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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n 15. 2021

자연감염을 통하여 획득하는 면역은 항상 우월합니다

작년 10월, 서구권 국가들이 반복적인 락다운으로 사회가 피폐해지고 있을 무렵 선언문 하나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이죠. 핵심 내용은 전체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단 하나의 바이러스 전파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되고, 시급히 고위험군 집중 보호전략으로 바꾸고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집단면역을 높여 가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이는 제가 유행 시작 때부터 계속 주장했던 코비드 19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방법과 거의 동일한 것이어서, 선언문을 보자마자 바로 서명을 하고 링크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이 나오자마자, 이에 대한 반박문이 존 스노우 비망록 (John Snow Memorandum)이라는 이름으로 바로 Lancet에 발표됩니다. 무려 31명의 연구자들이 저자로 이름을 올려 세를 과시했는데, 반박문의 결론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 지금처럼 전파 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언론과 웹사이트를 통하여 알려진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과 달리 존 스노우 비망록은 Lancet이라는 명망 높은 저널에 실렸기 때문에, 그레이트 배링턴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반박하는 근거로 종종 인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짧은 비망록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현대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가진 편협한 문제 인식 능력을 실감하였는데, 특히 자연감염에 대한 견해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저자들은 코비드 19 환자들의 항체가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한 논문 하나를 인용하면서 “..there is no evidence for lasting protective immunity to SARS-CoV-2 following natural infection”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즉, 자연감염 후 면역이 지속되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전파 최소화를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죠. 전 세계 유수한 대학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이 저자들은 어이없게도 항체가 사라지면 면역도 사라진다고 믿고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코비드 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몇몇 단어에 대하여 극심한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evidence”라는 단어입니다. 현대사회의 전문가들이란 “먹으면 배가 부르고, 굶으면 배가 고프다”는 것조차 연구 논문이 없으면 증거가 없다고 주장할 사람들입니다. 지구 탄생 이래부터 존재해왔던 병원체와 숙주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 사안조차도 논문이 없으면 아직 증거가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코비드 19 확진자수가 1억 8천여 명이고, 그보다 10배 정도 더 많은 감염자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8억 명 정도가 이미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회복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현재 WHO나 미국 CDC에서는 이들조차도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나, 자연감염을 경험한 사람은 백신 접종을 할 때까지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니 도대체 언제부터 백신 접종자가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회복된 자보다 더 나은 면역을 가지게 된 건가요? 


자연감염의 경험을 통하여 얻게 되는 면역은 백신으로 얻는 면역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하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입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하여 백신의 효과로 늘 듣는 이야기는 중화항체 생성률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 후 중화항체가 더 잘 만들어진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이 자연감염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공부해서 국어, 수학, 영어 모두 90점 받은 학생보다 족집게 과외선생 덕분에 국어만 100점 받고 나머지 다 낙제점 받은 학생이 더 우수하다고 이야기하는 격입니다.


코비드 19와 같이 호흡기계를 통하여 노출되는 바이러스는 감염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호흡기 면역시스템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로 체내로 주입되는 백신과는 비교 불가입니다. 호흡기 상피 세포들이 바이러스 전체를 통째로 경험하면서 선천면역과 획득면역을 높여가는 것은 코비드 19와 같이 끊임없이 변이가 발생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선천면역이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도 가리지 않고 일괄 처리하는 세계인데, 일개 바이러스가 보이는 유전자 변이란 우습기 짝이 없죠.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남아공 변이에 몇 % 효과적이니, 인도 변이에 몇 % 효과적이니 따져야 하는 백신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최근 미국의 의료기관 종사자 수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과거 감염을 경험한 사람들이 코비드 19에 재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으며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을 한 사람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연감염 경험자의 항체가가 백신 접종자보다 낮다 하더라도 면역세포들이 장기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재노출 되면 신속하게 항체가 형성됩니다. 아니, 항체까지 동원될 것도 없이 훈련된 점막 면역계에서 가볍게 처리하고 끝내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겁니다. 오로지 스파이크 단백질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백신과 호흡기 세포들이 바이러스를 통째로 경험하는 자연감염을 등가로 두는 것조차 어불성설입니다만, 백신 접종자를 자연 감염을 경험하고 회복한 자보다 상위에 둔다는 것은 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일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최근 미국 CDC에서는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할 때는 증폭 횟수를 28회 이하로만 사용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PCR 검사의 과다한 유전자 증폭 횟수는 유행 시작 시부터 계속 문제가 되어 왔는데, 자신이 가진 면역체계로 바이러스가 충분히 증식을 하지 못하도록 이겨내고 있거나 이미 이겨낸 사람들을 모두 확진자로 분류함으로써 유행의 규모를 과장하고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었죠. 그런데 이제부터는 똑같이 의미없는 바이러스 조각이 존재해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양성으로 나오고, 백신 접종을 하면 음성으로 나오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민낯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전체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은 보호하되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은 스웨덴의 방역대책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리고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스웨덴은 100% 옳았다”에서 설명드렸듯, 결과적으로 코비드 19는 스웨덴처럼 독한 독감 유행 정도로 생각하고 고위험군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했던 감염병입니다. 처음부터 저항력이 높았던 동아시아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은 고위험군과 원하는 사람들한테 신속하게 해 주고 건강한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하면 된다고 봅니다만, 백신 1차 접종자 천만명 돌파로 탄력을 받은 방역당국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일 듯싶군요. 정부가 내세운 목표 달성을 위하여서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 편에 서서 모든 의사결정을 해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추가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Follow the common sense!!"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 자연감염의 경험이 절대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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