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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Feb 23. 2017

강력함의 순례자들

접촉의 심리치료 35_감각 체험의 재구성

감각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세계에는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강력함의 순례자들'이 있다. 신체심리치료 내담자 중에는 이완과 알아차림을 촉진시켜주기 위해 부드러운 터치로 진행하는 신체 작업 중에도  '더 세게'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들은 더 강력한 압력의 자극을 해주기를 원하면서 이곳저곳 센 곳을 찾아 순례하다 어느 곳에서도 만족을 못해 왔다고 한다.

이들의 몸은 이 광고처럼 단단하게 굳어있게 마련이다.  

압력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감각에서 만족 반응을 감지하게 하는 최소 자극의 수준을 '감각 역치'라고 하는데, 이들의 감각 역치는 아주 센 압력에 맞추져 있으므로 얕은 압력에는 반응하지 않고 점점 더 센 압력에 기대 수준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센 압력의 자극에 몸은 이완되기는커녕 더욱 긴장하게 만들면서 마치 두터운 갑옷을 입는 것과 같은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하게 한다. 긴장된 몸은 이완되어 쉼의 체험을 하면서 조화로운 생체리듬을 찾고 싶은데, 몸을 빌린 사람은 학대받는 듯 가학적인 센 자극으로 더 긴장되게 만드니 몸은 갈수록 악순환이다.  


신체심리치료의 기반인 약손명상테라피의 부드러운 자극에 '약해요'하는 이들은 자기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이 아니라 가학적인 폭군이다. 이들은 몸을 가혹하게 센 압력으로 학대하는 집착의 문제를 마음으로부터, 삶의 어떠한 체험이 그렇게 센 압력에 매달리게 하는지 그 근원을 살펴보며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반응이 '싸우거나 도망가는(fight or flight)'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아니라, 지혜로운 인간에게는 '보살핌과 어울림'이라는 현명한 선택의 대안이 있음을 체험을 통해 알게 해주어야 한다. 이는 전 지구적으로 쉴 틈 없이 전해오는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사건 사고와 이슈들에 반응하는 우리 현대인들이 집단적인 신경증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대응논리이자 방법론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음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전 지구적인 평화에 지극히 위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개인들에게는 누적된 채 그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정신적인 외상은 배수구를 만들어놓지 못한 댐과 같이 언제 터질지 모를 것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사랑과 공감의 대상을 관계에서 확인하는 것은 부정적 정서들의 안전하면서 적절한 배출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사랑과 공감을 몸을 통해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로 체험하는 것은 언어의 개입보다 왜곡됨이 없이 직접적인 효과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몸의 어떤 부분에 자극이 가면 느낌이 발생하고, 그 느낌에 마음이 머문다. 그렇게 몸을 통해 마음을 바라보고 알아차림의 체험이 있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더 센 압력의 자극을 필요로 한다고 외치는 '강력함의 순례자들'인 이들에게는 상처로 가득한 기억의 습작들 위에 온전한 삶의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내 몸과 삶 안에서 진정한 기쁨이란 무엇이고, 온전한 만족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선택하게 해 주는, 감각 체험의 재구성에 대한 몸과 마음의 길라잡이가 이들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삶에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순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신체심리치료는 그들에게 몸과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적절한 채널이 될 수 있다. 다만 조금 시간이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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