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라는 아주 유명한 역학자가 있습니다. 스탠퍼드 의대 교수죠. 구글 스칼라를 검색해보면 h-index가 209이고 논문 총 인용 횟수가 30만 회가 넘습니다. 금세기 가장 유명한 역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이오아니디스 교수가 이번 코로나 사태 와중에 엉터리 과학자의 대명사로 등극했었습니다. Misinformation으로 유튜브 인터뷰까지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죠. 왜냐하면 코비드 19의 치사율이 과장되었으며 고위험군 보호 중심의 방역대책이 적절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치사율은 환자 중 몇 명이 사망하는가?로 산출되는 아주 간단한 지표입니다. 그런데 유행 초기 통계에 잡히는 환자들은 주로 증상이 심한 환자들이므로 당연히 사망자가 많이 나옵니다. 따라서 초기 치사율은 과대 추정된 값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락다운과 같이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는 방역 정책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오아니디스 교수의 주장이었죠. 일견 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흡사한 데가 있어서 정치적으로 더 공격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모든 감염병은 감염의 스펙트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똑같은 감염병에 걸려도 아무런 증상 없이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사람 (A), 경한 증상으로만 지나가는 사람 (B), 심한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 (C), 그리고 그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D)까지 있습니다. 유행 초기 치사율은 D/(C+D)로 산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치사율은 D/(A+B+C+D)로 산출되어야 합니다. 앞의 치사율은 영어로 Case Fatality Rate (CFR)라고 부르고 뒤의 치사율을 Infection Fatality Rate (IFR)라고 부르죠. A+B가 C+D보다 얼마나 큰가에 따라서 방역의 난이도와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행 초기 코로나와 관련된 대부분 모델링은 치사율 1.0%에 맞추어서 시행되었습니다. 계절성 독감의 평균 치사율이 0.1%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 독감보다 약 10배 정도 치사율이 높다고 전제한 거죠. 거기에 더하여 전파력이 독감보다 훨씬 높다니 전 세계가 난리가 납니다. 여기에 엉터리 모델링으로 기름을 콸콸 들이부은 대표적인 연구자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이고, 대부분 역학자들이 여기에 동조를 했습니다.
지금부터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가 Bulleti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발표한 진짜 치사율, 즉 IFR 결과를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이 논문이 발표된 저널은 이름만 들어도 짐작하시겠지만 WHO에서 발행하는 공식저널입니다. 유행 초기 닐 퍼거슨 교수의 엉터리 모델링에 근거하여 전 세계에 락다운을 강력하게 권유했던 WHO가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의 논문을 실었다는 점 자체가 WHO 스스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 정도로 보입니다.
IFR을 산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가 바로 “항체 조사”결과입니다. 물론 항체 조사조차도 여러 가지 제한점은 있지만, 모르고 지나간 A와 B의 숫자를 추정하기 위하여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존 이오아니디스교수는 위 논문에서 그 동안 발표되었던 총 69개 항체 양성률 연구에 기반하여 IFR을 추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약 0.2~0.3% 정도 될 것으로 보고했네요. 유행 초기 알려진 치사율보다 4~5배 정도 낮고, 계절성 독감의 평균 치사율보다 2,3배 정도 높을 뿐입니다. 계절성 독감도 평균이 0.1% 이지 독한 놈은 0.1%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즉, 치사율의 관점에서 볼 때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의 초기 주장은 틀리지 않았으며 코비드 19를 독한 독감 정도로 간주했던 스웨덴의 판단도 정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논문에서 더욱 중요한 결과는 IFR 추정치가 각 국가의 코비드 19 사망률에 따라서 다르다는 겁니다. 사망률은 전체 인구수 중 코비드 19 사망자수로 산출되는 지표입니다.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는 (1) 코비드 19 사망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은 국가의 IFR은 0.09%, (2) 평균보다 높은 국가의 IFR은 0.20%, (3) 평균보다 아주 높은 국가의 IFR은 0.57%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이 논문 작성 당시 세계 평균 코비드 19 사망률은 인구 백만명당 118명이었는데 이보다 낮은 사망률을 가진 국가의 코비드 19 치사율은 계절성 독감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동아시아권 국가가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비드 19를 독감 유행에 준해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저의 주장에 대한 흔한 반박이 있습니다. (1) 치사율이 비슷해도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독감과 같이 대응할 수 없다 (2) 왜 죽는 숫자만 헤아리냐? 후유증은 어떡할 거냐? 는 논리입니다. 이미 여러 번 답변을 드린 바 있지만 다시 한번 더 요약해드리겠습니다.
