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어디를 가는 길이었는지, 어디를 걷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고모의 손을 잡고 걷던 나는 고개를 들었고 내가 잡고 있는 손이 고모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낯선 그 아주머니는 사람들의 틈으로 사라져 버렸고 나는 길을 잃었다.
하지만 길을 잃은 나는 길을 잃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곁에 한 살 위의 사촌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은 능숙하게 버스를 골랐고 우린 버스에 탔다. 난 뒷문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은 군인아저씨의 무릎 위에 앉았다. 형과 나는 버스에서 내렸고 걸었다.
처음 보는 낯선 곳.
스쳐 지나가는 키 큰 사람들 사이로 큰 형들 너댓명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니 대현이 아니가?"
내 기억은 여기까지다.
고모는 엄마가게를 찾아와 아이들을 잃어버렸다고 했고 엄마는 회사에 계시던 아빠에게 연락하였고 우리집은 난리가 났다. 아빠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셨지만 우리를 찾을 수 없었다.
고모의 아들인 성훈이 형과 내가 탄 버스는 우리집이 있는 연산동이 아닌 광안리로 가는 버스였나보다. 마침 광안리 바닷가에 놀러온 동네 형들이 그곳에서 나를 발견한 것이다. 어둑해져 돌아온 아들을 만난 엄마는 그날 가게에서 팔던 수박이며 온갖 먹거리를 동네에 나누어주며 잔치를 벌였다고 하셨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의.. 참으로 놀라운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