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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Feb 04. 2017

암 치유에 대한 숨겨진 진실, 사랑

접촉의 심리치료 34_심신의학의 관점

“나는 결국 모든 질병은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거나
조건부 사랑만을 받은 사람의 면역계가 지치고 우울해져
몸이 약해지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치유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사랑이 병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미국 암 전문의 버니 시겔(Bernie Siegel, <사랑, 의학, 그리고 기적> 중에서     


암에 대한 심신의학의 새로운 관점

요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암에 노출되고 있다. 많은 병원들이 암 전문병동을 세우고 있고, 조기 발견율이 높아져서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고는 한다. 악성종양(Malignant Tumor)의 다른 말인 암은 의학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2014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암 사망률은 OECD 33개 국가 중 여섯 번째라고 한다. 국민 35명 중 1명이 암 유병자이고, 65세 이상 노년층은 10명 중 1명 꼴이라니. 우리 주변에도 가까운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암 전문의라고 알려진 명의도 암을 막아내지 못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으니 암의 예방과 치료에 정답은 없는 듯하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과 종양학자들이 선택하고 있는 방법은 암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서 독성이 높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암 병소를 절제하기 위한 외과적인 수술, 방사선 치료나 항암 화학요법 등이다. <파퓰러 사이언스> 2016년 11월호에는 ‘인체는 암을 이길 능력이 있다’는 제목으로 면역치료의 선구자인 펜실베니아 대학 칼 준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어서 눈여겨보았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럽연합(EU)은 주사형 흑색종 치료제로 종양 용해성 면역치료제(oncolytic virus therapy)인 ‘임리직(Imlysic)’을 승인했는데, 이 약은 유전자 조작을 거친 바이러스로 인간의 면역계에 암세포 공격명령을 내린다고 한다.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죽인다고 하는 신약들이 이렇게 계속 연구 개발되고 있지만 이러한 약품 또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효과가 있을 수는 없고 부작용 또한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암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과 치유를 위한 접근에서 주류 의학자들은 현대의학 기반의 병원에서의 치료 방법 말고는 어떠한 자연, 민간, 대체요법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으므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암으로부터 생존한 사람들을 보면, ‘개인의 삶의 방식에서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고 사회적인 지원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과학사 교수인 앤 해링턴(Ann Harrington)은 자신의 책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The Cure within: the history of mind-body medicine)>에서 암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 ‘심신의학’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부분적으로 참고한다.     

치료할 수 없는 병치료할 수 없는 환자

1981년 미국의 심리학자 Temoshock와 Hellen은 악성 흑생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암에 잘 걸리는 성격(Cancer Personality)을 ‘Type C 성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Type C 성격은 남들이 좋은 사람(nice people)이라 부르는 사람으로, 겉보기에는 타인들에게 온화하고 부드럽게 보이는 성격이다. 자기 희생정신이 강하고, 협조적이며, 참을성이 많고. 불평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며, 결단성이 약하고,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잘 억누른다.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 대하여 절망하고 무력해 하며, 우울에 잘 빠진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쌓아두게 되고 나중에는 절망감, 무력감으로 발전한다는 성격 특징을 나타낸다. 


Type C의 성격이 암을 직접 유발하지는 않지만 암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갖기 때문에 암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한 면역기능의 억제가 암의 원인일 것으로 추론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로 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 즉 종양 경향성(cancer prone)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억압되었고, 친밀감이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한다. 심리적, 감정적 상처가 몸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은 사람’이지만 마음속의 상태는 풀지 못한 매듭들의 응어리로 ‘매우 안 좋은 사람’이다.     


이들을 진심으로 돕는 길은 그들의 내면에 억압된 채 맺힌 감정을 풀어주고, 이전에는 느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친밀감과 그리고 사랑을 삶 속에서 체험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감정적 상실감으로 고통받을 때 몸은 종종 새로운 것을 자라나게 한다.”라고 미국 예일대학의 암 전문의인 버니 시겔(Bernie Siegel)은 말한다. 시겔은 모든 환자가 충실하게 살고자 결심하는 순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소유한 셈이라고 믿었다. 즉, 이러한 생각은 ‘AIDS에 대한 정신신경면역학적 관점’이란 논문을 낸 미국의 정신과 의사 조지 솔로몬과 리디아 테모쇽(George Solomon & Lydia Temoshok)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치유할 수 없는 병은 없으며 단지 치료할 수 없는 환자만 있을 뿐이다.”     


1978년 버니 시겔은 ‘예외적인 암 환자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Exceptional Cancer Patient's Program, ECaP)'를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암 환자들을 모아놓고 ‘예외적인 환자’가 되기 위한 ‘내면의 자원’을 발견할 수 있게 돕는 것이었다. 암 치료 전문인 이 의사는 병을 치유하는 것은 세상에 알려진 의학적 처치가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서로 사랑으로 연결된 존재이다. 그래서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치유의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마치 물결처럼 퍼져가는 보편적인 파동이다. 내가 보낸 사랑은 누군가에게 전해진다. 그렇게 사랑이 다리 놓아준 접점에서 사람들은 서로 접촉하여 밀도 높게 연결된다. 나의 내면에 채워진 사랑이 너와 나와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막힘없이 소통될 때 우리 몸과 마음에 갇혀있던 응어리진 정서가 풀리고, 무의식에 기록된 분노와 미움, 두려움의 매듭을 스스로 풀게 되면서 온전한 치유에 이르게 된다.

  

암도 어루만져주어야 할 내 몸이다

암의 치료는 ‘몸의 치료가 아니라 삶의 치료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심신의학의 입장에 필자도 동감이다. 최근에는 현대의학도 그러한 전체적인 맥락에서 암을 치료해야 한다고 공감하면서 암환우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이 암환우들의 지지모임을 만들고 있는 것은 그런 시도중 한 가지이다. 그런 모임에서는 암이라는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자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연대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도 이들에게 사랑 나눔의 접촉으로 내면의 긍정적 자원을 발견하고, 견뎌낼 수 있는 희망과 힘을 얻기 위해 사랑과 친밀감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한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면서 참여했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접촉을 통한 사랑의 손길을 일시적으로 체험한다고 암으로부터의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이 사랑의 접촉을 조금만 더 일찍 체험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병의 증상이 나타나고, 건강을 잃은 다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온전하게 건강한 삶을 위해서 더 나은 것은, 내 몸과 마음이 어느 순간 휘청거려진다는 ‘취약함’이 느껴질 때, 보살핌과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돌봄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암환우들을 위한 이러한 사회적 지지모임은 힘든 치유의 길을 누군가와 ‘함께 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얻는 위안은 스트레스 시스템을 안정시켜주고 우리 몸에 유익하다는 것을 미국의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스피겔(David Spiegel)은 입증했다. 그의 연구논문인 ‘전이된 유방암 환자에 대한 정신사회적 치료의 효과(Effect of psychosocial treatment on survival of patients with metastatic breast cancer)’는 1989년,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게재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과 사랑이 암의 치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사랑은 어떠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그렇게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커지고, 나와 우리는 사랑 안에서 치유되고 회복되어 간다. 암도 사랑으로 어루만져주어야 할 내 몸이며, 상처받은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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