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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gang Mar 21. 2021

예쁘다마다

제비꽃이 사는 집



보라색 필통을 떠서 노트북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A 선생님께 사진을 보내며 "예쁘죠?"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예쁘다마다"였다.


"예쁘다마다"

입안을 공굴리며 부드럽게 흘러나오던 이 말, 예쁘다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  아버지의 말이었다.

어떻게 알고 이 말을 내놓았을까?  

 




폐가,라고 써서 이 사진을 보냈다.

"폐가 아니넹~"  

뭐지? 폐가가 아니라니? 사진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셨나?

의아해하며 사진을 다시 점검하고 있었다.

곧바로 이어진 대답이 놀랍다.

"제비꽃이 살아있는데 폐가라니... 꽃 입장에서 봐야~"

그래 맞다. 폐가 아니다.

"제비꽃이 살고 있는 집"이다.


멋진 풍경을 봤을 때 우리가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것은 자연이 말을 건 거라고. 그런데 우리가 표현을 못 할 뿐인 거라고. 박웅현 선생이 '책은 도끼다'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제비꽃을 보는 순간, 아! 외마디 감탄사를 한숨처럼 내뱉었는데 나는 정작 제비꽃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봄볕에 꽃잎 딸랑대며 자냥스럽게 외쳤을 텐데 정녕 나는 꽃의 말을 거역한 것은 아니었을까.


제비꽃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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