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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n 21. 2022

mRNA 백신이 남성 정자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이 논문이 3차 백신접종을 앞당긴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는 이유

코로나 백신 괴담이라고 불리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mRNA백신이 남성 정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여러 번 언론의 팩트 체크를 통하여 증거 없는 가짜 뉴스라고 난도질 당한 바 있죠. 거기에 더하여 2021년 6월경 JAMA에 건강한 젊은 남성의 정액을 대상으로 mRNA백신 접종 전과 후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정액양, 농도, 운동성, 개체 수 등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되면서 그야말로 백신 반대론자의 음모론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 연구팀에서 기존 연구보다 오랜 기간 추적 조사한 논문을 Andrology에 발표했는데 그 결과뿐만 아니라 저자들의 해석이 꽤나 흥미롭더군요. 저자들은 논문 제목에서부터 mRNA백신이 정자 농도와 총 활동성 정자수를 낮추기는 했으나 temporarily, 즉 일시적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초록 결론에서도 “Long-term prognosis remains good”이라고 명시했으며, 고찰에서도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문장을 반복하고 있더군요.  


한 사람의 역학자로서 평을 하자면, 이 논문은 매우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과소평가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쓴 논문으로 보였습니다. 저널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논문 사독시 “논문의 결론이 결과에 기반하여 도출되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 논문 사독을 했다면, 이 항목에 대한 저의 점수는 최하점에 가까울 듯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논문에 제시된 결과를 기반으로 그린 것으로 37명의 연구대상자가 제공한 220개의 정액을 모두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입니다. T0는 백신 접종전, T1은 접종후 0.5~1.5개월, T2는 2.5~4개월, T3는 5개월 이상입니다. 결론적으로 정액양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정자농도는  T1부터, 총활동성 정자수의 경우 T2부터 의미있는 감소를 보였으며, 운동성조차 T3에서 감소 추이를 보였다고 해석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T3에서 95% 신뢰구간이 다소 넓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래 그래프 어디에도 논문 제목과 초록 결론에 “temporarily”나 “Long-term prognosis remains good”이라고 명시할 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이 이러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 근거는 추가분석이 보여준 결과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추가분석에서는 연구대상자가 각 시점에 제공한 시료중 첫번째 정액만을 선택하여 (혹은 평균값을 사용하여) 백신접종 전후의 중앙값(median)을 비교하는 비모수 통계검정을 시행합니다. 추가분석시 T1, T2, T3 시점의 표본크기는 각각 28, 29, 21명으로 줄어들고요. 저자들은 백신접종 전인 T0와 비교했을 때 T2의 중앙값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고 (붉은 색표시) T3의 중앙값은 유의한 차이가 없으므로 (푸른 색 표시) mRNA 백신이 정자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는 추가분석이 아니라 전체 자료를 대상으로 했던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상당수 대상자가 제외된 표본들의 중앙값을 비교하는 추가 분석 결과에 촛점을 맞추었는데, 매우 억지스러워 보였습니다. 실제로 T0-T3 정자농도의 25분위수와 75분위수를 보면 아주 범위가 넓으면서 (-17~+30, 점선 네모 표시), 75분위수가 T0-T2의 75분위수인 +31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논문이 제공하는 정보를 모두 취합하면, T0에서 T2로 진행하면서 전체적으로 정자농도와 총활동성 정자수가 감소하다가, T3시점이 되면 회복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정자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그 전에도 백신접종이 정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논문들이 있었으나 모두 T1에 해당하는 시점에서만 측정한 뒤 백신이 정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었죠. 그러나 추적 기간을 늘여 T2시점을 포함시키니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고요. T3에 와서는 회복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백신이 정자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차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건강한 젊은 남성이 아닌 이미 기능이 떨어진 남성들을 연구 대상으로 했다면 T3에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지금보다 많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백신이 고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백신접종시 흔히 경험하는 비특이적 전신면역반응의 결과라고 해석하였더군요.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T2보다 백신접종 완료시점에 가까운 T1에서 감소를 보이는 것이 더 타당할 겁니다. 저의 판단으로는 비특이적 반응보다는 백신 성분 중 일부가 해당 장기에 장기간 잔류하면서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의심해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듯 하군요.  mRNA백신 성분은 극소량이지만 고환을 비롯하여 전신 장기로 신속히 분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동물실험이 존재하죠. 이 동물실험 결과는 화이자측이 직접 시행했던 연구로 2022년 3월 미국 법원 명령에 의하여 공개된 문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이번 논문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3차 백신접종을 3개월로 기간을 단축하여 시행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이 논문의 T2 시점이 지나가기도 전에 젊고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패스제도까지 도입해가면서 추가 백신접종을 시행했던 국가입니다. 정자를 만드는 세포들이 회복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다시 한번 주입된 백신..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지난 겨울 올렸던 "백신 접종의 이익과 위험분석은 얼마나 과학적일까?"에서 치명률 0%에 수렴하는 20대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의 이익이 위험보다 더 크다고 주장했던 그 분들을 정면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 글의 요지는 장기 부작용에 대하여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절대 위험 자체가 지극히 낮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의미없는 숫자놀음따위는 그만두라는 것이었죠. 그 당시 우리나라 방역 및 백신 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몇몇 교수들은 저같은 사람을 두고 <백신혐오주의자들의 준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공개 비난한 바 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꼭 한번 물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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