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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Oct 31. 2017

존재함의 확장

접촉의 심리치료 54 | 느슨해질 수 있다면 넓어질 수 있다

자신의 감각과 그 느낌에 의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있는 내담자였다. 끔찍한 가려움증 때문이다.


세션후의 느낌을 물어도 좋은데요로 끝이다. 


"제가 좋은데요 하면 굉장히 좋은 거에요. 제가 표현을 못해요."


현대의학도 해결하지 못한 그의 증상으로부터 견뎌내기 위해 그이에게 모든 감각은 차단되어 있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방식이었다.


그는 센터에 들어와도 나와의 아이 컨텍 외에는 다른 어떤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았다.


세번째 세션이 끝나고 그이가 센터의 책장을 눈으로 스캔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같은 책이 두 권 있어요." 

"우와. 자격증이 여러개 있으시네요."

"저기 나무 이미지는 어떤 의미인가요?"


오호. 안보이던 세상이 보이고 있네.

이제 좁고 어두운 긴 의식의 터널 밖으로 나오고 있구나. 이렇게 몸의 고통과 불편함으로부터 비껴나 느슨해지면 마음도 느슨해지고, 인식의 영역은 활짝 넓어진다.


곧 그이에게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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