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취업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1편

잠시 멈춰서 숨 고르기 중인 스물여섯의 일기(2020.2)

by 숲 이야기집

나 또한 다른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취업 전선에 있는 막 학기 4학년이었다. 대외활동, 인턴, 영어 점수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자기소개서의 한 줄을 위한 재료처럼 느껴졌다.


"이 활동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네", "이 부분은 나의 부족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적으면 좋지 않을까?" 나는 어떤 일을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자기소개서 글감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목적과 수단이 전치된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스스로 취업의 '수단'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순서였다.


직감적으로 지금 멈춰서 숨을 한번 고르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에는 마땅히 이러저러한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안에 속아 뚜렷한 소신 없이 남들이 걷는 길을 따라 걷는다면 내 삶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또 인생에서 가장 젊은 '지금'조차도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지 이렇게 고민이 되는데 나중 가면 이런저런 제약을 핑계로 삼아 도전할 용기를 못 내겠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나로 태어난 이상, 정말 '나 다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요새는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굳이 경험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1년 안에 퇴사하는 신입사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알고 있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복지가 좋다고 해서 그게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노동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 걸 안다.


실험을 해보고 싶다. 내가 잘하는 것, 잘해보고 싶은 것을 어떻게 하면 나만의 업으로 만들 수 있는지 대안을 찾고, 대안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후에야 취업이든 뭐든 진짜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오직 오늘을 정직하게 살아가는 하루의 이야기가 나라는 사람인지 누구인지 솔직하고 투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자기소개서가 될 거라 믿는다. 나의 여정이 나와 같은 실험을 시도하는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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