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2019년 2월 졸업 이후 나는 취업 대신 자발적 백수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되니까 취업을 준비하기보다는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싶었다. 이 선택이 궁극적으로 나한테 옳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막학기부터 시작했던 인문학 대외활동을 마무리 짓고, 진짜 백수로만 지낼 수는 없으니 마케팅 사무보조, 인스타그램 단기 운영을 맡으며 생활비를 벌었다. 내가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실현해보려 꼼지락 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1년은 결과적으로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상 목표한 바를 이뤄내지 못했다. 사무보조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잠들기 일쑤였고, 내가 실험하고자 하는 건 계속 뒷전으로 밀려났다. 주체적으로 시간을 운영할 줄 몰랐으며, 회사 없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2020년이 됐다. 2020년도 백수 신분인 건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작년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보다 주체적으로 행동해보고자 했다.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친구 2명과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해보기도 하고, 춘천에서 한달살이를 해보기도 했다. 공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홍보 캠페인의 전 과정을 맡아 성인지 감수성 키트 제작을 해보기도 하고, 9월부터 12월 연말 내내 환경 관련 창업 및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서비스 기획 및 론칭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서 인연이 닿은 대표님의 제안으로 비교적 최근까지 도시재생 제안서 작업을 했다.
분명 한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1년이었지만 이상하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허탈감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나를 위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발적 백수 실험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가 온전히 나로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였는데 정작 나를 위한 일은 하지 않았다. 시도는 했어도 결과물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공허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과거를 보낸 나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가 왜 자발적 백수 실험을 하는지 why를 명확히 하라고, 그 why를 꾸준히 상기시키라고 또, 확실한 결과물과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그 결과물을 만들 때까지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뭐가 됐든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꼭 마무리를 지으라는 말까지. 1년 전 나에게 하는 말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이기에 그때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 조금씩 결과물을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