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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Feb 14. 2017

관계를 넘어서-내가 나에게

생의 심리학 22_마음의 빗장

자물쇠는 밖에서 잠그는 것이지만 빗장은 안에서 닫아 거는 것이다.  
사람들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상대가 자물쇠를 잠그거나 내가 안에서 빗장을 닫아건 것, 둘 중 하나. 
그러니 상대방이 자물쇠를 채웠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빗장을 닫아건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랫동안 마음의 문에 빗장을 걸고 닫아두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 삶 속에서의 수많은 관계에서, 그리고 경계를 넘어와 내 안에 머물던 몇몇 친밀했던 관계의 상실에서 남겨진 

쓰라린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그 깊은 슬픔을 남들에게는 차마 돌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변명을 굳이 들먹이며 거부할 수 없었기에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이로부터 마음의 방향이 내게 향하지 않기를, 더 이상 다가와 내 마음의 담장을 넘지 않기를 빌면서 자꾸 나 자신 안으로만 똬리 틀고 웅크리고 있었다.  


아무도 나와 친밀해지지 않기를 바랐었다.  

아니 속으로는 정말 간절하게 바랬었다. 친밀해지기를. 

따뜻한 온기와 사랑을 서로 나눌 수 있기를. 


그렇게 내가 상처받기 싫었던 것처럼 남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겠다며 겉으로는 방어적으로 인간관계를 맺곤 했던 나의 행동양식은 속으로는 정말 친밀해지고 싶음을 드러내 놓지 못한 내 마음의 무의식이 선택했던 방어기제, '억압'과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이었다.


빗장이 풀리면서 조금씩 열려가는 내 마음의 문틈으로 바라보이는 삶의 이웃들이 참 사랑스럽고, 정말 고맙다.

나는 강하니까 슬프지 않아, 나는 완벽하니까 부족함이 없어. 이런 외로움을 가리는 위장과 방어의 두터운 갑옷을 벗어버리고, 나는 강하지 않아, 나는 슬프다, 나는 완벽하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나는 자유로워지고 있는지. 


내 마음의 울타리 안에서 울고 싶어도 맘껏 울지 못하고 있던 작은 아이가 이젠 울타리 밖에 나아가서도 그때 내 슬픔은 이랬어, 내 아픔은 이런 것이었어라고 말하며 펑펑 울 수 있게 되기를.  

그럼으로써 참자유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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