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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gang Dec 28. 2020

어여 먹어...

그리운 풍경 하나, 나의 아부지


1


“허허~~ 아부지랑 들어가는데.. 괜찮타...”

 막걸리와 빈대떡을 파는 집, 양철 탁자와 간이 의자가 오밀조밀 둘러 있는 허름하고 조잡한 그런 집, 여고생이 들어갈 만한 집은 절대 아닌  주막이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이어도 시원찮을 감수성이 예민한 그 시기에 두루마기에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와 끌려가듯 어색하게 억지로 그곳에 들어섰다.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는 아주머니와 테이블 손님들을 향해 나직하게 외친 아버지의 소리는 ‘우리 막둥이요!’였다.

 성탄 이브에 아버지와 거기 양철 탁자와 둥그런 간이의자, 요즘으로 말하면 포차의 테이블에 교복을 입고 나는 앉아 있었다. 부끄럽고 싫었다.

 “막걸리 1병, 어.. 그리고 우리 막둥이가 먹을 만한 게 뭐가 있소?”

 테이블에 막걸리 1병과 대접 잔이 먼저 놓였다. 그때까지 불만이 가득한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내 마음도 모르고 마냥 좋은 표정이었다. 곧이어 녹두빈대떡과 파전이 나왔다. 아버지가 젓가락으로 툭툭 찢으며 눈빛으로 말했다.

 '어여 먹어...'


2


 친구 딸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 남편이 그랬다. 만면에 고민의 흔적을 지니고, 진정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우리 sj이 아까워서 누굴 주냐?”



1. 다낭 미케비치 해변 2. 호이안 안방비치 해변. 작년 이맘때 가족여행 중


. 새벽녘에 아버지 꿈을 꾸었다.

 문득 생겨난 풍경 하나, 이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쓴다.

 남편이 눈물을 글썽이며 시집보낼 딸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내가 결혼도 하기 전 먼나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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