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May 09. 2022

WHO 초과사망 보고서에 대한 신문기사를 본 소감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면 안 됩니다

 최근 WHO에서는 코비드 19 유행기간 동안 국가별 초과사망에 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초과사망은 코비드 19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까지 모두 고려하여 계산되므로 감염병 유행이 한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현재 이 보고서에 대한 국내외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는데, 외신의 경우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의 초과사망이 유럽권 최하위권이라는 점이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락다운과 같은 통제 위주의 방역정책이 유행 억제에 별 의미가 없었으며 심각한 2차 피해만 가져왔다는 점도 이제는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 기사들은 복사라도 한 듯 하나같이 똑같은 제목에 내용도 천편일률적인데, 방역당국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약하자면 (1) K방역 성적표는 OECD 6위로 봉쇄국빼면 최상위권이다. (2) 호주, 뉴질랜드, 일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5개국은 한국보다 낮은 초과사망을 보였다. (3) 호주, 뉴질랜드, 일본은 방역 규제가 너무 엄격해서 초과사망이 음수였다는 것입니다.



방역당국에서는 일본의 초과사망이 한국보다 적은 것을 보고 매우 당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행초기부터 느슨한 대응한다고 온갖 비난을 다 들었던 스웨덴의 선방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현시점, 일본이 한국보다 방역 규제가 엄격해서 초과사망이 더 적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시 한번 국민을 기만하는 일입니다.


아래는 Coronavirus Government Response Tracker에 기반하여 유행 시작부터 지금까지 각종 방역정책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엄격성 점수를 비교한 것입니다. 진단검사, 접촉자 추적, 마스크 의무화, 학교 폐쇄, 모임 금지 모두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더 엄격한 방역정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할 수 있다는, 그놈의 최신 IT기술에 기반한 접촉자 추적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실 듯하고요. 일본의 엄격성 점수가 높은 유일한 방역정책이 국경 봉쇄입니다. 그것도 2020년에는 차이가 없고요. 그런데 일본이 한국보다 방역이 엄격해서 초과사망이 더 적었다고요??



WHO 보고서에서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동아시아 3개국만 선택해서 초과사망을 비교해보면 싱가포르, 한국, 일본 순입니다. 그런데 현재 WHO 보고서에는 한국의 코비드 19 사망이 폭발했던 2022년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전 기간을 대상으로 초과사망을 재산출하면 한국이 다른 동아시아권 국가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작 즈음 한국의 3차 백신접종률은 60%에 가깝고 일본은 5%에도 못 미쳤습니다만, 한국의 피해가 일본보다 더욱 컸죠. 즉, 유럽권의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권의 일본도 가장 느슨한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회에 끼친 피해가 작았다고 보는 것이 정직한 해석입니다.



바이러스 전파는 무조건 막는 것만이 善이라고 주장해온 방역 만능주의들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결과를 보인 유럽권의 스웨덴, 동아시아권의 일본..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 두 국가의 공통점은 유행 초기부터 완화 전략을 수용함으로써 건강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자연감염에 대하여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지나가는 무증상, 경한 증상의 자연감염은 어떤 백신과도 비할 수 없는 견고한 집단면역을 사회에 제공해 주는 동시에, 정상적인 사회 기능을  유지하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과 일본의 대응은 코비드 19 유행 이전 존재했던 호흡기계 감염병 팬데믹에 대한 표준 프로토콜에 가장 근접한 정책으로, 인류는 반복적인 인플루엔자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이런 감염병 유행시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하우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유행 초기 스웨덴의 방역정책을 이끌었던 안데스 테그넬박사가 “World went mad”, 즉 "전 세계가 미쳤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로, 코비드 19 사태는 인류가 그동안 쌓았던 감염병 유행에 대한 모든 지식과 경험을 내동이친 인재적인 요소가 강한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대응이 더욱 심각했던 것은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제자리 찾아주기”에서 설명드렸듯 처음부터 동아시아권과 서구권은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유행의 난이도 자체가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난이도 하>인 시험지를 들고 <난이도 상>인 시험지와 비교하면서, 틈만 나면 K방역 덕분에 선방하는 것처럼 국민들을 세뇌시켜 놓은 탓에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K방역이라는 목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노예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어떤 정치인이 감히 K방역을 거부할 수 있을까요?


 “K방역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정책입니다”에서 적었듯, 한국의 코비드 19 성적표는 온갖 기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권 최하위로 K방역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하여 반드시 재고되어야 하는 정책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성공한 방역정책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새겨진다면, 앞으로 감염병 유행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유무형의 비용은 상상초월이 될 겁니다. 최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두고 미개하다고 비웃는 국민들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전 세계가 중국을 비난해도 최소한 한국은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없는 국가입니다. K방역이란 최신 IT기술에 기반한 21세기형 마녀사냥으로 일견 중국보다 세련되어 보일 뿐, 방역의 방향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했던 한국이나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하는 현재의 중국이나 오십보 백보이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