 실패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담당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다. 답답한 직원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지름길을 선택한다. 남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정도는 순진하다. 일단 잘되고 있다고 거짓 보고를 하거나 혹은 이런 저런 지원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숨긴다. 사장이 퇴임하거나 혹은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문제는 해결된다.
두 번째 문제를 보자. 개발과 운용을 분리하면 고객이 얻게 되는 가치제공에 향상이 있을까? K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이 IT 서비스 환경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고품질의 IT 솔루션을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해서 가치제공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실제 IT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기는 각종 이슈들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조치해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가치제공의 측면에서는 개발보다는 운용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만약 개발과 운용을 분리한 결과로 운용 서비스 수준이 뒤떨어진다면 고객 입장에서 볼 때 가치제공은 하락한 것이 된다. 물론 개발을 할 때 운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개발하면 운용의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는 반론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K사의 개발과 운용 분리는 결국 실패를 했다. 이렇게 되면 A사장은 회사 직원들의 역량 부족에 실패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일반 SI업체의 직원에 비해 역량이 뒤떨어지고 또한 혁신을 거부하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K사의 사정을 모르는 외부에서는 A사장의 말에 공감을 한다. 왜냐하면 개발과 운용의 분리가 유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의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안 될 수밖에 없는 일을 시키는데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장은 자신의 전문가적 통찰력으로 야심 차게 추진한 혁신은 실패했고, 나아가 직원의 신뢰마저 잃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오늘날 IT 업계는 개발과 운용의 분리가 아니라 반대로 결합 혹은 통합해야 한다는 DevOps(Development와 Operation의 합성어)가 유행으로 바뀐 것이다. 만약 A사장이 지혜로왔더라면, 그래서 K사의 내외부 여건을 고려할 때 개발과 운용의 분리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K사의 개발과 운용의 통합 방식에 강점이 있음을 알아채고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찾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당연히 성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성공 사례를 "SI업체들이 주장하는 개발과 운용의 분리는 그 자체로는 옳을 수도 있으나, K사처럼 운용에 핵심적인 가치제공이 있는 경우에는 개발과 운용을 통합하는 방식이 훨씬 바람직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번에 K사의 개선 성공사례를 보면, 아마도 나중에는 이러한 통합 방식이 SI업계에 확산되어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세미나 혹은 언론 기고 등으로 홍보했다면,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A사장의 주장은 고객이나 업계로부터 통찰력 있고 혁신적인 도전으로 관심을 끌었을 것이고, 직원은 직원대로 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에 이르면, A사장은 통찰력 있는 IT 전문 CEO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A사장은 통합경영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IT 전문가 출신의 CEO로서 성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물론 지혜롭지 못한 사장으로 인해 K사와 K사의 직원 또한 손해를 입은 것이다.
물론 모든 경영 활동에는 실패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다. 학습조직이란 실패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조직을 말한다. 만약 CEO가 통합경영이론 관점에 입각한다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수많은 실패를 한 경우에도 방향성 없는 비틀거림이 아니라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직과 임직원들에게 소중한 자산을 남긴 것이 된다. 그래서 모든 학습조직은 궁극적으로 통합경영이론 기반의 자기조직화 조직으로 발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