독감과 치사율이 비슷해도 전파력이 높다는 사실 때문에 그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는 사망률로서 드러나야 합니다. 즉, 사망률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동아시아권 국가들은 방역대책, 경제 수준, 의료 수준에 관계없이 코비드 19 사망률이 인구 백만명당 30명 이하입니다. 세계 평균보다도 한참 낮은 사망률이죠. 전파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이토록 낮은 이유는 감염자 대부분이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만 경험하고 지나가거나 혹은 감염조차도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낮은 코비드 19 사망률이 뭔가 방역대책이 특별나서 그런 줄 안다는 것입니다. 방역대책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은 일본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행 초기 PCR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일본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곧 코비드 19 사망자가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단순히 일본이 검사를 하지 않아서 모를 뿐 실제로는 엄청난 사망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어 합니다만, 일본은 예년에 비하여 초과사망조차 뚜렷하지 않습니다. 즉,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높은 교차면역 수준에서 찾고 있습니다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치사율도 낮고 사망률도 낮다면 그 사회에서 코비드 19의 난이도는 “하”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왜 죽는 숫자만 헤아리냐? 후유증은 어떡할 거냐? 는 반박에 대한 제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독감도 후유증이 있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독감의 후유증이 두려워서 지금처럼 산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Pubmed에 가서 “influenza complication”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만 오천 편이 넘는 논문이 검색됩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갖 후유증이 다 있지만, 지금까지 건강한 사람들이 독감도 아닌 독감 후유증을 걱정하면서 산 사람은 지구 상에 단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
만약 독감을 가지고 우리가 코비드 19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사람들 사이의 전파를 막기 위하여 PCR 선제 검사를 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면서 대응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러면 독감의 난이도는 당장 “상”으로 올라갑니다. 독한 독감이 유행하면 “극상”으로 올라갈 거고요. 아이들의 독감 치사율이 코비드 19보다 높으니, 몇몇 극적인 사례들이 언론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공포감에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할 겁니다. 즉, 감염병 유행은 감염병 그 자체보다 그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코비드 19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습니다. 난이도 “하”에 속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조차 합니다. 저는 개인을 추적하는 우리나라 방역대책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절대로 걸리면 안 되는 병이라는 공포감을 심어주었다고 봅니다. 거기에 더하여 방역당국에서 먼저 나서서 코비드 19 후유증 사례를 브리핑했을 정도이니, 정부에서는 가능한 한 이 문제의 난이도를 ”상”으로 포장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정부의 발표를 보고 있자니 아직까지 K방역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K방역은 개인정보를 털어서 하는 밀접 추적이 있어야만 작동 가능한 시스템이므로 결코 미련을 가질만한 훌륭한 방역대책이 아닙니다. 정부의 희망대로 세계 표준이 되기에는 다른 국가에서 거부감이 너무 심하며, 사용한다 하더라도 유행 초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진짜가 나타나면 K방역이 아니라 KKK방역이라도 속수무책일 것이며, 지역사회 전파 후에는 사회적 희생양을 양산할 수 있는 위험한 시스템입니다.
방역당국에서는 유행 시작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동아시아권의 코비드 19 난이도 평가를 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다른 유럽과 미국만 쳐다보면서 비교를 해왔죠. 현재 코비드 19에 대한 방역대책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기고 있는 후유증이 코비드 19 자체의 후유증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고위험군을 위한 병상 확충이 마무리되는 대로, 꼭 원점으로 돌아와서 동아시아권 코비드 19 난이도 평가를 제대로 한번 해 보기를 바랍니다. 난이도 “상”인 시험인 줄 알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밤낮없이 준비했는데, 알고 보니 난이도 “하”라면 얼마나 허탈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