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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Feb 24. 2021

2020년 일본 총사망률 예년보다 낮다. 그럼 우리는?

지난달에 "2020년 스웨덴 총 사망률,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글을 올린 바 있는데요, 사실 스웨덴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국가는 일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에서 설명한 완화 전략을 선택했더라면, 스웨덴이 아닌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일본의 2020년 사망통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어제 기사로 보도되었네요.   


결론적으로 일본의 총 사망률 추이는 스웨덴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이는군요. 2020년 총 사망자수가 그 전해보다 오히려 0.7% 줄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하여 최근 매년 총 사망자수가 2만 명 정도씩 늘어나고 있었는데, 11년 만에 처음으로 총 사망자수가 감소한 해라고 하는군요.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일본의 2020년 총 사망률이 예년보다 낮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우 다른 방역 정책을 가졌던 우리나라와의 비교에 있습니다. PCR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일본과 달리, 개인 정보를 털어가면서 추적하는 K방역으로 대응한 우리나라 2020년 총 사망자수가 2019년보다 "3%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한 해 사망자수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추가로 Our World in Data에서 제공하는 초과사망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각 국가의 과거 5년간 평균 사망 대비 2020년 초과사망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정보입니다. 서구권과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 모두 초과사망 수준은 미미합니다만,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2020년 내내 우리나라의 초과사망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조금씩 더 높군요.



누차 설명드렸듯 일본의 코비드 19 사망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습니다. 현재 인구 백만명당 사망률이 일본 60명, 한국 31명으로 일견 2배쯤 높아 보이지만, 일본은 고령자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2~3배 더 높습니다. 코비드 19 사망은 대부분 고령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연령을 보정하고 나면 두 국가 간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높을 겁니다.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은 단지 일본이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싶어 합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이는 총 사망률과 초과사망 증가로 드러났어야 합니다.  


일본은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우리나라의 1단계 혹은 1.5단계 정도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휴대폰, 신용카드 같은 개인 정보를 털어가면서 추적하는 방역을 사용했던 나라가 아닙니다. PCR 검사 양성률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5배가 넘고 어떤 시기에는 50%를 넘는 적도 있을 정도로 유행 초기부터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했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코비드 19 사망률도 높지 않고, 초과사망은 심지어 낮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지금과 같은 방역정책을 1년 넘게 고수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작년 5월, “왜 일본은 신종 코로나 사망이 폭발하지 않을까?”라는 글에서 동아시아권은 기본적으로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즉,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는 그렇게 심각한 감염병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현 시점, 다양한 통계 자료들은 이것이 진실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제자리 찾아주기"와 "백문이 불여일견, 아시아권의 코비드 19 직시하기"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동아시아권과 같이 저항력이 높은 지역에서 지역사회 전파 후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전파 억제에 초점을 맞춘 방역대책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감염병 때문이 아니라 방역대책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더 크게 됩니다. 오늘 언급한 초과사망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사망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 피해를 비롯하여 경제, 교육,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유무형의 단기적, 장기적 악영향은 제대로 정량화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똑같은 이야기 무한 반복하고 있는 듯하여, 더 이상 제 생각을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코비드 19에 대한 입장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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