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의 실상이 점점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나 온갖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2020년 내내 꿋꿋하게 노 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해 주었던 스웨덴 덕분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대만과 뉴질랜드는 방역에 성공한 국가, 스웨덴은 방역에 실패한 국가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인 듯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던져주는 국가는 스웨덴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스웨덴에 대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요약해드리겠습니다.
1. 스웨덴과 EU 국가들의 코비드 19 사망률 비교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현재 스웨덴의 인구 백만명당 코비드 19 사망률은 EU 국가들의 평균과 매우 유사합니다. 유럽의 경우 스웨덴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락다운을 선택했는데, 그중에는 스웨덴보다 높은 사망률을 가진 국가도 있고 낮은 사망률을 가진 국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마스크도 하지 않고 사회를 열어두었던 스웨덴이 유럽권 코비드 사망률 1위가 아닌 걸까요? 만약 스웨덴이 락다운을 했더라면 스웨덴보다 낮은 사망률을 가진 국가를 따라갔을까요? 혹시나 스웨덴보다 높은 사망률을 가진 국가를 따라갔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일단은 질문으로만 던져놓겠습니다.
2. 스웨덴의 총 사망률 추이
코비드 19 사망통계의 가장 큰 문제는 Death for covid19와 Death with covid19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 코비드 19 사망자는 고령자이며 다수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망에 코비드 19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총사망률의 추이도 함께 검토해보아야만 실제 코비드 19가 그 사회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죠.
위 그래프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령 보정 사망률 추이입니다. 노 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의 2020년 사망률이 2015년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스웨덴의 2019년 사망률이 유독 낮다는 사실도 눈에 띕니다. 스웨덴은 2019년과 2018년 겨울 평소보다 온화한 기온으로 많은 고령자들이 독감으로 인한 사망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덕택으로 2020년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고령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코비드 19 유행시 일차적인 희생자가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모든 감염병 유행은 새옹지마의 원리가 작동하는 세계라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예를 들어, 코비드 19가 없었다 하더라도 몇 해 따뜻한 기온 덕분에 상당수 노약자들이 독감으로 인한 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면, 이듬해 평상시 기온을 회복하면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인간은 불멸 불사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불운하게도 스웨덴은 이 시기가 코비드 19 유행과 겹쳐 버린 겁니다.
3. 스웨덴과 북유럽 국가의 총 사망률 비교
지금까지 스웨덴이 비판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위의 북유럽 국가에 비하여 코로나 19 사망률이 훨씬 더 높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 비판은 만약 스웨덴이 락다운을 했더라면 다른 북유럽 국가처럼 코로나 19 사망률이 낮았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드렸던 2019년의 낮은 사망률로 인하여 스웨덴은 전면 락다운을 했다 하더라도 주위의 북유럽 국가와 같은 낮은 코비드 19 사망률을 보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북유럽권 국가들 간 비교도 코비드 19 사망률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코비드 19 사망자를 헤아리는 방법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총 사망률도 같이 비교해 봐야 합니다. 과연 스웨덴은 다른 북유럽권 국가들에 비하여 총사망률도 그렇게나 높을까요? 위 그래프는 스웨덴이 유독 낮은 사망률을 보였던 2019년 겨울부터 2020년까지 스코틀랜드 포함 북유럽 5개 국가의 누적 총 사망률 추이입니다. 놀랍게도 5개 국가 중 스웨덴보다 낮은 누적 총사망률을 가진 국가는 노르웨이밖에 없군요. 즉, 이 그래프 역시 스웨덴에서 발생한 코비드 19 사망의 상당수가 Death for covid 19가 아니라 Death with covid 19였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4. 유럽권 국가들의 초과사망 비교
이번에는 좀 더 확대하여 31개 유럽권 국가들 간 2020년 초과사망을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스웨덴의 초과사망 순위는 23위로 하위 30%에 속하는군요. 일반적으로 코비드 19 사망률 순위와 초과사망 순위가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있는데, 스웨덴은 코비드 19 사망률 순위보다 초과사망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과사망은 크게 1) 코비드 19로 인한 초과사망과 2) 코비드 19와 관계없는 초과사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 코비드 19와 관계없는 초과사망은 방역대책으로 인한 2차적인 피해의 결과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에서도 명시하였듯, 전파 억제에 초점을 맞춘 방역대책은 그 자체로 신체와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 중 일부가 사망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따라서 유럽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락다운을 하지 않았던 스웨덴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2)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초과사망은 상대적으로 하위권에 있다고 해석 가능합니다.
