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 미스터리? 혹시 K방역이 허구??
얼마 전 올렸던 "북한의 코비드19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까?"에서 동아시아권의 높은 교차면역으로 인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통제 불가능한 대참사가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적은 바 있습니다. 오히려 백신접종률 0%인 북한의 결과가 코비드 19에 대한 인류의 대응 그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죠. 이제 2주 정도 지났으니, 북한의 현 상황을 짚어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일과 비교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현재까지 북한의 누적 발열환자수는 약 350만 명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포함하면 총 감염자 수는 공식 통계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망자는 극소수에 불과하여 치명률이 고작 0.002%라는 북한.. 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믿을 수 없는 통계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뢰도가 낮다 하더라도 북한의 현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대참사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백신, 치료제, PCR 검사 키트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고 단기간 전면 봉쇄로 대응했다가, 최근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평양부터 부분적으로 해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PCR 검사 키트와 백신을 원조받아서 증상, 무증상 가리지 않고 PCR 검사를 시행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행했더라면 과연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요? 여기에 더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K방역의 핵심인 3T를 북한 사회에 접목했다면요? 아직도 자신들의 오류를 인지조차 못한 채 다음 유행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고 있다는 소위 수리모델링 전문가들까지 북한에 파견했다면요? 아마 그때부터 통제 불가능한 대참사가 발생했을 겁니다.
현재 북한 상황은 동아시아권의 경우 처음부터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코비드 19 유행시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코비드 19란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감염병이다 (2) K방역은 이러한 감염병에 대한 최선의 방역정책이다 (3) 코비드 19 백신 접종은 남녀노소 모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4) 백신접종률은 무조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5) K방역과 높은 백신접종률 덕분에 우리는 서구권에 비하여 작은 피해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벌어진 일들이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였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개인 면역력에 따라 코비드 19 감염이 무증상부터 사망까지 매우 다양한 결과를 보이듯, 인구집단이 가진 특성에 따라서 코비드 19 유행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원숭이두창이건, 침팬지두창이건, 답은 오직 하나뿐..."에 나오는 소젖 짜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만 따로 모여사는 마을이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마을 사람들은 평소 경미한 우두를 흔하게 경험하기 때문에 이 마을은 천연두가 유행해도 별 탈 없이 지나가게 될 겁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이 등장해서 멀리 떨어진 어떤 동네에서 벌어진 천연두 유행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의 생업을 중지시키고 천연두 예방을 한답시고 방역을 2년쯤 벌이면 아마 그때부터 이 마을의 비극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와중에 북한은 조선식 방역이 최고라면서 각종 선전화를 만들고 홍보에 돌입했더군요. 세련미는 없었지만 유행 내내 전 세계 표준모델이 된다고 자랑했던 K방역 홍보물을 보는 듯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다 거부했던 북한이 감염병 유행을 국민 선동과 세뇌의 기회로 사용했던 K방역의 노하우만은 발 빠르게 습득한 듯싶습니다. 지구 상에 감염병 유행을 두고 이런 낯 뜨거운 국가 홍보물을 제작하는 국가가 남한과 북한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한번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한 민족임을 온 세계에 증명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추가합니다
이 글을 보신 분은 최근 코로나 방역 승리 선언을 한 북한을 보면서 올린 "우리나라 코비드 19 사태, 질병청이 답해야 할 질문들"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