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모델링에 근거한 연구결과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Lancet에 발표된 논문 한편이 코비드 19 백신의 엄청난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로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네요. 이 논문은 백신 덕분에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무려 2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다고 당당히 결론내렸더군요. 여기에도 코비드 19 유행 내내 거의 예외 없이 엉터리 예측 결과만을 내놓았던 그 예의 수리모델링이 다시 등장하고요.
수리모델링을 이용하여 특정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문은 의학분야에서 매우 흔합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제 연구 분야인 환경호르몬의 질병부담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모델링으로 추계한 연구들이 Lancet을 포함하여 유수한 저널에 줄이어 발표된 바 있습니다. 이런 논문은 종종 자극적인 단어들로 포장되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이는 일종의 사회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여 관련 분야 연구비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지죠.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저농도 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은 제 필생의 연구주제로,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오랜 기간 누구 못지않은 치열한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위 논문들에서 언급된 모든 수치들은 100% 오류 혹은 과장이라고 봅니다. 나름 이 분야 유명 연구자들로 구성된 저자들은 비선형성이나 복합체와 같이 환경호르몬이 가진 특성들이 수리 모델링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그리 내키지 않습니다만, 지금 적고 있는 주장의 신뢰성을 위하여 저의 구글 스칼라 정보를 링크합니다.
비단 환경호르몬 관련 연구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하루에도 수백 편씩 쏟아지는 논문들 대부분은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을 위한 논문일 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학계가 비즈니스 모델화된 지 오래이며 그 누구도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연구들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직접적인 피해만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을 언젠가부터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비드 19 사태와중에는 연구자들의 오류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되었는데, 수리모델링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유행 초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의 수리모델링 결과는 전 세계가 전면 락다운이라는 파괴적인 방역정책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였다는 점은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습니다. 서구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락다운 노 마스크로 대응했던 스웨덴의 경우 그의 수리모델링에서 예상된 사망자수의 약 6-7% 수준에서 1차 유행이 종식되었죠. 일찍부터 이런 이슈가 학계에서 제대로 논의되었다면 수리모델링 결과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만, 아직도 전문가들조차 수리모델링을 첨단 과학이라고 믿고 있는 듯합니다.
코비드 19 사태동안 발표된 수많은 수리모델링은 그 예측치와 현실에서 관찰되는 결과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델링이 가진 근본적인 오류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만, 현시대 과학자들은 여전히 모델링 그 자체는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밖에 해가 쨍쨍하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봐도, 컴퓨터 기상예측 모델링에서 지금 폭우가 내린다고 하면 우산과 비옷을 갖춰 입고 외출할 사람들이죠.
Lancet논문의 오류는 수리모델링에서 우리나라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해보면 누구라도 금방 인지할 수 있습니다. 아래 지도는 2021년 한 해 동안 백신이 예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만 명당 사망자수를 국가별로 보여주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서유럽권 국가들과 유사하고 미국보다 많으며 일본보다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속한 카테고리 (Deaths averted per 10,000 people: >59 and <=170)의 최저값이 우리나라 상황이라 가정한다 하더라도 2021년 한 해 동안 백신으로 예방한 사망자수가 30만 명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오군요.
평소 우리나라 총 사망자수가 년간 30만 명 정도입니다. 모든 병, 모든 사고, 노쇠로 인한 사망까지 다 합한 숫자입니다. 유행시작부터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코비드 19 누적사망자수는 6천 명 정도였고요. 그런데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코비드 19 백신 덕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자수가 3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요?? 저자들의 소속을 보니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였는데, 제 2 제 3의 닐 퍼거슨 교수를 계속 양성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편 최근 독자분이 댓글로 알려주신 논문 하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 저널에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입니다만 논문 결과와 저자들의 면면만 봐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BMJ의 편집자인 Peter Doshi 교수가 교신 저자였고, 저희 분야의 연구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UCLA의 통계학자인 Sander Greenland교수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더군요.
이 논문은 mRNA 백신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단 4개월간 백신접종군과 대조군이 <심각한 부작용>을 얼마나 많이 경험했는가를 비교분석한 것으로 결과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가 화이자 접종군은 만명당 10.1명, 모드나 접종군은 만명당 15.1명 대조군보다 많았다 (2) 이는 백신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코비드19 입원율 감소보다 많아 mRNA백신의 위험은 이득보다 큰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 연구결과는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해석에 주의를 요합니다. 이런 분석은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과 치명률 0%에 수렴하는 저위험군을 나눠서 분석해야 현실에서 유용한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죠. 어찌되었건 Lancet이라는 유수한 저널에 발표된 수리모델링 결과 vs. 아직 저널에 실리지 못한, 그러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참여자가 단 4개월동안 직접 경험한 심각한 부작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이 논문 결과, 둘 중 어느 것이 우리에게 더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수리모델링이 어떤 숫자를 이야기하든지간에,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이 의미하는 바는 일관되고 분명합니다. 치명률 0%에 수렴하는 연령군은 코비드 19 백신을 맞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백신접종률 0%인 북한에서 약 1달 반 만에 우려했던 대참사 없이 유행이 안정화되는 결과를 보고도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단지 통계 조작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수리모델링에 의하면 북한은 수십만명 코비드19 사망자와 함께 아비규환의 비극이 발생했어야 했던 국가죠. 동아시아권은 처음부터 코비드19에 대하여 높은 저항력을 보였던 지역이라는 점만 인정하면 모든 수수께끼가 단박에 풀리는데, 그런 쉬운 방법은 그 분들이 선호하는 해법이 아닌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