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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16. 2016

Good Touch_You are not alone

접촉의 심리치료 20_선한 의도가 담긴 살림의 보살핌

터치_할 것인가, 말 것인가

흔히 일방적으로 메시지와 서비스가 전달된다고 여겨지던 의료 현장에서도 신체 접촉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신체 접촉이 성적 욕구를 자극해서 성문화의 문란을 불러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서구의 청교도 정신과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 덕분에 신체 접촉을 억압하고 그에 대한 논의조차 금기시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유교적인 전통과 법적인 제약으로 인해 터치의 치유적인 효과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2천 년대로 접어들면서 시대적인 관심과 요구가 바뀌고, 학문적인 성과들에 따라 생각의 틀에 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1980년대 인도의 전통적인 통합 치유법인 아유르베다와 현대 의학을 접목시켜 심신 의학을 창안한 미국 보스턴 의대의 디팩 초프라 교수가 <마음의 기적>(1987)이란 책에서 존재와 치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후, 병원 장면에서 신체적인 접촉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간호사가 손이나 팔을 잡으며 접촉 체험을 하게 해 준 환자는 접촉이 없었던 환자보다 정보를 더 잘 이해했고, 불안 정도가 낮았으며 혈압도 더 낮아졌다. 받아야 할 수술에 대해서 덜 고통스러워했다는 1970년대 윗처(Witcher)의 연구가 있었다, 그 뒤로 접촉을 통한 여러 가지 치료적 접근법들이 어떤 질병이나 증상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보살핌의 접촉, 선한 의도에 대한 공감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을 환자(patient)라고 부르는 병원과 의사와는 달리 상담 및 심리치료자들은 보통 상담이 필요해서 온 사람, 즉 내담자(client)라고 부른다. 그러한 심리치료 장면에서는 어떨까. 미국 <심리치료> 학회지에 실린 호톤(Horton)의 연구(1995)에선 심리치료사와 내담자의 신체 접촉에 대한 내담자의 느낌이 유대감, 안전함, 친밀함, 나를 보살펴줌, 내 편이 된 듯함, 깊은 신뢰, 나를 진정으로 돌보아주는 ‘나의’ 치료사라는 용어로 표현되었고, 접촉이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강화시켜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었다고 보고한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전문가인 에드워드 스미스 교수는 그의 책 <심리치료에서 터치>에서 치료자의 적절한 접촉은 환자에게 공감, 안전함, 그리고 위안에 대한 느낌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연결감과 신뢰감을 증진시키며, 심리치료 장면에서 접촉에 대한 환자의 경험이 치료 성과 예측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 간호학과 장성옥 교수의 연구가 눈에 띈다. <돌봄 상황에서 신체적 접촉의 특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여러 집단의 응답자들이 돌봄 상황에서 신체적 접촉의 의미를 대상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정성을 전하는 선한 의미를 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혈액 순환을 도모하거나 통증을 분산하고 기가 통하도록 조치를 내리는 것과 같은 치료의 한 부분으로써 인간 사이의 아픔에 대한 이해를 전달하고 관심을 전한다. 혼자가 아니라 도움을 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상호교감을 전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터치에 대한 동서양의 연구를 보면서, 인종이나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는 공통의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보살핌의 장면에서 적절한 접촉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면서 신뢰감을 높여주며, 

아픈 이에 대한 연민의 정과 

건강과 치유를 바라는 ‘선한 의도’에 대한 서로의 공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취약한 상태의 개인을 주변 사람들과 사회가 붙들어서 버티게 해 주는, 사회적 지지의 중요한 실천 행동이며 채널이 된다. 이런 연구 결과로 이전의 의료 현장에서는 감염 예방과 위생을 위해 신체적인 접촉을 꺼려했지만 최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부쩍 높아진 우리나라 병원 입원실과 같은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손을 잡아주거나 아프다고 하는 부위를 만져주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된다.


선한 의도의 보살핌의 손길이 있는데,
당신은 더 이상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다.

Michael Jackson - You Are Not Alone - Live Munich 1997

https://www.youtube.com/watch?v=mHhrZxLWO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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