또한 스웨덴의 2020년 초과사망은 그 자체로 과대 추정된 수치라는 점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독 낮았던 2019년 사망률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5년간 총 사망자수가 각각 100, 100, 100, 90, 110인 국가는 5년 내내 100명의 사망자수를 가진 국가보다 더 높은 초과사망을 보이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2020년의 110명 사망은 오로지 2019년에 있었던 행운, 즉 90명 사망의 결과물일 뿐이지만 초과사망 산출식에는 이러한 행운과 불운이 변수로 포함되지 않죠.
5. 현재 스웨덴의 코비드 19 사망률 추이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코비드 19 사망률 추이입니다. 2021년에 와서 스웨덴에서도 방역에 대한 정치권의 발언이 강해졌습니다만 여전히 스웨덴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매우 자유로운 국가이며 현재 백신 접종률은 7% 수준입니다. 하지만 1차 유행과 마찬가지로 2차 유행시에도 사망자수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감소 패턴이 영국과 같이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보이고 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다들 한 목소리로 백신의 효과라고 해석을 하고 있더군요.
아닙니다. 사람 대 사람 전파를 하는 호흡기계 감염병들이 지역사회 전파를 하면 대부분 이런 식의 증가와 감소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고위험군의 백신접종이 일정 부분 도움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패턴에는 자연감염과 교차면역을 통하여 서서히 올라가는 집단면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감염이 제공하는 면역은 백신이 제공할 수 있는 면역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강력하죠. 제가 이 코비드 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가장 기만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한 일을 두고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6. 결론
유행 초기 대부분 국가가 전면 락다운을 선택한 이유는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감염병 역학 전문가인 닐 퍼거슨 교수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감염병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으로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던 닐 퍼거슨 교수는 코비드 19가 흑사병급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WHO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전 세계에 전면 락다운을 강력 권고하죠.
그러나 스웨덴만은 닐 퍼거슨 교수의 모델링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코비드 19가 독한 독감 정도라는 판단하에 대응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런 독자적 결정을 두고 닐 퍼거슨 교수와 WHO는 스웨덴이 당장 락다운을 하지 않으면 2020년 스웨덴 사망률이 예년의 2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세계 각국 주요 언론들은 언어폭력에 가까운 비난을 스웨덴에게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보셨다시피 노 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한 스웨덴의 2020년 총사망률은 예년과 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스웨덴은 코비드 19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작년 여름 인류는 스웨덴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한쪽 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어가면서 침 뱉고 욕하는 와중에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담담히 해주었던 스웨덴 덕분에 코비드 19 사태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향후 과학적인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때 독감급으로도 보기 힘든 동아시아권에서,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막기 위하여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한 국가의 사례도 중요하게 등장할 겁니다. 이미 너무 멀리 가버린 탓에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우리나라는 갈 때까지 가야만 수습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중에 감당해야 할 사회적 피해가 가능한 한 작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추가합니다
4월 14일 자 연합뉴스에 "스웨덴에 무슨 일이.. 인구당 확진자 유럽 내 최악으로"라는 기사가 올라왔군요. 원 출처를 찾아보니 작년 여름, "집단면역 타진의 결과..스웨덴 사망자 150년 만에 최대"라는 어이없는 엉터리 기사를 실었던 영국의 더 가디언지로군요. 대중들이 진정으로 알아야 할 소식은 덮어두고, 공포 팔이로 연명하는 언론 그리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군중들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군요. 역시 방역은 우리가 최고라고 환호하는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는 출구전략이니 뭐니 생각할 것 없고 그냥 K방역의 기치 아래 끝까지 가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혹시라도 아래 그림을 보고, 왜 스웨덴의 확진자수는 유럽 내 최악인데 사망자수는 여전히 바닥인지 궁금하신 분은 "무분별한 PCR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코비드 19 확진자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kind of trash에 가까운 정보이긴 합니다만, 집단면역의 관점에서 본다면 확진자수는 증가하고 사망자수는 감소하는 양상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 지역에서 코비드 19는 바이러스와 숙주 간의 공진화 과정을 거쳐 감기, 독감과 비슷한 감염병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