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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06. 2021

백문이 불여일견, 아시아권의 코비드 19 직시하기

앞서 올린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제자리 찾아주기"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코비드 19 사망률이 낮은 국가에서 이 감염병을 지금처럼 대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비슷한 취지의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습니다만, 사람들은 사망률이 낮다고 하면 그냥 두 세배 정도 낮은 것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그 의미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보지 않는 듯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그래프로 제시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듯하여 추가글을 올립니다. 현재 코비드 19 관련 통계지표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많은 사이트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Our World in Data입니다. 아래는 여기서 제공하는 자료로 그린 유럽권과 아시아권 코로나 사망률 비교 그래프입니다.



그림 1은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수를 인구 백만명당으로, 그림 2는 일일 사망자수를 인구 백만명당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유럽권 국가들은 EU 국가들을 평균한 것이고 아시아권은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의 결과입니다. 엄청난 차이죠. 앞서 글에서 이런 차이를 방역대책 덕분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수능 1등과 꼴찌의 차이를 과외선생 혹은 참고서 덕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처럼 큰 차이는 어떤 생물학적인 원인이 존재해야 설명 가능합니다. 저는 여러 번 설명드린 교차면역을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고요.


현시점 우리가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국가는 일본입니다. 아시아권에서 느슨한 대응을 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소위 K방역의 대척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3은 한국과 일본의 인구 천명당 하루 PCR 검사수를 비교한 그래프로, 일본은 작년 5월까지 PCR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고 지금도 검사율이 많이 낮습니다. 초기에는 임상적으로 폐렴에 준하는 증상이 있어야만 PCR 검사를 해주었는데, 양성 확진율이 40~50%에 가까운 적도 있었죠. 따라서 코비드 19의 높은 전파력을 고려하면 유행 초기부터 지역사회 전파가 광범위하게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일본의 인구 백만명당 코비드 19 사망률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보다 2~3배 높은 고령인구 비율을 고려해서 비교해야 합니다). 초과사망도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데, 이는 단순히 검사를 하지 않아서 코비드19 사망률이 낮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림 4는 인구 백만명당 일일 확진자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두 국가의 확진자 수 "증감 패턴"조차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확진자 수 자체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 없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전파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역당국에서는 오류로 가득 찬 0.03%, 0.07% 항체 조사에 근거하여 K방역 덕분에 놓치는 감염자 거의 없었다는 메시지를 던져 왔지만 대표적인 판단 착오라고 봅니다. 두 국가는 시작부터 매우 다른 방역정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 및 확진자 증감 패턴까지 유사하다는 것은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후에는 방역대책이 어찌 되었던 바이러스는 그냥 제 갈 길을 갈 뿐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대응은 더 이상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이 아닙니다. 특히 무증상과 경한 증상이 대부분인 의미없는 확진자수를 가지고 사회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병상 확충으로 의료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 고위험군과 진짜 환자들에 집중하는 것이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한 감염병 유행에 대한 정직한 대응 방법입니다.


혹자는 아시아권의 사망률이 낮은 이유를 마스크 착용 덕분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만 현재 건강한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 효과는 많이 과장되어 있다고 봅니다. 덴마크에서 최근 발표된 약 5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역사회에서 마스크 착용의 전파방지 효과는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실험실에서 마네킹을 세워두고 하는 연구에서는 마스크가 전파방지에 매우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간 착용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건강한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 습관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2에서 보듯, 코비드 19 패턴은 이미 계절성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계절성 유행을 보이는 감염병들은 대부분 항체가 쉽게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죠. 현재 정부에서는 올해 내로 60~80%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올려서 코로나를 종식하겠다는 각오인 듯합니다만, 이런 성격을 가진 바이러스를 상대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백신이 있다 하더라도 집단면역의 상당 부분은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모르고 지나가는 감염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이내믹한 양상을 보이면서 계절성 유행 패턴으로 드러나게 되죠. 독감 백신이 그러하듯, 코로나 백신도 고위험군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2021년 어느 시점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전 국민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코비드 19는 우리와 영원히 공존하게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변종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도 없고, 대처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이 건강한 면역시스템의 힘과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생명체 간 공진화의 원리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 백신이 있다한들 우리는 코로나 방역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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