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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10. 2016

방치되었던 어린 시절

접촉의 심리치료 07_안정되지 않은 애착관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 그 어린 시절,

내가 배고프고, 아프고, 춥고, 무서울 때 나를 보살펴주는 손길 없었다.

따뜻한 손길로 전해오는 그 사랑은 내 가슴에 아무리 채워도 부족했을 텐데.


그 사랑에 목마르고 허기가 지어 가슴은 아직도 늘 텅 빈 것만 같다.

스산한 바람이 그 가슴을 헤집고 다니며 내 가슴을 더 움츠리게 한다.


이제라도 그 사랑 내 가슴에 가득 채우고 싶다.

엄마 품과 같은 그 따뜻한 사랑의 손길 안에서.


떠올리자면 무한정 깊은 어둠, 깊은 슬픔, 씻을 수 없는 아픈 흔적인, 그 기억의 습작.

이제 그 기억, 아름답게, 따뜻하게 다시 그리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축복받은 탄생이었을 텐데

한 생명으로서의 인간이 엄마의 자궁 속에 머물다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보며 자기 힘으로 호흡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의 환호 속에서 기쁨으로 시작하지만 그렇지 않은 탄생도 있다. 삶을 맞게 되는 생애 초기에는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이때에는 아직 말을 익히고 그 언어로 생각하는 것이 뇌에 기록되기 전이다. 그러니 생애 초기의 기억은 뇌 속에 문장의 구조를 빌어서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지는 않지도 않다. 그렇다면 그 무렵 체험의 그림자어디에 드리워져 내 안에서 머물고 있을까.      


분명 어떤 까닭이 있어서였겠지만, 방치된 채로 불안하고 두려움으로 고통스럽고 외롭고 배고파서 내내 비명을 지르듯 목 놓아 울어야 했던 '어두운 시간'들에 대한 체험이 어떤 이에게는 있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애씀의 체험에 대한 기억들은 뇌가 아니라 ‘온몸에 깃든 채'로 남아서 그 사람의 삶에서 알지 못할  장애로 존재한다.      


방치되었던 그 체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의 어딘가에서 성장하지 못한 채 그때 그 아이로 그대로 남아 있게 한다. 보살핌을 필요로 할 때 누군가 옆에서 즉각 따뜻한 접촉의 손길로 응답해주지 않고 제대로 돌보아주지 않았던 경험—무시하거나 집착하는 부모 때문에 안식처이자 공포의 근원이 되었던—은 안정되지 않은 애착관계로 남는다.          


안정된 애착관계 형성은, 집으로 말하자면 잘 배합되어 단단해진 콘크리트로 기초공사가 된 것과 같다. 구조적으로 토대가 단단한 집처럼 개인의 삶과 성격도 오랜 시간 균열이 생기지 않고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 가정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토대를 만들어준다.          


접촉 결핍 자기 파괴로

어린 시절 열악한 양육 환경, 즉 혼란과 방치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안정된 유년기의 돌봄을 받은 사람들보다 우울증을 앓거나 만성 질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질병과 중독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자살 시도도 많다.     

개인이 타고난 취약성은 적절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가정환경에선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랑이 담긴 따뜻한 보살핌의 접촉이 없거나 일관되지 않은 ‘위험한 가정’에서는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한다.          


생애 초기, ‘자기’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결정적인 시점에 가장 가까운 양육자의 접촉이 결핍된 상태에서 성장한 사람은 적절한 ‘자기감自己感’을 발달시킬 수 없다. 자아自我라고도 하는 자기감이란 인식의 경험이 아니라 경험적 통합이며, 자신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의 느낌이 생김으로써 촉진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인간적인 유대가 없으면, ‘나’라는 개념이 자기 안에 없으므로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


밖으로 향한 창, 내 안에서 닫히다

“네댓 살이니까,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어리니까 저를 친척집에 잠깐 맡기신 거예요.(으음) 제 기억은 그 전 기억은 솔직히 별로 없어요.(목소리가 떨림) 엄마와 같이 있었던 장면이 몇 장면 있기는 한데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친척집에 맡겨졌을 때, 내가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했다거나 아니면 주말에 엄마가 오시니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안와가지고……안 올 것 같다……안 올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했는데 온 기억은 없고 거기서 끝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부모의 외동딸. 내담자의 부모는 모두 많은 형제들을 두었고,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배경적인 상황은 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삶―사랑을 친밀하게 나누고 가족관계가 화목한 가정―이 아니라 어머니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삶―하나뿐인 딸이 여유로움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재정적인 풍요―를 위해 경제력이 부족한 나이 많은 남편을 대신해서 삶의 현장에서 온 몸으로 뛰며 밤낮없이 일해 살림을 늘려나갔다.


