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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20. 2022

코비드 19 수리모델링의 오류와 그 위험성

앞서 KBS 심야토론을 보고 백신 패스의 과학적 근거를 주장하는 그 분들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서, 백신 패스보다 수리모델링에 대한 글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신 패스의 문제점이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 분들이 하는 수리모델링의 문제에 대하여서는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리모델링은 우리나라 방역 정책의 방향과 수위를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나라가 2년 내내 의미없는 확진자 수 중심의 방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수리모델링의 오류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수리모델링이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나 그 결과물로 나오는 매끈한 그래프들은 아주 세련된 첨단 과학의 산물처럼 느껴집니다. 더구나 AI까지 동원하고 있다면 신성불가침 영역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비드 19 수리모델링은 향후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과학의 대표적인 오용 사례로 역사책에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비드 19 사태가 전면 락다운이라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데는 감염병 수리모델링 전문가로 알려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닐 퍼거슨 교수는 코비드 19는 신종 감염병이므로 <이에 저항력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방역 시나리오를 가지고 수리모델링을 진행했죠. 그 결과 락다운을 하지 않으면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추정되었고, 이 예측치는 전 세계가 파괴적인 전면 락다운의 수렁으로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일단 그들이 권장했던 방역정책이 시행되고 나면, 수리모델링의 예측 정확도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관찰된 사망자 수가 예측치보다 훨씬 적다 하더라도, 이를 방역 정책의 효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역할을 자처하는 분들이 항상 “K방역때문에 이 정도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예측치와 같이 폭발했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죠. 유행 초기부터 수리모델링에서 추정된 엄청난, 그러나 진실을 알기 어려운 숫자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하여 자극적인 단어들과 함께 대중들에게 전달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사회의 공포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방역에 필요하다는 논리 하나면 어떤 위험한 정책이라도 다 허용되는 사회가 되었죠. 


그러나 스웨덴은 현재 감염병 수리모델링의 심각한 오류를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닐 퍼거슨 교수의 수리모델링을 스웨덴에 적용하면 락다운을 하지 않을 경우 3개월 안에 약 8만 5000명의 사망자 발생이 예상되었습니다만, 노락다운 노 마스크로 대응했던 스웨덴 1차 유행 때 관찰된 총사망자 수는 예측치의 6~7% 정도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글만 보시는 분들을 위하여 코비드 19 유행 동안 스웨덴의 총사망률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웨덴이 주는 교훈코비드 19 벌거벗은 임금님?”, “스웨덴은 100% 옳았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왜 수리모델링의 예측치와 관찰치 간 차이가 이렇게 엄청난 걸까요? 그 이유는 수리모델링의 전제 조건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리모델링의 대전제-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명백한 오류로 코비드 19는 처음부터 저항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매우 많았던 감염병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의 2차 유행시 보인 유행 곡선을 두고 다양한 조건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인구의 약 62%에서 pre-existing immunity가 존재했다>는 전제하에서 수리모델링을 적용했을 때 관찰치와 예측치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Pre-existing immunity가 고려되지 않으면 어떻게 모델링을 해도 피팅되지 않고요. 


그럼 이 pre-existing immunity는 또 어떤 이유로 가능한 걸까요?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요소는 제가 늘 강조해왔던 교차면역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은 “가장 강력한 방역대책은 교차면역입니다”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교차면역이란 감염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중증화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교차면역이 높은 인구집단일수록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이들은 바이러스 부스러기만 있어도 양성으로 나오는 PCR 선제 검사만 하지 않으면 대부분 모르고 지나가게 되는데, 일상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는 반복적인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 감염을 통하여 진정한 집단면역을 사회에 제공하는 사람들이 됩니다.  


우주 에너지의 68%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 우주에 존재하는 중력을 가지는 물질 중 85%가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라고 하죠. 감염병에서는 교차면역이 암흑에너지 혹은 암흑물질로서 역할을 합니다. 교차면역은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 즉 유기체가 가진 모든 면역 시스템을 통하여 작동하는 것으로, 한 개인 혹은 특정 인구집단의 교차면역 수준을 <사전에 정량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험실 에서 부분적으로 정량화하거나, 앞서 스톡홀름 사례와 같이 유행이 지나간 뒤 사후 모델링을 통하여 추정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pre-existing immunity의 존재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수리모델링에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아직도 수리 모델링을 하는 분들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모른 채 혹은 부정하면서, 측정 가능한 몇몇 변수에 기반하여 겉보기에만 아주 팬시해보이는 수리 모델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J교수는 KBS 심야토론 35:40쯤에서 교차면역은 가설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유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교차면역에 대한 논문들이 Cell, Nature, Science급 저널에 줄지어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차면역이 가설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J교수는 지금도 pre-existing immunity에 대한 어떠한 고려 없이 수리모델링을 계속하고 있는 듯합니다. 


J교수의 수리모델링 결과가 우리나라 방역 정책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웨덴에서 62% 수준의 pre-existing immunity가 존재했다면, 유행 초기부터 높은 저항력을 보여 왔던 동아시아권의 pre-existing immunity는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이를 무시하고 시행하는 수리모델링의 결과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에 기반한 방역 정책은요? 



오랫동안 나름 치열한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현시대는 더 이상 진리탐구를 위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일수록 깨어있는 합리적 이성의 도움 없이는 참과 거짓을 분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아직 혼돈의 시기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코비드 19 사태는 21세기 과학의 민낯을 세상에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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