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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n 12. 2021

스웨덴은 100% 옳았다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노 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 스웨덴의 상황을 최종적으로 요약해드린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스웨덴이라면 “집단 면역하다가 망한 나라”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이 광기의 시대에 유일하게 이성을 가지고 대응한 국가로, 향후 코비드 19 사태에 대한 복기가 시작될 때 가장 중요한 사례로 등장할 겁니다.  


오늘은 최근 스웨덴 소식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훌륭한 칼럼 하나를 소개드릴까 합니다. 저자는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Eyal Shahar 명예 교수로 이스라엘 출신의 의사이자 역학자입니다. 이 글을 이스라엘 신문사에 기고했으나 바로 거절당했다고 하는군요. 칼럼 제목이 “Not a shred of doubt: Sweden was right”이었는데 이스라엘 언론에서 실어줄 리가 만무겠죠.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단 일말의 의심도 없이 스웨덴이 맞았다는 뜻입니다.


코비드 19가 한 사회에 미친 영향을 평가할 때 다양한 지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의미 없는 지표가 우리 사회가 목숨걸고 있는 코비드 19 확진자수이고, 그보다 조금 나은 지표가 코비드 19 사망자수, 그리고 가장 좋은 지표가 총 사망자수입니다. 확진자수가 왜 의미가 없는지 궁금하신 분은 "무분별한 PCR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을 읽어보시기 바라고, 사망자수는 코비드 19 사망 대부분이 고령의 기저질환자에서 발생하므로 실제 사망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코비드 19가 없었다 하더라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가 한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가장 포괄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는 총 사망자수입니다.


Shahar 교수는 스웨덴의 총사망률을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년도의 기준인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사용하지 않고, 독감 연도라는 새로운 정의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연도 구분은 멀리 떨어진 두 번의 겨울이(1~2월 & 11~12월) 하나로 더해지기 때문에 겨울철 사망률이 높은 호흡기계 감염병 영향을 평가할 때 의미 있는 구분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거기에 반하여 독감 연도는 특정 해 10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30일까지로 정의함에 따라 겨울철 전 기간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독감 연도에 의하면 2020년 봄과 여름에 발생한 코비드 19 사망은 2019-2020 독감 연도의 총 사망률 계산에 들어가고, 2020년 겨울과 2021년 봄에 발생한 코비드 19 사망은 2020-2021 독감 연도의 총 사망률 계산에 들어갑니다.  


아래 그래프는 독감 연도를 기준으로 산출한 1998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스웨덴의 인구 백만 명당 총사망률 추이입니다. 총사망률이 최근 20년 동안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2018-2019 독감 연도의 사망률이 특히 낮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낮은 사망률과 유사한 정도로 2019-2020 독감 연도의 사망률이 높아진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분석 결과는 제가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설명드렸던 내용, 즉 스웨덴의 2020년은 평상시보다 훨씬 낮았던 그 전해 사망률이 코비드 19 유행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여야만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한편 아래 그래프에 표시된 붉은색 원은 유행 초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의 예측 모델에 의거하여 스웨덴이 당장 락다운을 하지 않으면 3개월 내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사망자수입니다. 닐 퍼거슨 교수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여러 국가를 상대로 이런 대재앙급 예측치를 추정해서 발표하고, 그 결과 스웨덴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전면 락다운이라는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방역정책을 도입하게 되죠. 지금도 닐 퍼거슨 교수를 롤 모델쯤으로 생각하는 소위 통계 모델링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하는데, 제2, 제3의 닐 퍼거슨 교수는 계속 등장할 겁니다.



2020-2021 독감 연도의 사망률은 올 10월은 되어야 계산 가능한데, Shahar 교수의 중간 분석 결과에 의하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왜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을까?”에서 설명드렸듯 노 마스크와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에서도 독감이 사라지고, 코비드 19로 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평소 독감 유행시 사망자만큼 코비드 19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링크한 글에서 설명드렸듯 독감 자리를 코비드 19 가 차지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독감이 사라진 것은 마스크나 방역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 간 생존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Shahar 교수는 스웨덴의 판단이 100%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대실수 (A colossal mistake)라는 소제목을 가진 결론에서 바이러스가 국가별로 크고 작은 피해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락다운과 공포는 아무것도 막지 못했음을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방역 정책으로 인하여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심각한 사회적 피해 특히 수많은 생명과 삶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지적하면서, 여기에 대하여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칼럼을 마무리 하고 있군요.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제가 링크해둔 원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서구 국가에서는 코비드 19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을 두고 다양한 성찰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올린 “더 이상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면 안 됩니다”라는 글에 인문학을 전공하신다는 분이 우리나라 인문학자들은 이번 코비드 사태에서 학문적 자살을 했다는 댓글을 단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유행내내 방역이라는 것에 대하여 놀랍도록 맹목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거기에 대한 저의 해석은 이러한 행위로 생명을 구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착각"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아시아권은 처음부터 코비드 19에 대하여 높은 저항력을 가졌던 지역입니다. 현실에서는 감염병 그 자체보다 방역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부터 제대로 인지해야만 세상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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