일하는 엄마에게 취학 전인 딸아이의 양육은 가장 큰 문제. 내담자인 딸은 그래서 엄마 품속에서 엄마의 체온과 사랑을 느끼며 지내야 할 그 어린 시절의 긴 시간을 타인에 의해서 양육되어졌다. 아빠는 말렸지만 엄마는 그 아이의 풍요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내담자인 딸이 기억하는 것은 흙빛 바람에 굴러다니던 음료수 봉지를 남몰래 숨어서 짜 먹어보던 수치스러운 호기심, 그리고 버림받았다는 좌절감, 소외감이었다.


사랑을 그렇게 갈구하던 아이는 그 뒤 엄마에게 돌아가선 거리두기를 하고, 어린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주지 않았던 엄마에게 원망을 가득 담은 마음으로 계속 투쟁한다. 아니 지금도 투쟁 중이다. 사랑과 증오가 계속 교차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자책감에 스스로 자기를 돌보며 살아남기 위해 자기애自己愛에 빠진다. 타인을 자기 안에 들여놓을 수가 없었던 내담자가 유일하게 창을 열고 바라본 것은 영화. 영화 속 주인공이 자기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고, 거울을 보며 영화 속 주인공의 행위, 대사를 따라 해보는 것이 유일한 삶의 연습이었다.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성인 되어서도 그 억울함, 화를 참지 못하고 그러한 공격성을 밖이 아니라 내면으로 향하게 한다. 죽을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거식하다가 미친 듯이 폭식을 하고 토하고,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고, 자기 안에 자기를 가두고 타인과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했다.


이제 세상 속으로 조심스럽게 나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는 여전히 분리되지 않고, 세상에서의 낯선 관계들은 당당하게 나의 소리를 내며 함께하기에는 두렵기만 하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타인에게 비친 내 모습을 생각하며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 누군가 잡아주는 손길, 어린 시절 체험해보지 못했던 엄마의 따뜻한 품과 같은 안전 기지가 필요했다. 그 작업을 엄마가 아닌 신체심리치료의 장에서 함께하고 있다.



Pink Floyd - Mother (Live 1980)

https://www.youtube.com/watch?v=ngX5jJVrx8U


Mother do you think they'll drop the bomb
Mother do you think they'll like the song
Mother do you think they'll try to break my balls
Ooooh aah, Mother should I build the wall
어머니 그들이 폭탄을 떨어뜨릴까요

어머니 그들이 그 노래를 좋아할까요

어머니 그들이 내 공들을 부수려고 할까요

우우∼ 아, 엄마 내가 벽을 쌓아야 하나요


Mother should I run for president
Mother should I trust the government
Mother will they put me in the firing line
어머니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어머니 정부를 믿어도 될까요

어머니 그들이 나를 전쟁터에 보낼까요


Mother am I really Dying
Hush now baby, baby don't you cry
Mama's gonna make all of your Nightmares come true
Mama's gonna put all of her fears into you
Mama's gonna keep you right here Under her wing
She won't let you fly but she might let you sing

어머니 난 정말 죽어가고 있나요

잘자라 아가야, 아가야 울지 말거라

엄마는 너의 모든 악몽을 현실로 끄집어 낼 거야

엄마는 자신의 모든 두려움을 너에게 집어넣을 거야

엄마의 날개 아래 너를 지켜줄 거야

엄마는 네가 날아가지 못하게 할거야 그렇지만 넌 노래할 수는 있어


Mama will keep baby cosy and warm
Ooooh Babe Ooooh Babe Ooooh Babe
Of course Mama's gonna help to build the wall
엄마는 아기를 편안하고 포근하게 돌봐줄거야

우우∼아가야 우우∼아가야 우우∼아가야

엄마는 물론 벽을 쌓는 걸 도와줄거야


Mother do you think she's good enough for me
Mother do think she's dangerous to me
Mother will she tear your little boy apart
Oooh aah, mother will she break my heart
Hush now baby, baby don't you cry
Mama's gonna check out all your girl friends for you
Mama won't let anyone dirty get through
어머니 내게 그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나요

어머니 내게 그녀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나요

어머니 그녀가 당신의 어린 아들을 망가뜨릴까요

우우∼아, 어머니 그녀가 내 가슴을 아프게 할까요

잘자라 아가야, 아가야 울지 말거라

엄마는 너의 여자친구들을 전부 검열할거야

엄마는 불량한 친구들을 용납하지 않을 거야

Mama's gonna wait up till you come in
Mama will always find out where You've been
amma's gonna keep baby healthy and clean
Ooooh Babe Ooooh Babe Ooooh Babe
You'll always be a baby to me
Mother, did it need to be so high.
엄마는 네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엄마는 언제나 네가 있는 곳을 알아낼 거야
엄마는 아기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돌봐줄 거야

우우∼아가야 우우∼아가야 우우∼아가야

내게 너는 언제나 아기란다

어머니 , 훌륭한 인물이 되어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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