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코비드 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일일 수십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군요. 마치 지난 3,4월 오미크론 대유행시 우리나라를 보는 듯합니다. 얼마나 믿을만한 통계인지는 모르겠으나, 북한 발표에 의하면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코비드 19 환자수는 약 148만 명인데 사망자수는 단 56명이라고 합니다. 진단검사가 아닌 발열 여부로 환자수를 가늠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감염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요.
현재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시스템과 0%에 가까운 백신 접종률로 인하여 곧 통제 불가능한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북한에 대한 이런 견해는 유행 초기 아프리카를 둘러싼 논란과 매우 흡사해 보입니다. 그 당시 대부분 전문가들이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영양부족과 열악한 의료시스템 등을 이유로 코비드 19가 아프리카 대륙에 상륙하는 순간 바로 시한폭탄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죠.
그러나 유행이 시작되고 1달, 2달, 3달.. 시간은 가는데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이 시한폭탄 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통계라고 다들 무시했으나,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예상과 달랐던 아프리카에 주목하는 연구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African enigma", 즉 아프리카의 수수께끼라고 부르면서 아프리카의 광범위한 이버멕틴 사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죠.
그 당시 아프리카 상황에 대한 저의 해석은 역시 교차면역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2020년 10월에 올렸던 “왜 코로나는 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지 않을까?”를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그림은 최근 Lancet에 발표된 2020-2021년 초과사망 논문에서 아프리카와 서구권을 비교한 것으로, 매우 낮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남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서구권보다 훨씬 낮은 초과사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전문가들은 북한을 두고 자연면역과 백신 면역 모두 없는 <면역력 제로>인 상태라고 말하면서 향후 코비드 19 사망자수가 22만 명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확진자가 없다고 해서 지난 2년동안 북한이 코비드 19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자연감염 경험이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면역력 제로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지의 소산일 뿐입니다.
유행 시작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제로였던 국가는 지구 상에 단 한 국가도 없었으며, 정반대로 많은 국가가 교차면역으로 인하여 상당 수준의 pre-existing immunity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수준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동아시아권은 특히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고요. 아직까지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조차 지구 생명체 탄생 이래 쉬지 않고 작동해왔던 교차면역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으로, 여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코비드 19 수리모델링의 오류와 그 위험성"을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교차면역 수준이 높다 하더라도 정치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북한의 코비드 19 상황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모방하는 것은 코비드 19보다 훨씬 더 큰 2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선택하든지 간에 현재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수준의 대참사가 북한에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 중심으로 사망자가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망률 치환 현상이 광범위하게 관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K방역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정책입니다"와 "WHO 초과사망 보고서에 대한 신문기사를 본 소감"에 적었듯, 유행 초기부터 PCR 검사를 제한하면서 지역사회 전파를 허용했던 일본의 상황이 2년 내내 방역과 백신에 목숨 걸었던 한국보다 결과적으로 나았으며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총사망률을 보였음을 고려하면 북한의 코비드 19 유행도 그 자체로는 크게 심각하지 않게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본의 사례가 한국의 방역과 백신 정책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시사했듯이, 어쩌면 북한의 이번 유행이 코비드 19 사태에 대한 인류의 대응 그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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