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만 1억 4천만원'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과 SNS가 일상화되며 오늘날 사진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특히 여행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면 더욱 사진을 많이 찍는데요. 그러나 지나치게 사진을 찍거나, 특히 자기 자신을 찍는 셀카를 찍을 때 사진 찍는 문화의 병폐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위험한 장소에 들어가거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팔려 발을 헛디디는 사례가 많은 것이죠.
오늘 RedFriday에서 소개할 사건도 사진을 찍다 일어난 일입니다. 한 관광객이 셀카를 찍다가 200년 된 문화재를 파손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일일까요?
얼마 전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카노바 미술관(Museo Gypsotheca Antonio Canova)에서는 SNS를 통해 비극적인 소식을 알렸습니다. 지난 금요일인 7월 31일 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남성이 미술관의 조각상 작품 위에 앉아 사진을 찍다가 이 작품의 발가락 부분을 훼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이를 박물관 측에 알리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고 하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조각상을 부순 관람객의 신원이 드러났습니다. 빠르게 용의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코로나19 덕분이었죠. 현재 이탈리아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장하기 전 인적 사항을 남겨야 하는데요. 이 인적 사항과 CCTV를 대조한 것이었습니다.
안토니오 카노바 재단 이사장이자 미술 평론가 겸 상원 의원인 비토리오 스가르비(Vittoria Sgarbi)는 즉각 이 사건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경찰과 사법기관에 '이 문화재 파괴자가 처벌받지 않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명확하고 엄격하게 요청한다'라며 단호한 태도로 언론 앞에 섰죠.
이런 사건이 미연에 방지될 수는 없었냐는 미술관의 보안에 대한 비판에도 입을 열었습니다. 스가르비 재단 이사장은 미술관 보안에 소홀함이 없었다면서, 경비들은 배치되어 있었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있기에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죠. 작품이 훼손된 뒤 몇 분 만에 이를 알아채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하네요.
한편 훼손된 작품은 바로크 천재 조각가 로렌초 베르니니 이후 최고의 이탈리아 조각가라는 찬사를 받는 이탈리아 신고전주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작품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입니다. 이 작품은 1808년 경에 만들어진 석고 조각상인데요. 19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인 보르게세 가문에 시집 온 나폴레옹의 여동생 파올리나 보르게세를 형상화 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에 전시된 대리석 작품의 원형이기도 하죠.
현재 이탈리아 의회에는 '문화재 훼손 처벌 법안'이 계류되어 있는데요. 문화재를 파손한 사람에 대해 최대 8년의 징역, 또는 최대 1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원 정도의 벌금형이 내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