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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21. 2016

그림자, 그리고 Panic

생의 심리학 15_존재함의 시스템


위협적인 전조증상

우리 인간의 건강한 삶에 위협을 주며 심각한 장애를 가져오는 뇌졸중, 심장병 등등 순환기계의 중병은 그러한 병증이 드러나기 전에 전조증상으로 그 상태를 예견할 수 있다. 전조증상(前兆症狀)이란 병이 생기기 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말한다. 건강하지 않음을 이 단계에 깨달아 온전한 건강을 위한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가동하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불건강한 상태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우리 몸의 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망가지게 된다. 면역체계와 신경전달체계가 교란을 일으키면서 자기부정, 자기파괴의 내부의 혼란은 가속화되면서 안으로부터 무너지게 된다. 복잡계로 존재하는 인간 개인과 사회, 그리고 지구 또는 우주의 환경은 시스템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각 요소들의 부정적 상태로의 변환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신의학자이신 이부영 선생의 분석심리학의 탐구서,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반려자 <그림자>를 읽으면서 오늘의 상황과 집단 무의식을 생각한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C.G.Jung)은 '그림자, 저 감추어진, 억압된, 흔히 열등한, 그리고 죄 많은 인격, 그 마지막 주자(走者)는 동물 조상의 왕국에 이르며 이로써 무의식의 모든 역사적 측면을 포괄한다'라고 한다.


그림자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염소 모양을 한 목신(牧神) 판(Pan)에게 뜨거운 한낮의 고요는 그의 시간이다. 그의 휴식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면 크나큰 재앙을 받는다. 이 시간은 '그림자가 없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판은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인간에게 악몽을 불어넣기도 하고, 나그네에게 갑자기 공포를 주기도 한다고 믿어져, ‘당황’과 ‘공황(恐慌)’을 의미하는 패닉(panic)이라는 말은 판 신이 내리는 재앙에서 유래한다.


근래의 지구 상황을 바라보면 바로 대형 패닉의 여러 전조가 보인다. 인류의 집단 무의식, 억압되었던 그 그림자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빛과 어두움의 혼돈 속에서 모든 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의 역할과 배치의 밑그림이 바뀌면서 우주 퍼즐 블록들의 거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의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림자는 바다 표면 가까이 든 해초와 같으나 일단 끄집어내기 시작하면 정신의 가장 밑바닥에 놓인 비밀을 건드리게 된다. 어두운 그림자가 의식의 세계로 떠오르는 것은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창조와 성숙의 씨앗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빛과 그리고 어둠의 통합이 전일적, 온전한 인간의 모습이므로. 


그림자를 통해 지금-여기 나와 우리 모두 삶의 좌표를 다시 돌아본다. 

목신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지어다. 대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말라.

다가올 모든 재앙의 근원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렇지만 '구원'의 근원도 인간의 마음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혼돈의 시대가 던져주는, 존재함의 의미를 생각한다. 큰 등잔인 '해 아래가 어둡다'는 다석의 말씀처럼 물질문명의 번성으로 가려지고 훼손되고 흐려진 우리 인류에게 '지혜'의 눈이 맑게 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해 아래가 어둡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은 알지만 해 아래가 어두운 것을 잘 모른다.

해 때문에 해 없는 밤에 보이는 별들이 안 보인다.

태양은 큰 등잔에 지나지 않는다. 해 아래는 어둡다는 것을,

해조차 어두운 것을 모르는 사람의 지혜는 혼미(昏迷)하니까

쌀만 먹고 사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참 나를 깨달아야 한다.

<다석 어록 202>


<해설>

해 아래 있으면 하늘의 별들과 달을 못 보니, 해 아래는 어두운 것이다. 물질의 빛인 해는 물질 아닌 영의 세계를 가린다. 해는 물질이니 영의 빛에서 보면 어둠이다. 몸은 햇빛과 햇빛으로 된 곡식에 의지해서 산다. 해의 빛과 따뜻함만을 좋아하고 숭배하는 사람은 몸이 죽을 때 함께 죽는다.

- 박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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