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네 번째 항체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더군요. 지금까지 항체 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신랄한 비판의 글을 올린 바 있는데, 이번 항체 조사는 꽤나 의미심장한 결과를 시사하는 듯싶습니다. 이전에 올린 비판글은 K방역 덕분에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했던 방역당국의 발표가 명백히 허구임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글에서는 어제 항체 조사 결과에 기반하여 우리나라 방역 및 백신 정책의 치명적 오류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바이러스의 S(spike)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N(nucleoprotein)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 2가지를 측정했다고 합니다. S항체는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 둘 다에 의하여 생길 수 있고 N항체는 자연감염만으로 생길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S항체 양성률이 95%라고 하는군요. 이 기사에는 드디어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자축하거나 K방역을 찬양하는 댓글들이 다수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이 항체 조사 결과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먼저 우리나라 오미크론 변이 유행양상을 보겠습니다. <확진자 수 최소화와 백신접종률 극대화>를 목표로 사회를 미세통제해왔던 한국은 2021년 말 드디어 백신접종률 OECD 1등이라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그러나 2022년 1월이 되어도 여전히 하루 수천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지죠. 2월로 넘어가면서 그 숫자가 수만 명이 되고 3월에는 수십만 명이 되면서 한 때는 전 세계 확진자 수 1위라는 기염을 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3월 중순 6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현재 일일 약 만 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동일한 시기 항체 양성률 추이입니다. 먼저 백신 혹은 자연감염 경험을 반영한다는 S항체 양성률부터 보겠습니다. S항체의 경우 2022년 1월 이미 93%에 달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유사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력에 따른 항체 양성률 정보가 자세히 제공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2022년 1월 S항체 양성자 대부분은 백신 접종의 결과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합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양성률을 보인 이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생겼던 S항체는 사라지고 자연 감염으로 인하여 생긴 S항체로 대체되었기 때문일 것이고요.
여기서 핵심은 2022년 1월 이미 93%에 달하는 S항체 양성률을 보였지만 오미크론 유행을 전혀 막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 결과는 일찍부터 소수 전문가들이 주장해왔듯이 코비드 19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 증거입니다.
한편 자연감염 경험을 반영하는 N항체 양성률의 경우 2022년 1월에는 0.6%에 불과했으나 오미크론 유행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4월에는 36.1%에 이릅니다.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 유행 곡선은 3월 16일경 정점을 보이면서 꺾이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유행 곡선 꺾임은 그 자체로 <일시적 집단면역>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단기간 자연감염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누적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일시적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 감염 규모는 인구집단에 따라 다양한데, 교차면역과 같이 pre-existing immunity가 높은 지역일수록 작은 규모로도 가능해집니다. 코비드19와 같은 감염병은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무증상, 경한 증상의 자연감염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지나가는 와중에 이러한 형태의 <일시적 집단면역>을 보여주는 유행 곡선을 반복적으로 만들게 되고, 그 결과 종국에는 인간과 공존하는 바이러스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가을 델타 변이 유행시 일본에서 보였던 유행 곡선의 꺾임도 이런 사례입니다. 그 당시 일본은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낮은 백신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이런 패턴이 가능했고, 한국은 무증상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K방역의 오류로 계속 유행 곡선이 우상향하고 있음을 지적했다가 K방역 지지자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바 있죠. 한국과 일본의 최종 성적표를 비교하자면 무분별한 PCR 검사를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응을 했던 일본의 결과가 K방역과 백신 접종에 목숨 걸었던 한국보다 더 나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항체 조사 결과가 주는 교훈은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 구성원들이 자연감염 경험을 많이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K방역과 같은 과잉 방역의 폐해를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건강한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과학적인 방역정책으로, 국가가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돈도 잃고 몸도 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한 S항체 양성률 결과는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치명률 0%에 수렴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타인 혹은 공동체를 위하여 백신을 맞을 필요가 전혀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코비드 19 백신은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나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맞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예전처럼 살면서 감기나 독감처럼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가는 편이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코비드 19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와서야 알게 된건가요? 천만예요. 우리나라에서 저 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21년 7월 경으로, 이미 백신으로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보고가 나온 다음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백신 패스와 같은 반인권적 정책까지 도입하여 단지 일상생활을 위하여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백신 접종을 하도록 만든 우리나라 백신 정책은 반드시 철저하게 복기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감염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난 2년 동안 오로지 확진자 수 최소화를 목표로 사회를 나노 단위로 통제하면서 인권과 기본권 침해를 당연하게 여겼던 K방역도 당연히 원점에서 재고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너무나 나쁜 선례를 남긴 코비드 19 사태를 그냥 넘긴다면, 조만간 이번과 같은 일이 더 정교한 방식으로 재발하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