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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18. 2016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접촉의 심리치료 21_몸이 전하는 삶의 진실

감정을 움직이는 터치          

바디 랭귀지를 중심으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잘 언급하고 있는 미국의 컨설팅 전문가 캐롤 고먼(Carol Kinsey Goman) 박사는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한테 신체 접촉을 하면 그를 더 가까이 느끼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손을 댄 사람도 상대방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이 접촉의 힘은 매우 강력해서 심지어 찰나의 접촉으로도 인간적인 유대감이 생길 수 있다. 잠깐 동안 팔뚝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피 접촉자는 기분이 더 좋아질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느끼게 될 수 있다. 또 피 접촉자는 환경도 더 우호적으로 지각하게 된다. 지지나 격려, 동의, 연민, 감사의 표현으로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대는 이 간단한 행위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몸의 변화에 따라 감정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진 ‘제임스와 랑게(James-Lange) 이론’이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우니까 슬픈 것이고, 무서워서 떠는 것이 아니라 떠니까 무서워지며, 우스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우스워진다는 이론이다. 몸을 의지할 곳이 갑자기 없어지면 공포심이 일어나고, 몸을 짓눌러 자유를 빼앗기면 노여움이 일며, 몸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면 쾌감이 생기고, 겨드랑이나 발바닥을 간질이면 웃음이 나오며, 몸을 세게 치면 고통의 감정이 발생한다. 감정에 대한 첫 심리학적 연구 결과인 이 이론은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W. James)의 1884년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에 발표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덴마크 심리학자인 랑게(C. Lange)도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므로 이를 ‘제임스-랑게 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을 반박하는, 신체적 각성(지각)과 정서적인 경험은 동시에 발생한다는 ‘캐논-바드(Cannon-Bard) 이론’도 있다. 이 이론을 감정에 대한 심리학의 두 번째 연구라고 한다. 다양한 채널로 정보를 수용하고 반응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정서적 반응에 대해선 모범답안과 같은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몸을 만지면 정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체험하고 있는 ‘진실’이다.     

뇌의 체감각-운동피질과 대응하는 신체부위 Homunculus, Wilder Penfield, 1937


접촉에 민감한 손가락 끝과 입술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인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는 간질환자들을 연구하면서 전기자극으로 반응하는 인간의 뇌와 대응되는 신체 감각을 뇌의 기준으로 다시 조합해서 작은 인간(little man)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로 뇌지도 '호문쿨루스(homunculus)'를 만들었다.(1937). 이 뇌지도를 보면 크기에서 눈에 바로 띄는 부분이 ‘손과 입’이다. 운동피질은 손가락과 입, 입술, 혀, 눈을 담당하는 부분의 피질이 넓고, 감각 피질은 손과 혀 등이 넓다. ‘우리의 정서를 비추어주는 거울’인 피부에 있는 촉각 수용기의 분포 및 밀도는 몸통이나 팔과 다리 근육 깊은 곳보다 얼굴과 사지 말단 부위가 더 촘촘하며, 촉각은 특히 손가락 끝과 입술에서 가장 예민하다는 것이다. 


이걸 보면 다른 신체 부위보다 손을 통한 접촉이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치유적인 도구로서도 높은 가치와 효율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인간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첫 번째 접촉의 부위가 바로 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것이다. 


촉감과 관련된 감각 기억은 뇌에 반영된다. 미국의 지각 심리학자인 켄샬로 Kenshalo의 연구결과 대부분의 감각은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데 반해 손과 입술은 나이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고 한다. 손으로 어루만져주고 잡아주고 쓸어주고 다독거리고 안아주고 입맞춤해주는 친밀한 접촉이 인간의 삶의 시작에서부터 임종의 순간까지 얼마나 중요한지 이러한 연구결과로 다시 확인된다. 


여자들의 피부는 일반적으로 남자에 비해 신체 접촉과 압박에 10배나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하니 여성에게 접촉은 남성보다 더 부드럽게 더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은 특이하게요. 엄마가 옛날에 어릴 때 무릎에서 머리를 만져주던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던데요. 항상 엄마가 머리가 쓰다듬어주시고 팔 같은 데 다리 같은 데를 조몰락거리면 만져주셨거든요. 학교 다닐 때. 거의 똑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평소에 엄마 무릎에 누우면 그렇게 만져주셨거든요. 그러면 저는 편안해서 잠들고 그랬던 기억이 싸악 떠올랐었어요. 부산 집에서 행복했던 시절이었지요.


초등학교 교사인 이 내담자는 신체심리치료 세션 중에서의 부드러운 터치를 느끼면서 그러한 촉감과 연결된 감각 기억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옮겨놓는다. 그것은 우리 인간을 가장 편안하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엄마의 손길이다.


지지나 격려, 동의, 연민, 감사의 표현으로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대는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 Donna Stewart & Ron Andrico

https://www.youtube.com/watch?v=R1kNXxV3Z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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