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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과 이완용, 그리고 대리인비용

개인의 가치관과 조직에서 행동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조직문화 혹은 집단규범 등이 조직원의 일탈 행동을 유발합니다. 역사적 인물 중 이완용만큼 욕을 먹는 자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매국이 개인의 가치관 때문인지, 아니면 당시의 조직원으로서 불가피한 행동이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우연히 "이완용 평전"이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조직행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만합니다.


1. "이완용 평전" (윤덕한, 2012.07., 길)

- 무능한 고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본과 타협(매국)을 한 것이고, 유능한 행정관료 이완용은 고종의 의도에 맞춰 매국 업무를 잘 처리했다.

- 변화와 혁신에 앞섰고, 독립협회 초대 위원장이고 독립문의 현판 글씨도 그의 것이다. 유능함으로 왕의 총애를 받아서 고종과 순종이 죽을 때까지 신뢰를 받았고, 청렴했고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늘 검소했다.

* 독자 중에는 오늘날 직장인의 롤모델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평하기도 하네요.


2. 과연 그들(고종과 이완용)은 매국을 한 것인가?

- 왕이 곧 국가다. 고종은 조선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고, 이완용도 조선을 고종의 것으로 생각했다.

- 조선의 백성마저도 왕을 나라의 주인으로 인정했다.

- 전쟁을 해도 어차피 빼앗길 상황에서 왕은 주인으로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 신하는 주인의 뜻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렇다면 어디에 매국이 있는 것일까?

* 그들은 매국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수도 있다.


3.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 왕과 신하가 국가의 주인을 시민이라 생각했거나 혹은 국가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며, 자신은 국가를 잘 경영해서 국태민안의 책무를 진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매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이완용은 독립협회 초대 위원장이고, 독립문의 현판 글씨도 그의 것이다.

- 만약 조선의 백성들이 시민의식을 가졌다면, 백성을 버린 고종은 백성의 손에 의해 퇴위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역사는 "매국"이 아니라 "시민혁명"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왕과 신하의 결정은 매국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비록 왕과 신하의 인식이, 그리고 백성의 인식이 그러했더라도 매국이라는 역사적 심판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백성들의 수많은 저항을 생각하면, 분명 감정적 차원에서 국민의식이나 국가의식은 분명했고, 그래서 그들의 행태는 매국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백성들은 매국의 시점에서 일본이 아니라 왕과 신하를 향한 분노와 저항을 했어야 했다.


4. 조직의 대리인비용

- 흔히 임직원은 주인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주인의 행위에 모럴해저드나 배임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주인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할 때 스튜워트십이 생기고 대리인비용도 생긴다.

- 조직의 주인이 누굴까? 전통적으로는 주주(Stock-holder)다. 그런데 조직은 주주와 다른 독립된 법인격체이므로 주주의 이익만 추종하면 자칫 매국노 이완용처럼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ㅡ주주,직원,고객 포함) 개념이 인정되고 있다. 이때 모럴해저드나 배임의 논리가 성립된다.

* 이해관계자 개념이 대두된 것은 조직의 지속성장을 위해 주주주의(주주의 탐욕)에 의한 위험을 방어할 자구책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직원과 고객이 이해관계자로서 권리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리더는 조직의 지속성장을 위해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는데, 예컨대 ESG 경영이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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