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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Oct 18. 2016

수학여행을 앞둔 제자들에게..

수학여행이 코앞입니다. (이것도 관용표현이네요)
많은 제자 여러분들이 들떠 있기도 하고 기대가 많은 것 같습니다. ^__^
  

선생님이 오늘 여러분에게 수학여행이라는 것은 배움을 얻는 여행이라고 했지요.. 물론 여행이니까 즐거워야겠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가족들과 가는 그런 여행과는 분명히 다르겠지요.
잠자리도 불편할테고, 차도 불편할 거고, 씻는 것, 화장실, 먹는 것 모두 가족들의 여행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줄서고 시간계획에 따라야 하고, 모둠이 짜여지면 그 친구들과 함께 다녀야 하고, 핸드폰 사용도 마음껏 못하고, 텔레비전도 볼 수 없으니... 아마도 더 좋은 것보다는 불편하고 아쉬운 것이 훨씬 많겠지요.
어쩌면 '불편여행'일수도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징검다리교실 제자 여러분,
그런데 왜 수학여행일까요?
우린 수학여행을 통해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무엇을 배워야만 할까요?

  첫째, '함께'생활하는 것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 전체가 함께 버스를 타고, 4개반이 함께 이동을 하며, 여러명이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참 즐겁겠지요. 평소에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을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함께'가 우선이 아니라 '나만이' 우선이 된다면 배움은 커녕 불평불만만 가득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멀미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걱정하기도 하고, 챙겨주기도 할 수 있겠지요. 시간 약속의 중요성을 알고 잘 지키는 것도 배우겠지요. 친구를 위해 씻는 순서를 양보하는 경험도 하겠지요. 내가 사용하고 난 화장실을 다음 친구를 위해 깨끗이 정리하는 것도 배우겠지요. 친구의 이부자리를 준비해 주는 경험도 하겠고, 아침에 사용했던 이부자리를 다음에 시설을 사용할 누군가를 위해 깨끗이 정리하는 것도 배우겠지요. 식사를 할 때, 조용히 차례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도 알게되겠지요. 밤에 피곤해서 잠을 자는 친구들을 위해 조용히 소근거리는 경험도 하겠지요. 밤에 열이 나는 친구의 이마를 만져보고 걱정하며 선생님에게 연락하는 경험도 하겠지요. 같은 모둠으로 정해진 친구 중에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회전목마를 함께 타는 경험도 하게 되겠지요. 버스에서 내려 빨리 줄을 서서 인원파악을 하고 다음 활동을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지켜야 할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겠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 물건 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겠지요. 학급 전체를 세심히 관찰하고, 여행의 모든 일정에서 전체와 각 개인을 세심히 살피는 선생님의 수고도 보게 되겠지요.
  전체의 일원으로 지켜야 할 도리, 즉 '함께'를 배우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친구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친구와, 가벼운 이야기만 나누었던 친구들과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무엇에 열정을 쏟고 살아가고 있는지 대화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휴대폰만 들여다 보며 게임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카톡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친구를 알아가고, 서로 아픈 부분을 감싸고 위로하며, 멋진 꿈을 공유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만들기를 바랍니다.
  
  셋째, 견문을 넓히는 것도 배움이겠지요. 석탄을 캐며 고생하였던,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배우고 오늘의 나와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되겠지요. 그러다 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나를 안전히 지켜주시는 부모님께도 감사하며 살 수 있겠지요.
  촬영장에서, 독립기념관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면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겠지요.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겠고, 드라마를 위해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애쓰는 스텝들이 있다는 곳도 알게 되겠고, 세트장이 필요한 이유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독립운동의 모습을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도 많은 배움을 얻겠지요. 나라의 소중함, 그 나라에서의 내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겠지요. 그들의 치열했던 투쟁의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겠지요. 그들의 피로 지켜내고 다시 찾은 이 땅에서 편히 살며 각자의 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갈 수 있음에도 감사할 수 있겠지요.
  레일바이크를 타면서도 배울 것이 참 많지요. 가을이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겠지요. 단풍이 그렇게 고운 색깔을 가졌다는 것도, 나무가 1년이라는 시간동안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음도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자연 속을 달리며 기찻길을 깔았던 노동자들의 수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관광산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겠지요. 레일바이크의 속도도 측정해 볼 수 있겠지요.

  어때요? 수학여행이란 말대로 배울 것이 참 많지요. 이런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수학여행은 '통제', '구속', '강제', '선생님들 마음대로', '짜증나고 재미없는', '불평불만의' 여행이 되고 말 것입니다.

  사랑하는 징검다리교실 제자 여러분,
귀한 배움을 얻는 여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배움을 찾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며 선생님도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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